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번 개봉 연기, 오래 기다린 만큼 실망도 큰 마블 영화

조회수 2020. 9. 12. 1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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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자의 영화영수증] <뉴 뮤턴트> (The New Mutants, 2020)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영화 <뉴 뮤턴트>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2000년은 21세기 영화시장에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엄청난 비중을 차지할 수 있도록, 원동력을 준 한 작품의 탄생 연도기도 하다. 바로 <엑스맨>이다. 컴퓨터 그래픽의 발달로 단순한 와이어 액션으로는 구현하기엔 벅찼던 초능력, 혹은 슈퍼 파워를 본격적으로 보여준 '마블 코믹스 원작 작품'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당시의 세상을 잘 대변한 작품이기도 했다.

<엑스맨>의 흥행으로 인해, '마블 코믹스'의 작품 판권이 있던 '소니'는 <스파이더맨>(2002년)을, '유니버설'은 <헐크>(2003년)를, '폭스'는 <데어데블>(2003년)과 <판타스틱 4>(2005년)를 연이어 내놓았다.

2000년대 초중반 이런 마블 캐릭터 영화들은 '각자도생'을 외쳤으나, 결국 시간이 흐르면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라는 거대한 일원의 주축으로 탈바꿈했다. '스파이더맨'이 MCU에 합류할 때만 하더라도, 팬들 사이에선 '엑스맨'인' 판타스틱 4' 캐릭터들도 이 세계관에 차라리 합류되어서 발전된 영화를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묘하게, 그 꿈은 '실현 가능성'을 남기는 방향으로 이어졌다. '폭스'가 MCU를 만드는 디즈니의 일원으로 합류한 것. 팬들은 당장이라도 MCU에 두 작품 세계관이 '페이즈 4'에 언급되길 원하겠지만, 디즈니는 '폭스'의 작품을 정리하는 것에 무게추를 뒀다.
당연히 먼저 교통정리가 이뤄진 곳은 박살 난 <판타스틱 4>(2015년)가 아닌, '엑스맨 시리즈'였다. 이미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2014년)와 <로건>(2017년)으로 정점을 찍은 '폭스'였지만, 디즈니는 일단 추후 '엑스맨 프랜차이즈'가 나오지 않도록 정리를 했다.

재촬영과 개봉 연기 이슈까지 있었던 <엑스맨: 다크 피닉스>(2019년)는 철저히 '기존 멤버'들의 설정을 파괴했고, 작품을 서둘러 정리하는 결말을 선사했다. <엑스맨 시리즈>의 상징과도 같았던 '20세기 폭스' 오프닝에서 마지막 'X'가 제일 늦게 사라지는 장면 역시,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지난 5월 국내에서도 개봉한 <콜 오브 와일드>부터, '20세기 폭스' 인트로는 '20세기 스튜디오'라는 이름으로 변경되면서 시작됐다. 그 로고의 철자엔 'X'가 없기에, <뉴 뮤턴트>의 오프닝은 당연히 디즈니로 바뀐 폭스의 출발점이자, 20주년을 맞이한 '폭스 엑스맨 작품'의 마지막을 확실히 알리는 대목처럼 보였다.

이 글을 읽을 관객이라면, 당연히 <뉴 뮤턴트>가 오랜 세월에 걸쳐서 개봉을 연기한 작품이라는 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2017년 하반기, <셔터 아일랜드>(2010년)의 배경지인 보스턴의 메드필드 스테이트 병원에서 촬영할 때만 하더라도, 이렇게 개봉이 연기될 줄 누가 알았을까?
그때만 해도 <뉴 뮤턴트>는 <엑스맨: 뉴 뮤턴트>(국내 한정)라는 타이틀로, 2018년 4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공개를 앞두고 개봉될 예정이었다. 당시 제작진은 이 작품이 '공포 영화'가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슈퍼 히어로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코스튬도 없으며, 슈퍼빌런도 없다는 것.

그러면서도 당시 폭스의 CEO는 이 작품이 코믹북 원작판 일종의 <조찬 클럽>(1985년), 혹은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1975년)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전자는 10대 문제아 학생들이 한 교실에서 모이는 이야기를, 후자는 범죄자인 '맥머피'(잭 니콜슨)가 정신병원의 탈출을 결심하는 과정을 담았다.

작품의 메가폰을 잡은 조쉬 분 감독은 베스트셀러 동명 소설(<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을 원작으로 한 하이틴 로맨스 영화, <안녕,헤이즐>(2014년)로 '폭스'에 쏠쏠한 수입(약 1,200만 달러의 제작비로, 극장에서만 3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였다)을 안긴 바 있다.

게다가 10대 청소년의 심리를 잘 담아낸 연출을 선보였기 때문에, 제작진은 '뉴 뮤턴트'들의 심리를 잘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을 터. 그러나 <그것>(2017년)의 엄청난 흥행으로 인해, 배급사 폭스는 좀 더 직설적인 공포 장면을 재촬영하기로 하며, 개봉을 연기한다.
2018년 1월, 2019년 2월로 <뉴 뮤턴트>는 처음 개봉일이 연기된다. 약 2개월이 흐른 3월엔 <엑스맨: 다크 피닉스>와의 개봉 시기 조율을 위해 2019년 8월로 개봉을 두 번째 연기했다. 하지만 '재촬영'은 이뤄지지 않았다.

2019년 3월, 디즈니가 폭스를 인수하고, 디즈니 작품들의 개봉 일정과 폭스 작품들의 개봉 일정 조율을 위해, <뉴 뮤턴트>는 개봉 시기를 2020년 4월로 세 번째 연기했다. 그사이 재촬영 계획 소식도 있었고, 'MCU'에 이 작품을 소급해서 적용할 수 있도록, 기존 '엑스맨 시리즈'와의 연결을 없애는 방법도 고안했다는 소식도 흘러나왔다.

