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망가진 남자에게 인어가 다가온다면?

조회수 2020. 7. 31. 14:4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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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자의 영화영수증] <파리의 인어> (A Mermaid in Paris, 2020)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영화 <파리의 인어> ⓒ (주)빅웨이브시네마
'인어' 혹은 '세이렌'과 '인간'의 사랑을 다룬 이야기는 전설처럼 구전되어 왔으며, 화가들은 이 소재를 마음껏 예술로 승화시켜왔다. 그리고 '움직이는 그림'인 영화에서도 인어는 놓치면 안 되는 소재로 등장했다. '최초의 극영화 감독'이라고 평가받는 조르주 멜리어스 감독의 작품, <인어>(1904년)는 최초의 '인어 등장 영화'로 기록됐다.

물론, 사랑의 감정을 담기 보다는 마술사 출신답게 트릭을 동원해 '인어'를 스크린에 소개한 작품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맞겠다. 최초의 '사랑 이야기'는 1910~20년대, 최초의 원피스 수영복을 입었던 호주 수영선수 출신 배우 아네트 켈러먼이 연기한 작품들이었다.

하지만 흑백무성영화 시절, 심지어 지금은 '스틸샷'으로만 남아 있는 영화들을 온전히 감상할 수 없는 지금 관객들에게 가장 인상 깊은 '인어-사람 로맨스 영화들'은 무엇이 있을까? 단연, 톰 행크스와 대릴 한나 주연의 <스플래쉬>(1984년), 아카데미 음악상, 주제가상을 받은 디즈니 애니메이션 <인어 공주>(1989년)가 먼저 생각날 것이다.

종목을 달리하자면, 주성치 감독의 코미디 영화 <미인어>(2016년), 지금까지 소개한 내용과는 반대로 '남성 어류'와 여성의 사랑을 다룬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2017년)도 포함할 수 있을 터.
이 장르물에는 묘한 공통점이 있다. 서로 다른 존재가 사랑을 한다는 점. 이는 '차별과 편견'이 판치는 세상에서,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자는 사회적 메시지를 보여줄 수 있다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그래서 디즈니가 자신들의 캐릭터를 파괴하면서까지 <인어 공주> 실사 영화를 준비하는 것이 아닐는지도.

이런 상황에서 나타난 <파리의 인어>는 어떤 것을 보여주고자 했을까? 사실, <파리의 인어>는 <스플래쉬>보다 더욱 빈약한 스토리텔링을 보여주고 있었다. 자신을 사랑하는 인어의 등장에 당황하는 톰 행크스의 맛깔나는 연기도 작품의 완성도에 큰 공을 세웠지만.

이 작품 속 주인공 '가스파르'(니콜라스 뒤보셸)는 파리에서 더는 사랑이 없다고 믿는 남자로 등장한다. 대대로 센강에서 선상 레스토랑을 경영 중인 '가스파르'는, 시대가 변하면서 장사가 되지 않아 배를 처분하려는 아버지와 달리 어떻게든 이곳을 지키고 싶어 했다. '물랑루즈'가 그러하듯 음악과 춤이 있는 낭만의 세계라는 것.

<스플래쉬>의 '알렌'(톰 행크스)도 나름 뉴욕에서 청과상을 경영하는 인물로 등장하지만, 딱히 '연애'에는 소질도 없는 것으로 소개된다. 그리고 두 주인공은 우연히 만난 '인어'를 통해 사랑에 빠지게 된다.
물론, <파리의 인어>에 나오는 '인어'는 <스플래쉬>의 '인어'와는 다르다. 서두에 '인어' 혹은 '세이렌'이라고 언급한 이유인데, 이 작품의 영어 제목은 로 '인어'로 표기됐으나, 프랑스어 원제는 <Une sirene a Paris>로 '세이렌'으로 표기됐다.

서양 문화권에서는 '인어'(Mermaid)와 '세이렌'(Siren)을 구분 짓는다. '세이렌'은 그리스 신화에서 인간 여성의 얼굴에 독수리의 몸을 붙인 전설의 동물이다.

'남성'으로 이뤄진 뱃사람들을 아름다운 노래로 유혹해 배가 난파됐다는 여러 전설이 유럽에선 다양한 형태로 구전됐고, 덕분에 동음이의어로 '아름답지만, 위험한 여자', '요부'라는 단어로 변형되어 사용됐다. 그리고 여기서 나온 말이 현재의 경보음인 '사이렌(Siren)'. 또한, '스타벅스'의 로고도 이 '사이렌'에서 유래됐는데, 그 '사이렌 오더'도 여기에서 나온 유래다.

이야기로 돌아가면, '룰라'(마릴린 리마)는 센강까지 올라온 상처 입은 '세이렌'으로 묘사된다. 보통 '세이렌'을 사랑하려던 남자들은 자신을 구하려던 '의사'까지 포함해 죽고 말았으나, '가스파르'는 그렇지 않았다.
'가스파르'가 사랑의 감정을 믿지 않는, '심장이 망가진 남자'로 설정됐기 때문. 그저, 본성이 착한 사람으로 '룰라'를 도와주려 하는 캐릭터로 등장한다. 이는 상상력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이라 믿었던 '가스파르'의 할머니 덕분인 것처럼 보였고, 덕분에 '가스파르'는 '룰라'를 보면서도 그렇게 당황한 기색이 없었다.

이처럼 <파리의 인어>는 '절절한 사랑'보단 '상상력'이라는 키워드를 지닌 채 전개된다. '상상력'의 날개 앞에 해당 장르물이 전해주던 사회적 메시지는 이미 '기본'으로 탑재된 것. 다만, 비현실적인 동화 같은 이야기에 개연성 높은 내러티브의 전개를 좋아하는 관객에겐 아쉬울 작품처럼 보인다.

한편, <파리의 인어>는 <쿠크하트 : 시계심장을 가진 소년>(2013년) 애니메이션을 공동 연출했던 마티아스 말지우 감독이 연출한 신작이다. 덕분에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오프닝 시퀀스를 통해 작품은 출발하는데, '가스파르'의 파리 활보 장면은 마치 동화책을 넘기는 듯한 느낌이었고, 에펠탑이나 오페라하우스 등 파리의 랜드마크 건물이 아기자기하게 표현됐다.

흥미로운 점은 카메오로 한국 걸그룹 '바버렛츠'가 보사노바풍의 노래를 열창하는 장면이 '카메오 공연'으로 작품 초반부에 등장한다는 점. 마치 1950~60년대 '김시스터즈'의 모습을 떠올리는 듯한 인상을 줬다.

2020/07/24 CGV 목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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