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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교훈은 혹시 '피임'인가요?

[양기자의 영화영수증] <엔딩스 비기닝스> (Endings, Beginnings,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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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나는 제이지
글 : 양미르 에디터

* 영화 <엔딩스 비기닝스>의 스포일러가 포함됐습니다.

1년 혹은 2년마다 국내 관객을 찾는 드레이크 도리머스 감독의 작품엔 묘한 공통점이 있다. 사람의 감정을 바탕으로 한 멜로를 중심으로 하며, 일부 작품은 SF 장르의 형식을 빌려온다는 것. 인스타그램에서나 볼 수 있는 필터를 사용하며, 색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는 공통점도 빼놓을 수 없다.

그의 시작점(국내 개봉작 기준)은 <라이크 크레이지>(2011년)와 <우리가 사랑한 시간>(2013년)이었다. 두 작품 모두 펠리시티 존스의 열연이 인상적인 작품. 그사이엔 인텔과 도시바가 합작했던 광고 영화 <뷰티 인사이드>(2012년)가 있었다. 이후 한국에서 영화와 드라마로 만들어졌던 그 작품이 맞다.

'모든 감정을 지배당하는 미래'를 바탕으로, 사랑이라는 감정에 끌려버린 두 사람의 이야기를 매혹적으로 담은 <이퀄스>(2015년)에서는, 니콜라스 홀트와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케미와 더불어, 사랑이 없는 '이퀄'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단순한 진리를 보여줬었다.

출처영화 <엔딩스 비기닝스> ⓒ (주)스마일이엔티, CJ 엔터테인먼트

다음 작품, <뉴니스>(2017년)에서는 단순히 '원나잇'을 즐기는 두 사람이, 어떻게 서로를 만나는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해, 이후 연애 과정에서 등장하는 커다란 장벽들을 연이어 소개한다. 사랑의 스펙트럼이 한 가지가 아님을 보여주듯이, <이퀄스>의 무채색 필터보다, 다양한 색의 필터를 사용한 영상미를 자랑하기도 했다.

지난해 개봉한 <조>(2018년)는 인간과 '로봇'의 사랑을 바탕으로, 인간이 사랑할 때 가장 필요한 '조건'은 무엇인가를 물었다. '로봇'이라는 이유로 무언가 거리를 둔 '콜'(이완 맥그리거)에게, 이 사랑이 '가짜'인지 '진짜'인지를 확인하려는 '조'(레아 세이두)의 모습이 이 작품의 주제와 맞닿아 있었다. 특히 '인스턴트 사랑'이 심리적 안정감과는 거리가 먼 쾌락이었다는 것을 작품을 '마약 장면'을 통해 보여줬다.

아무리 뻔한 주제를 담더라도, 기본은 하던 드레이크 도리머스 감독에게 한국 CJ 엔터테인먼트의 자본이 찾아왔다. 한국과 할리우드의 제작 역량을 결합해, 한국 영화의 글로벌화를 노려보겠다는 것이었다.

이미 <기생충>(2019년)의 아카데미 시상식 4개 부문 수상이라는 쾌거, 그리고 '실적'을 달성한 만큼, 과연 한국이 제작한 할리우드 영화는 어떨까 하는 기대감은 클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최소한 기본에 충실한 작품을 보여주던 드레이크 도리머스 감독의 신작이니 더욱 그랬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엔딩스 비기닝스>는 그저 자신의 작품을 복제하는 수준에서 멈추고 말았다. 앞서 언급했던 그의 전작들이 복합적으로 등장했을 뿐 새로움은 찾아볼 수 없었고, 심지어 후술할 주인공의 마지막 선택에 대해서 납득하지 못하고 일반 시사 중 자리를 뜨는 관객도 볼 수 있었다.

