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최고의 전쟁 영화, 자격 충분하다

조회수 2020. 10. 6. 14: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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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자의 영화영수증] <아웃포스트> (The Outpost, 2020)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영화 <아웃포스트> ⓒ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아웃포스트>는 지난 2월에 개봉한 <1917>(2019년)에 이어 오랜만에 찾아온, '웰메이드 전쟁 영화'다. 영화는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국과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의 대결이었던 '항구적 자유 작전(OEF)' 중에 발발한 '캄데쉬 전투'(2009년)를 사실적으로 묘사한 작품.

CNN 간판 앵커이자, 저널리스트인 제이크 태퍼가 집필한 논픽션 원작 베스트셀러를 바탕으로 했으며, 원작자를 비롯한 실제 참전 용사들의 조언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배우들의 은폐나 엄폐, 총기 파지 등은 기본이며, 기지 세트나, 전술까지 제대로 구현한 작품이 될 수 있었다.

심지어 실제 참전 용사가 작품에 출연하기까지 했다. 예를 들어, '동성 무공 훈장'을 받은 다니엘 로드리게스 상병은 영화에서도 자기 자신을 맡았고, '박격포 사수'로 열연했다. 그는 "아직도 살아있음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이 영화에 진정성을 더할 수 있도록 일조하는 것이 마치 의무처럼 느껴졌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1967년 베트남 전쟁 중 압 박 전투 이후, 한 전투에서 2명의 군인이 '명예 훈장(메달 오브 아너)'을 받은 것은 '캄데쉬 전투'가 처음인데, 이 두 명의 군인인 클린트 로메샤 하사와 타이 카터 상병이 카메오로 영화 중에 등장하기도 한다. 쿠키 영상에서도 그들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물론, '캄데쉬 전투'는 그렇게 미군이 자랑하고 싶은 전투는 아닐 것이다. 영화에도 드러나듯이 미군은 산악 지역의 탈레반 게릴라 조직을 와해하고, 현지 아프가니스탄인들과 연합하고자, 아프가니스탄 북부 캄데쉬 지역에 'PRT(지방재건팀)'를 구축하고, '전초기지(Outpost)'인 '키팅(Keating)'을 세운다.

하지만 군사 전문가들은 이 기지를 '몰살 캠프'라고 불렀다. 대규모 탈레반 병력이 들이닥칠 경우, 기지가 파괴될 가능성이 높다고 여겼기 때문. 영화에서도 마치 병풍처럼 둘러싸인 산맥을 롱테이크로 보여주거나, 탈레반 병력이 훤히 기지를 바라볼 수 있다는 대사를 넣어주면서, 흥미로운 복선을 깔아둔다.

결국, 군사 전문가들의 예상처럼, 2009년 10월 3일 오전, 약 300명의 탈레반군이 기습을 펼쳤고, 79명의 미군과 약 42명의 아프가니스탄군, 2명의 라트비아군이 교전하게 된다. '미군 추산' 150명의 탈레반군이 사망하면서 전투는 마무리됐지만, 미군 역시 8명이 사망하고, 27명이 부상한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 전투의 승패를 정하지 않았다. 서로가 잃은 것이 많았기 때문. <아웃포스트>는 그래서 단순히 '승자의 기록'을 묘사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병사들이 경험한 것을 담아내고자 했다. 이는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기생충>과 각축전을 벌인 <1917>과 유사하다.
제1차 세계대전의 참상을 묵묵히 마주할 수 있게 해준 <1917>은 기술적으로도 뛰어난 영화였다. 하나의 롱테이크처럼 보이게 하는 '원 컨티뉴어스 숏'을 사용해 로저 디킨스 촬영감독이 아카데미 촬영상을 받은 것처럼, <아웃포스트>도 기본적으로 롱테이크 촬영 기법을 전투 중에 사용한다.

여기에 영화의 장면 전환을 최대한 제한하고, 영화 속의 장면들을 긴 시간 동안 담아내면서 관객에게 몰입감을 선사하는 촬영 기법인 '오너스 기법'을 사용했다. 이 기법은 주로 다큐멘터리에서 현장감을 주고자 진행하는 것으로, 몇몇 제작진은 이 기법을 반대했다.

편집 없는 긴 장면이 이어질 경우 영화가 지루해질 수도 있으며, 까다로운 전투 장면을 촬영하는 상황에서 동선이 흐트러질 경우 다시 찍는 데 예산이 추가로 소요되기 때문. 그런데도 로드 루리 감독은 전장의 생생함을 전하기 위해 이 기법을 사용했고, 로렌조 세나토어 촬영감독은 감독의 요청을 잘 파악해 작업에 나섰다.

그 결과물은 긴급한 상황에서 병사가 다른 곳으로 총탄을 뚫고 이동하는 대목이나, 들것으로 부상병을 옮기는 대목 등에서 효과적으로 볼 수 있다. 작품은 전투의 '리얼타임'에 가까운 시간으로 보여주면서 긴장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1917>도 유사했지만, 이 작품은 리들리 스콧 감독의 명작 <블랙 호크 다운>(2001년)도 떠올리게 한다. 병사들이 겪는 고립감이 현실로 벌어지면서 발생하는 이야기를 담은 것과 더불어, 적으로 둘러싸인 공간에서 싸우는 미군의 모습도 유사했다.

<아웃포스트>의 초반은 간헐적인 교전 속에서 이어지는 병사들의 사연이 주를 잇는다. 병사들의 일상은 반복되는 상황 속에서 조금씩 지쳐만 간다. 상관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인해 트라우마를 겪는 병사가 대표적인 사례. '생존'에 위기감이 찾아오면서, 가족이나 연인과의 전화 통화나, 악기를 연주하면서 불안을 해소하려 하나, 그것도 잠시일 뿐이다.

한편, '키팅 전초기지'를 이끄는 지휘관의 운명은 작품의 또 다른 흥미로움을 준다. 첫 번째 지휘관은 지역민과의 화합을 중요시하나, 세상을 떠난다. 두 번째 지휘관은 그 반대의 위치에 섰으나, 적에게 당하고 만다. 세 번째 지휘관은 산전수전 경험을 세운 인물이지만, 많은 죽음을 본 탓인지 소극적인 대처 때문에 부대원의 신임을 잃고, 방출된다.

그러면서도 영화는 세 명의 지휘관의 탓을 하기보다는, 그런 상황을 야기하게 한 그 윗선에 대한 무언의 비판을 하는 것처럼 담아낸다. 현장의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채, 애먼 '명령'이나, '지원'을 하는 이들이 많은 요즘 세상에서, 보기 참 아이러니했다.

2020/09/27 CGV 용산아이파크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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