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면 성형된다는 물 때문에 벌어진 기괴한 사건

조회수 2020. 9. 10. 14:00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양기자의 영화영수증] <기기괴괴 성형수> (Beauty Water, 2020)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영화 <기기괴괴 성형수> ⓒ (주)트리플픽쳐스
톱스타 '미리'(김보영 목소리)의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일하는 '예지'(문남숙 목소리)는 뚱뚱한 몸매, 못생긴 얼굴로 인해 외모 스트레스를 받는 인물로 등장한다. 그런 스트레스를 더욱 부추기는 인물은 '안하무인'에 가까운 '미리'. '미리'는 자신의 기분에 따라 스태프들을 하대한다.

특히, '예지'의 외모를 지적하거나 물건을 던지며 화를 내기까지 한다. 그러던 중 '예지'는 '미리'의 홈쇼핑 촬영으로 간 방송국에서, 펑크가 난 보조출연자 대신 치킨과 피자와 같은 기름진 음식을 먹는 역할을 맡게 된다.

'예지'가 음식을 먹는 모습은 악의적으로 캡처되면서, 온라인 커뮤니티에 '개극혐'이라는 인기 게시물로 퍼지게 된다. 충격을 받은 '예지'는 방구석에 틀어박혀 밖으로 나오지도 않는 상황에 이르고 만다. 그러던 중 '예지'는 '성형수' 이벤트 당첨 문자를 받게 되고, 말도 안 되는 스팸 문자로 생각하던 '예지'는 핸드폰을 집어 던진다.

하지만 실제로 당첨 선물이 도착하고, 함께 동봉된 USB 안의 영상을 보자 '예지'는 깜짝 놀란다. '성형수 샘플'을 체험한 '예지'의 얼굴은 180도 달라지고, '예지'는 해당 문자를 보낸 '전문 시술사'(조현정 목소리)를 찾아간다.
'전문 시술사'는 강남 지역 고위층 인사 등을 대상으로 은밀하게 시술되는 성형수를 전문으로 다루는 인물. 방송을 통해서 그야말로 '유명세'(인기를 얻었다는 의미로 사용될 수 없는 말이다)를 얻은 '예지'는 '시술사'에게는 좋은 홍보 모델이었고, '시술사'는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을 더욱더 부추기며 얼굴이 아닌 전신 시술을 돕겠다고 나선다. 물론 그 비용은 무료가 아니었고, 할인을 해줘도 약 2억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다.

'예지'는 다짜고짜 부모(김소형/강시현 목소리)에게 자신을 이렇게 못생기게 낳아줬으니, 이제라도 바뀔 수 있게 해달라며 성형비를 달라고 '협박 아닌 협박'을 한다. 그렇게 '예지'는 2억을 낸 후 전신 성형을 하게 되고, '설혜'로 자신의 이름을 바꾸며, 다시 태어난다.

'설혜'는 외모지상주의 사회에서 외모에 대한 스트레스로 억눌렸던 자존감을 회복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더욱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에 빠지며 '성형수'에 의존을 하려 한다. 그리고 그런 의존은 걷잡을 수 없는 파국으로 향한다.
<기기괴괴 성형수>는 오성대 작가의 동명 네이버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 사회적으로 구성된 외모지상주의, 그리고 성형수술에 대한 신체의 부작용 등에서 착안해 제작됐다. 6년의 제작 기간을 통해 만들어진 이 작품은 전 세계 유수 영화제의 주목을 받았다.

애니메이션의 칸영화제로 불리는 제44회 안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장편 경쟁 부문에 초청됐고, 10월에 열리는 제53회 시체스 국제판타스틱 영화제 경쟁 부문에서도 초청을 받았다. 심지어 베니스 영화제 측에서도 "'월드 프리미어'가 가능하다면, 초청하고 싶다"라는 연락이 왔다는 후문.

그렇다면, 이 작품은 왜 이런 주목을 받았을까? 먼저, <기기괴괴 성형수>는 현재 한국 애니메이션의 주축이라 할 수 있는 '유아동 대상' 작품이 아니라는 점에서, 흥미로움을 준다. 동시대를 사는 세대에게 공감이 될법한 소재를 고른 것도 흥미롭다.