<엔딩스 비기닝스>는 4년 동안 '아드리안'(매튜 그레이 구블러)과 연애를 했지만, 최근에 실연을 겪은 '다프네'(쉐일린 우들리)를 주인공으로 한다. 더는 연애도, 음주도 하지 않겠다던 '다프네'는 잠시 이별의 아픔을 정리할 시간을 갖기로 한다.

어느 날, '다프네'는 언니의 집에서 열린 파티에 참여해, 혼자 탄산수를 마시던 중 한때 알고 지냈던 작가이자 대학교수인 '잭'(제이미 도넌), 그리고 유독 자신에게 관심을 두는 '프랭크'(세바스찬 스탠)를 만난다. 두 사람이 친구 사이인지 모르는 가운데, '다프네'는 각자와 데이트를 하고, 이후엔 '성관계'도 나눈다.

'잭'은 '다프네'와 데이트를 할수록 대화가 잘 통하고, 자신의 분야에도 재능이 있는 '다프네'와의 미래를 꿈꾼다. 그리고 '프랭크'와 데이트했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름 '다프네'에 대한 신뢰를 이어간 '잭'은 '다프네'를 두고 출장을 떠난다.

한편, '프랭크'는 '잭'과 '다프네'가 데이트를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우정을 위해 '다프네'를 멀리하나, '잭'이 출장 간 사이 '프랭크'는 '다프네'를 다시 찾는다. '다프네'는 다시 한 번 '프랭크'와 마치 '사랑의 도피'처럼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고, 차 안에서 성관계를 갖는다.

15세 관람가치고는 수위 높은 성애 장면이 나오는 것과 별개로, <엔딩스 비기닝스>는 본래 작품이 보여주고 싶었던 의미를 퇴색하는 결말을 향해 간다. 본래 작품의 의미야, 인간관계를 맺는 것의 의미를 오늘날의 연애 모습으로 보여주고 싶었던 드레이크 도리머스 감독의 전작과 같을 것이다.

관계의 끝에서, 새로운 관계의 시작이 나타난다거나, '다프네'의 성장 서사를 통해 인생과 사랑의 중요성을 역설하고자 했을 것이다. 허나 '다프네'의 '임신 테스트기' 검사 장면 이후부터는 기존에 등장했던 성관계 장면이 괜히 떠올려진다. 특히 그 충격적이었던 일명 '미래의 꿈나무'를 휴지로 닦아내던 대목이.

'나의 몸은 나의 것'이라는 생각으로 '자유로운 연애'를 하던 '다프네'의 캐릭터 성격이 '임신 테스트기' 장면부터 급격히 변화하는 대목도 쉽사리 이해되지 않는다. 임신했다는 사실을 밝히면서, '잭'의 아이가 아닐 수 있다는 말에, 출장에서 돌아온 '잭'은 '다프네'에게서 도망간다.

'잭'은 왜 그렇게 '무책임한 행동(엄밀히 말하면, '잭'도 임신이 가능한 질외사정을 한 것이 아닌가?)'을 했냐고 질책한다. '다프네' 곁을 떠난 '프랭크' 역시 새로 만난 여자친구와 데이트 하던 중 '다프네'와 재회하고, 위로하는 척하며 그 아이가 누구의 아이인지 묻는다. 이 정도면 '다프네'는 뱃속 아이에 대한 환멸을 느낄 법도 하다.

심지어 영화는 임신이라는 사실을 말하는 '여성 의사'에게 '다프네'는 임신 초기이니 낙태를 할 수 있다는 걸 알려주기까지 한다. '선택은 자유'라는 걸 보여주는 상황에서, 영화는 '다프네'가 태어날 아이를 위해 성숙해져야 한다는 길을 택한다.

어머니가 된다는 것이 대단한 일임에는 의심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도 이 아이를 통해 정말로 '다프네'가 성장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배우들의 열연에도 불구하고, 임신을 통해서 자존감을 찾는다는 결말은 목적성 없는 '15세용 포르노'를 계속해서 봤던 관객에겐 와닿지 않았다.

2020/06/24 CGV 용산아이파크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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