하지만 그럴 일은 없었다. 2020년 1월, 디즈니는 이 영화는 'MCU'의 일부가 아니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고, 재촬영도 이뤄지지 못했다. 그 사이에 배우들도 훌쩍 성장했으니, 재촬영보다는 새롭게 모든 장면을 촬영해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 2020년 3월 7일, 조쉬 분 감독은 최종 편집을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는 디즈니의 폭스 인수 과정 중 영화 작업이 중단됐고, 시각효과도 상당 부분 완성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게다가 인수가 완료될 무렵 조쉬 분 감독은 스티븐 킹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TV 시리즈 <더 스탠드>를 작업하기로 하면서, 일은 꼬이고 만다.
작품의 편집이 약 75% 정도 이뤄진 시기에서, 디즈니는 조쉬 분 감독에게 <뉴 뮤턴트>를 완성하기 위해 돌아올 것인지 여부를 물었다. 결국, 조쉬 분 감독은 새로운 편집감독으로 <포드 V 페라리>(2019년)로 아카데미 편집상을 받은 앤드류 버클랜드를 영입하게 된다.

조쉬 분 감독은 "1년 동안 이 영화를 다시 볼 일이 없었고, 1년 전만 해도 생각지 못한 일들을 여기저기서 해냈다"라며, 막바지 작업을 한 소감을 남겼다. 이렇게 '정상적'으로 무사히 개봉은 할 줄 알았던 <뉴 뮤턴트>에 새로운 난제가 찾아왔으니, 바로 '코로나19'였다.

3월 7일, 최종 편집을 마쳤다는 발언을 하고 채 1주일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디즈니는 <뉴 뮤턴트>를 비롯한 주요 작품의 개봉 시기를 2020년 하반기 이후로 연기했다. 심지어 아마존 등을 통해 극장도 아닌 스트리밍 서비스로 제공될 것이라는 이슈도 등장하기까지 했다.

그렇게 <뉴 뮤턴트>는 우여곡절 끝에 미국 기준 8월 28일 개봉을 하게 됐다. 문제는 이렇게 개봉 시기가 꾸준히 연기된 만큼, 작품 평이라도 좋았으면 다행인데, 그렇지 못했다는 것. 사실, 디즈니 내부에선 지난해 여름, 자체 검토 당시, 이 영화에 대한 "한정된 흥행 잠재력"만 있다며, 작품에 감동받지 않았다고.
큰 스포일러가 없는 한도에서, <뉴 뮤턴트>의 분위기를 설명하는, 이 영화의 총체적 난국을 대변하는 장면이 있다. 샤이엔족 인디언 소녀 '대니엘 문스타'(블루 헌트)가 '비밀 시설'에 들어와 탈출하려는 대목이다.

계속 뛰어가던 '대니엘'은 보이지 않는 벽에 막히면서, 코피가 흘러나온다. 그런데 바로 다음 씬에는 '코피'가 보이지 않는다. 그 다음 씬에는 '코피'의 흔적이 다시 등장한다. 이는 필히 편집 단계보다 촬영 단계부터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 편집 단계에서부터, 이른바 '옥에 티'를 잡아주는 스크립터의 역할이 소홀했다는 점이 대놓고 보이는 영화가 <뉴 뮤턴트>였다.

시나리오 자체도 상투적으로 그려졌는데, 영화는 앞서 폭스 CEO가 언급한 영화들 외에, 폭스의 대표 프랜차이즈였던 <메이즈 러너>(2014년)의 냄새도 짙었다. 거대한 미로에서 살아남기 위한 아이들의 생존기, 어른의 음모는 이 작품의 중심 음모와도 유사했다.

게다가 생각보다 강조했던 '공포의 수위'가 높지 않았다는 점에선, 폭스의 최근 영 어덜트 대상 작품 중 하나인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2016년)도 연상됐다. 1970~80년의 영화들에서 영감을 얻었다지만, 영화의 주요 시나리오 흐름은 자사의 영어덜트 대표 상품을 그대로 가져온 셈.
한 가지 변을 하자면, 이 작품을 온전한 <엑스맨> 시리즈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돌연변이가 존재하는 '엑스맨' 세계관에서 가져온 소재이니, '엑스맨'이라는 단어가 등장하기는 하지만, 우리가 알만한 그 멤버들이 나오는 영화는 전혀 아니다. 엄밀히 말하면, <데드풀> 시리즈처럼, 스핀오프에 가까운 셈.

그래도 <엑스맨> 시리즈만의 장점인 여러 소수자와 비소수자 사이의 갈등, 그리고 화합과 연대를 잘만 담아냈다면 이 정도의 악평은 흘러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뉴 뮤턴트>도 그럴 기회가 있었다. 작품의 중반까지는 10대 5인방의 서사가 무난하게 흘러가는 모양새였기 때문.

하지만 이 영화는 후반으로 갈수록, 팀원들간의 갈등과 화합의 과정을 작위적으로 보여주며, 공포 장면을 일명 '깜놀 연출'이라 불리는 점프 스퀘어로 때워냈으며, 동시에 '최후의 갈등 지점'에서 나오는 전투를 상당량 우스꽝스럽게 그려냈다. 히어로 장르 영화, 틴에이지 장르 영화, 공포 장르 영화 모두를 넣으려는 시도는 실패하고 만 것.

마치, <사자>(2019년)의 '불주먹'을 연상케 하는 생각지 않는 유치한 장면으로 클라이맥스를 끝내려는 순간에선, 실소가 나오기까지 했다. 약 3년 이상, 이 작품을 기다린 팬들에겐, 가장 기억하기 싫었을 순간인지도 모르겠다.

2020/09/10 CGV 목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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