웹툰의 영상화를 진행한 조경훈 감독은 "외모는 결국 '껍데기'인데, 이 껍데기로 모든 걸 판단하는 건 문제"라면서, "나 역시 어린 시절 놀림을 당한 적이 있고, 그때 받은 상처가 아직도 생각난다. 사람들은 껍데기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서열을 나누고, 경제적인 부도 나눠 가진다. 이 작품을 통해 이런 비극을 표현하고 싶었다"라고 전했다.
작품은 '예지'의 내적 변화 과정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어린 시절 발레리나의 꿈을 지녔지만, 못생겼다는 외모 때문에 그 꿈을 접었고, 이로 인한 분노를 계속해서 축적한 인물로 설정된 것. '성형수'를 통해 아름다움을 얻었지만, 자신이 지녔던 고정관념을 역으로 표출시켜버린 것.

자신이 부당한 대우를 여태 받은 원인이 오직 외모로만 생각하면서, 자신에 대한 혐오를 드러내고, 덕분에 부모까지 고통에 이르게 한다. <미녀는 괴로워>(2006년)나, <아이 필 프리티>(2018년)와 같은 작품들이 '내면의 아름다움'이 중요하다는 걸 강조하는 것과 다른, 그로테스크한 결말은 인상적이었다.

다만, 이 작품은 전반부와 후반부 사이의 연결이 매끈하게 이어지지 않는다. 이는 '지훈'(장민혁 목소리)이라는 인물의 존재로 인해 벌어지는 일이었다. 신인 배우인 '지훈'은 선배 배우 '미리'의 대기실로 인사를 하러 올 때, 처음 '예지'를 만난다.

'지훈'은 '예지'의 눈동자에 반하고, 그런 '예지'는 '지훈'의 칭찬에 당황한다. 이후 '예지'가 '설혜'로 변한 후, '지훈'과의 만남으로 인해 벌어지는 후반부 사건들은, 1시간 25분이라는 상대적으로 짧은 상영 시간 때문인지 빨리 전개된다.
잠시, 제작진의 변을 찾아봤다. 제작진은 한국 시장뿐 아니라 세계 시장, 특히 원작 웹툰이 가장 사랑받은 중국을 공략했다는 내용의 인터뷰를 보도 자료로 배포했다. 2015년, 불법으로 번역되어 복제된 <성형수> 웹툰이 '웨이보' 등에서 패러디로 인기를 끌었고, 해당 IP를 구매하기 위해 30개 이상의 중국 기업이 경쟁을 펼쳤다.

이후, TV 시리즈와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을 동시에 제작한다는 100억 원 규모의 프로젝트로 수정했으나, 당시 중국 애니메이션 시장이 성장기였기 때문에 이 프로젝트에 대한 부담이 있었다고. 그래서 시장 현실을 고려해 프로젝트 규모가 재조정됐다는 것.

괜스레 묘한 기대감이 들었다. 혹여나 장편 애니메이션도 완성됐으니, 짜임새 있는 각본을 더해 이 1쿨 분량 애니메이션을 만들면 어떻게 될까? 서두에 언급했듯이, 한국 애니메이션 시장은 유아를 대상으로 하면서 한계점에 봉착했다.

심지어 청소년 대상 애니메이션이 발달한 일본 애니메이션계도, 어느덧 자정이 넘어선 심야 시간대에나 방송되는, 특정 팬덤을 중심으로 한 작품들이 양산되어 20세기 후반의 영광을 재현하기 힘들어진 상황. 그렇다면, 한국 애니메이션은 이 공간을 파고 나갈 수 있을까? 어쩌면, <기기괴괴 성형수>는 그런 기대감을 충족시킬 작품 중 하나가 될지도 모르겠다.

2020/09/09 롯데시네마 영등포

Copyright © 알려줌 알지미디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18-2024 ALLYEOZUM INC. All Rights Reserved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타임톡beta

해당 콘텐츠의 타임톡 서비스는
제공사 정책에 따라 제공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