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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운동'의 시발점 담은 이 영화가 외친 메시지는?

조회수 2020. 7. 19. 1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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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자의 영화영수증] 밤쉘: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 (Bombshell, 2019)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영화 <밤쉘: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 ⓒ 씨나몬(주)홈초이스
지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샤를리즈 테론), 여우조연상(마고 로비) 후보작이자, 분장상을 받은 <밤쉘: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이하 <밤쉘>)은 '코로나 19'로 인해 계속해서 국내 개봉이 연기됐고, 이제서야 스크린에서 볼 수 있게 됐다.

이 영화는 미국의 대표 보수 미디어인 폭스뉴스 회장 '로저 에일스'(존 리스고)가, 2016년 23명의 여성으로부터 성폭행 혐의로 고발된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밤쉘'(Bombshell)은 크게 두 가지 뜻을 담았다. 하나는 '(불쾌한 의미로) 폭탄선언'이자, '매우 충격적인 소식이나 일'이며, 다른 하나는 '아주 섹시한 금발 미녀'다. 중의가 담긴 원제는 작품의 주제를 관통한다.

영화는 실제 고발을 진행한 폭스뉴스 앵커 '그레천 칼슨'(니콜 키드먼), '메긴 켈리'(샤를리즈 테론)와 더불어 가상의 인물이자, 나머지 21명을 대표하는 인물 '케일라 포스피실'(마고 로비)을 주축으로 이야기를 펼친다.

작가는 아담 맥케이 감독과 함께 <빅쇼트>(2015년)의 각본을 쓰며, 아카데미 각색상 트로피를 받았던 찰스 랜돌프. 그는 어려운 <빅쇼트>의 배경지식을 쉽게 설명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마고 로비'를 투입한 용어 설명을 진행했었다. '제4의 벽'을 통해 관객과 대화를 하는 방식으로, <밤쉘>에서는 '메긴 켈리'가 '폭스뉴스'의 건물 투어를 진행한다.
건물 투어를 보다 보면, 이 건물 자체가 암묵적인 '위계질서'로 구성됐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이윽고 '폭스뉴스'를 포함한 일부 미디어들이 어떻게 여성을 활용하는가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2017년 사망한 '로저 에일스'는 "TV는 시각 매체"라는 말을 종종 사용했다.

국내에도 2004년 출간됐던 그의 저서 <You Are The Message>를 통해서 유사한 내용을 살펴볼 수 있다. 이 책은 단순히 설득 커뮤니케이션과 관련한 '추천 서적'으로 현재까지도 남아 있지만, 이 책의 챕터 중엔 이른바 "에일스 기법"이 있다. 부제만 놓고 보면 '아이들에게 말하듯이', '자기를 똑바로 바라보게 한다', '쉰세 살의 허풍선이'가 있다.

우린 영화에서 '로저 에일스'가 '자신만의 기법'을 통해, 위계 질서상 아래에 있는 상대 여성을 놓고 한 행동을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다. 가상 인물인 '케일라'가 '로저 에일스'의 집무실에서 성추행을 당하는 대목. 본래 제이 로치 감독과 찰스 랜돌프 작가는 해당 장면을 삭제하려 했다.

그러나 제작자로도 참여한 샤를리즈 테론은 해당 장면을 무조건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적나라한 카메라 구도를 통해 보는 관객이 수치심과 불쾌감 모두를 느끼게 한 이 장면을 넣어야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암묵적으로 방관하고, 침묵으로 범죄를 바라만 보는 것의 위험성을 경고하기 위함인지도 모르겠다.
다시 "TV는 시각 매체"라는 '로저 에일스'의 표현을 돌아가 보자. 뉴스 채널 'CNN'과의 시청률 경쟁 우위를 점하고자, 폭스뉴스의 메인 앵커는 서술한 '섹시한 금발 미녀'가 차지하는 경우가 많았다. 심지어 몸의 윤곽이 그대로 노출되는 짧은 치마를 입어야 했고, 다리를 의도적으로 비추고자, 카메라는 '투명 데스크' 아래 라인을 잡았다.

이런 전략은 단순히 '폭스뉴스'만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한국에선 일부 '야구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의 여성 아나운서들이 주로 그 대상이 됐는데, '민주언론시민연합'은 해당 프로그램의 모니터링 보고서를 통해 아나운서들의 성적 대상화를 지적한 바 있다.

그렇다면, 이런저런 성 차별적인 상황을 보여줬던 <밤쉘>이 주고자 했던 가장 강력한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 <밤쉘>의 네티즌 평점 중 1점 혹은 2점을 던진 '관객'의 평엔 이런 대목이 있었다. "강압에 의해서건 아니건, 처음은 어떤 기대를 하고, 암묵적인 성적 거래를 이어 가다 원하는 것을 쟁취한 후, 혹은 다른 여자가 그 역할을 대신하거나 문제가 될 거 같으니 등 찌르는 영화"라고 말이다.

그렇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정확히 그 '관객'의 주장대로 움직인다. 하지만, 이것은 반대로 이 작품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이기도 하다. 고발을 진행한 여성이 '피해자다움'의 공식에서 벗어났다는 점이다.
피해자가 성폭력을 당하자마자 절규하면서, 경찰에게 '즉시' 신고하고("몇 년도 훨씬 지난 과거의 일을 왜 지금 이 타이밍에"라고 외치는 이들도 많다), 그 일로 인해 평생을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가야 한다는 그런 공식 말이다.

사회적으로 남겨진 이상한 통념 때문에, '피해자다움'에서 벗어난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대표적인 사례가 'N번방 사건'의 피해자도 잘못이 있다고 주장한 일부 몰지각한 이들의 주장일 터. 영화는 '완전무결'한 인물이 아닐지라도, 그들이 모여 이 사회를 변화할 수 있다고 외친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런 외침을 연기한 샤를리즈 테론, 니콜 키드먼, 마고 로비가 모두 '아주 섹시한 금발 미녀'인 '밤쉘'이었다는 점. 단순히 할리우드에서 '밤쉘'로 소비되는 것에서 탈피하고자 한 배우들의 열연은 이 작품의 지분 상당수를 차지했다. 아쉽게도 작품이 주장하는 내용과 별개로, 다큐멘터리처럼 보여주던 전체적인 극 구성은 생각보다 밋밋한 편이었기 때문.

여기에 실화를 바탕으로 하기에, 통쾌함보다는 씁쓸함이 더 밀려온다. 하지만 그 씁쓸함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것 역시 이 작품을 본 관객들과 할리우드에게 있을지도 모르겠다. 실제 이 사건이 터진 후, '미투 운동'이 시작됐다는 것을 떠올린다면.

2020/07/09 CGV 목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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