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 연애 한번 해보고 싶었던 남자에게 벌어진 일

조회수 2020. 8. 20. 14: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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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자의 영화영수증] <작은 소망> (The Last Wish, 2019)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영화 <작은 소망> ⓒ 콘텐츠판다
* 영화 <위대한 소원>과 <작은 소망>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위대한 소원>(2016년)은 시한부 선고를 받은 10대, '고환'(류덕환)이 죽기 전 마지막 소원으로 섹스(첫 경험)를 해보고 싶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코믹 드라마 장르물이다. 영화는 처음부터 '웃음'이라는 감투 속에 씁쓸한 기분을 낳게 했다.

오프닝부터 '일본 AV'를 연상케 하는 장면이 음악과 함께 펼쳐지거나, '갑덕'(안재홍)의 대사("내 친구 정자랑 네 난자랑 소개팅을 한 번 한다고 생각하면 안 되냐?") 등 위태로운 상황이 펼쳐지기 때문. 당시 유행하던 'ALS 아이스 버킷 챌린지'를 악용하는 사례에 대해 일침을 날려보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 씁쓸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었다.

이랬던 <위대한 소원>의 중국판 리메이크, <작은 소망>은 어떨까? 작품의 기본 뼈대는 원작을 그대로 따라간다. 물론, 노골적인 '섹스'라는 표현은 사용되지 않는다. '고환'의 포지션에 있던 '고원'(팽욱창)의 소원은 '연애'(恋爱)로 조정된다.
'연애'를 받아들이는 '고원'의 두 친구, '서호'(왕대륙), '장정양'(위대훈)의 모습은 원작 속 '남준'(김동영)과 '갑덕'의 그것과 거의 비슷하다. 아버지(전노민/양 웨)가 갑작스럽게 운동을 준비하면서, 아들과 함께 마라톤에 나선다는 초반 설정도 유사하다. '마지막 승부'가 흘러나오면서, 우지원이 특별출연한 것처럼, <작은 소망>에도 비슷한 장면이 나온다.

하지만 <작은 소망>은 원작처럼 시대를 '현재'로 설정하지 않았고, '2002년'으로 변경했다. 이는 전우생 감독이 "자신의 10대 시절을 담아내고 싶었던 선택"이었으며, "지금은 사람들이 휴대전화로 연락하는 것이 편해졌기 때문"이라고. 그래서 작품엔 온라인(PC엔 '플로피 디스크'를 넣는 곳이 존재한다)과 오프라인(애니메이션 <슬램 덩크>를 보는 친구들의 모습)이 혼재하던 당시의 공기를 담아냈다.

덕분에 <작은 소망>엔 원작에선 볼 수 없는 재미난 포인트가 존재한다. 아버지가 오기 전에 컴퓨터의 열기를 식히려는 '장정양'의 모습, 지금도 '레어템'인 '에어 조던' 신발에 관한 에피소드 등이 그렇다.
이 밖에, 'ALS 아이스 버킷 챌린지'를 악용하던 모습에 분노하던 '남준'의 모습은, 아픈 척하던 걸인의 모습에 분노하는 '서호'의 모습으로 대체된다. 불쾌한 지점으로 여겨졌던, 클라이맥스 장면은 다소 순화됐다.

원작의 경우, '고환'이 '여신'(배정화)과 단둘이 있는 장면 이후, 둘 사이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보여주지 않는 것과 달리, 리메이크에서는 '미스 위시'(젱 멩수에)의 회상을 통해,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직접 보여준다. '고원'이 '미스 위시'에게 남기던 약속이, '서호'와 '장정양'이 '고원'에게 약속해준 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담아냈다. 원작에서 납득이 잘 안 되던 '고원'의 마음을 어느 정도 수용할 수 있었다.

그래서 <작은 소망>은 <위대한 소원>이 보여준 '한국판 섹스 코미디'를 철저히 배제하려 한 청춘 영화로 완성된 것처럼 보인다. 호박에 줄을 긋는다고, 수박이 되겠냐는 말도 있겠지만, 그런데도 중국의 청춘스타 왕대륙, 위대훈, 팽욱창의 활약은 원작과는 다른 소소한 볼거리를 제공해준다. 이 배우들의 힘 덕분에, 풋풋한 10대 청춘 캐릭터들의 우애가 잘 전달된 편.

심지어 <작은 소망>의 엔드 크레딧은 원작에선 볼 수 없는 실제 사람들의 사진(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을 집어넣으면서, '우애'가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한편, 남은 두 친구의 이후 이야기는 쿠키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2020/08/18 CGV 영등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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