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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형 혜성의 지구 충돌만큼 무서운 것이 또 있었다

조회수 2020. 10. 9. 1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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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자의 영화영수증] <그린랜드> (Greenland, 2020)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영화 <그린랜드> ⓒ (주)제이앤씨미디어그룹, TCO(주)더콘텐츠온
지구를 벗어날 것이라던 혜성이, 중력에 의해 지구로 돌진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그린랜드>는 지난 추석 시즌의 '다크호스' 영화였다. 그도 그럴 것이 '코로나 19'의 미국 내 확산이 심해지면서, 2021년으로 줄줄이 개봉을 연기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 사이에 찾아온 몇 안 되는 작품이었기 때문.

<그린랜드> 역시 미국 내에서는 극장 개봉을 포기하고, VOD 서비스와 'HBO 맥스' 서비스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물론, <그린랜드>는 1~2억 달러를 넘게 사용하는 대형 블록버스터에 비해 적은 예산인 약 3,400만 달러의 제작비로 만들어졌다.

혜성이나 소행성이 충돌하는 내용을 담은 <딥 임팩트>(1998년), <아마겟돈>(1998년)에 비해 재난 장면이 적은 건 어쩔 수 없었다. 당시 약 2억 달러의 제작비가 투입된 <2012>(2009년)처럼, 웅장한 장면을 보고 싶었던 관객이라면, 그 기대치를 잠시 접어둬야 한다.

이 영화는 물량 공세를 펼치는 재난 영화들과는 다른 길을 선택했다. 마치 <부산행>(2016년)을 보면서, "'좀비' 보다 무서운 것이 '사람'"이라고 떠올렸던 바로 그 길 말이다. 릭 로먼 워 감독은 "'스케일 큰 액션 재난 영화나 보자' 하고 극장에 발을 들이겠지만, 영화의 핵심적인 메시지는 그 중심에 있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라고 밝혔다.
게다가 <그린랜드>는 '코로나 19' 팬데믹이 발생한 지금 보면, 더욱 소름 끼치는 지점을 발견할 수 있다. 작품은 전 지구를 아수라장으로 만들 재난이 일어날 경우, 사회가 얼마나 빨리 무너지며, 인류애가 어떻게 가변적으로 변하는지, 그리고 사람들이 얼마나 그런 상황을 견딜 수 있을지를 담아낸다.

릭 로먼 워 감독은 "<그린랜드>는 팬데믹이 시작되기 1년 전에 촬영했다"라면서, "편집 과정 중 갑자기 '코로나 19' 팬데믹이 발발했다. 마침 재난 영화를 작업하던 중이었기 때문에, 이런 상황들이 굉장히 사실적으로 다가왔다"라고 언급했다.

<그린랜드>는 혜성 '클라크'의 파편들이 하나씩 지구로 충돌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48시간 후에 추락하는 가장 큰 파편으로 인해, 지구 생명체의 75%가 사라진다는 것인데, 미국은 재건을 위해 직업별로 주요 인물군을 추첨해 그린란드의 벙커로 대피할 계획을 세워둔다.

감독은 "전 세계에 숨겨진 군용 벙커들을 찾아봤다"라면서, "냉전 시대 이후로 몇십 년 동안 사용되지 않은 벙커들을 찾아보던 중 그린란드의 '툴레 공군기지'에 있는 벙커를 알게 됐다. 내륙보다는 섬으로 가는 설정이 훨씬 더 긴장감을 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라며, 그린란드를 최종 목적지로 선택한 배경을 밝혔다.
고층 건물 설계 엔지니어인 '존 개리티'(제라드 버틀러)는 '주요 인물군' 당첨자 중 하나였는데, 수년간 알아 온 이웃들이나 친구와의 관계가 붕괴하는 대목은 인상적이었다. '존'의 가족이 탑승한 차를 가로막고, 아들의 절친인 딸만 태워달라는 어머니가 나타나는데, '존'은 간절한 애원을 어쩔 수 없이 지나쳐야만 했다.

아이를 홀로 둘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부탁을 거절하고 말았던 것. 본격적인 작품의 출발점이자, 한 개인의 인간성, 삶의 가치나 도덕성을 시험하는 대목이었는데, 이런 갈등은 작품에 계속해서 등장한다.

감독은 "이 장면을 찍고 나니 주변에서 사람들의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라면서, "조지아주의 한 마을에서 촬영했는데, 실제 주민들이 나와서 그 장면을 보고 우는 것이었다. 그때 '이 장면이 관객들에게 크게 다가갈 수 있겠구나'라고 깨달았다"라고 촬영 비하인드를 전했다.

흥미로운 점은 '존'의 가족을 돕는 이들과 해하려는 이들의 인종이나 성별이 다르다는 것이다. '존'의 말을 들어준 인물은 '흑인 남성'이었다. 반대로, '존'을 죽이려고 한 것은 '스코틀랜드 이민자' 출신 성분을 운운하던 '백인 남성'이었다.
'존'의 아내 '앨리슨'(모레나 바카린) 역시 위기의 상황에 처한다. 이 상황에서도 '앨리슨'을 도우려 한 인물들은 흑인이거나, 히스패닉, 혹은 여성이었으며, 곤경에 처하게 한 인물은 '백인 남성'이었다. 클라이막스 장면에서도 알게 모르게, 작품에 클로즈업되거나, 대사를 치는 단역 군인들의 모습에서 '백인 남성'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정치적 올바름(PC)'을 의도한 것처럼 보이는 의미심장한 대목이었다. 덕분에, 생존을 위해 불가피하게 살인을 저지른 '존'이, 다음 날엔 불에 타기 직전인 사람을 구한다는 장면이 일종의 '자아 성찰'처럼 보이기도 했다.

결국, <그린랜드>는 현재 미국 사회 내부에서 곪아가는 중인 사회적 문제를 직접적인 대사보다는, 인물의 등장을 통해 보여주고자 한 작품처럼 보였다.

물론, '재난 영화의 공식'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답습하는 작품이기에, 새롭다는 인상을 받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이 시대의 거울이 될 수 있는 문화예술 측면에서 보기에는 그럭저럭 무난한 작품이었다.

2020/10/01 메가박스 충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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