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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여자가 야구를 해?!

[양기자의 영화영수증] <야구소녀> (Baseball Girl,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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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예!
글 : 양미르 에디터

"아내가 리틀야구팀에 있는 여학생의 인터뷰를 본 후 내게 안타까움을 전했다. 인터뷰에서는 그 소녀를 천재 야구소녀라고 치켜세우면서도, '여자가 야구를 해?'라는 시선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었다. 나는 그 시선이 편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자 프로농구, 남자 프로배구처럼, 프로야구는 다른 스포츠들과 달리 맨 앞자리에 성별이 들어가지 않는다. 프로야구는 남녀 모두가 뛸 수 있는 무대라는 뜻으로, 남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 최윤태 감독 코멘트 中

여성 선수들의 프로 스포츠 진출은 놀라운 이야기가 아니다. 배구(심지어 여자배구는 국내 프로 스포츠 중 현재 평균 시청률이 제일 높다), 골프, 농구, 축구, 핸드볼 등 다양한 구기 종목이 프로 리그 또는 실업 리그로 운영되고 있는 가운데, 야구는 '아마추어 리그'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프로 스포츠의 메카인 미국마저도, 지나 데이비스, 톰 행크스 주연의 영화 <그들만의 리그>(1992년)로 잘 알려진 '전미 여자 프로야구 리그'(1943~1954년) 이후 장기적인 여성 야구 리그가 열린 적이 없다(그나마 유소년 대상 전국 토너먼트 대회가 명맥을 이어가려 하고 있다).

출처영화 <야구소녀> ⓒ 싸이더스

올림픽만 보더라도, "위험하다"라는 레슬링 종목의 여성 선수 출전을 2004년부터 허용하게 한 상황인데, '월드컵'까지 열리고 있는 여자 야구는 세부 종목에 없다. 대신 좀 더 가벼운 공으로 진행하는 덜 위험한 '소프트볼'에 남성 선수들은 출전하지 않고, 여성 선수들만 출전할 수 있게 한 상황.

(물론 이 내용은 야구와 소프트볼이 정식 종목으로 열렸던 1996~2008년, 그리고 연기된 도쿄 올림픽에 한한다. 2024년 열릴 파리 올림픽에서 야구와 소프트볼은 다시 정식 종목에서 제외됐다) 엄연히 '야구'와 '소프트볼'은 같다고 말할 수 없다. '축구'와 '풋살' 종목을 같은 스포츠라고 말하기에 무리가 있는 것처럼.

현실적으로, 전 세계에서 여자 야구는 '실업 선수 육성' 보다는 '여성 사회인 야구 육성'을 당면 과제로 삼고 있다. 그래야 야구를 보는 것이 아닌, 직접 즐기는 여성 인구 자체가 늘기 때문. 그렇다면, '사회인 야구선수'가 아닌, '직업인 야구선수'는 불가능한 일일까? 이론적으론 가능하다. 한국, 미국, 일본 프로야구에서는 성별의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

하지만, 대다수 스포츠가 남성과 여성을 분리해 진행하는 이유는 '객관적인 신체 차이'가 있기 때문이며, <야구소녀>는 이를 현실적으로 수용한다. 여기에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프로 스포츠 진출의 벽은 젠더를 불문하고, 누구에게나 높다.

<야구소녀> 속 '최진태'(이준혁)가 '주수인'(이주영)에게 던지는 일명 뼈 때리는 멘트를 들어보면, '주수인'이 여성이어서 안 된다는 말을 꺼내는 게 아니었다. '최진태' 역시 프로의 벽을 넘지 못하고, 독립 야구단에서 자신의 꿈을 이어갔고, '박 감독'(김종수)과의 인연 덕분에 학교에 코치로 부임하게 됐던 것.

한편, '주수인'은 볼 회전력이 좋다는 강점을 지닌 '천재 야구소녀'라는 별명을 얻으며 주목받고, 신생 야구팀을 창단한 고등학교에 영입된 '이슈 메이커'였다.

잠시 작품의 각본과 연출을 맡은 최윤태 감독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최 감독은 '주수인'이라는 캐릭터를 만들면서, 안향미 선수를 모티브로 삼았다. 한국 최초로 1997년 고등학교 야구부에 입학한 여성 선수로, 1999년엔 제33회 대통령배 전국고교 야구대회 4강전 선발투수로 경기에 나섰다.

영화를 유심히 보면 '20년 만에 여자 고교야구 선수 탄생'이라는 글귀를 볼 수 있는데, 바로 이 안향미 선수가 주인공. 대학 진학이나 프로팀 입단이 좌절된 상황에서, 안향미는 일본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갔고, 2004년 한국에 돌아와 '비밀리에'라는 최초 사회인 여자 야구팀을 만들었다.

영화로 돌아가, 고교 졸업을 앞두고, 함께 리틀 야구부터 함께 해온 동기이자 친구, '이정호'(곽동연)만이 프로팀에 지명되고, '이정호'는 '주수인'이 보유하던 '학교의 경사'를 가져간다. 학교의 중앙에 배치됐던 '주수인'의 액자가 내려지는 장면이 상징적인 대목.

'이정호'를 인터뷰하러 온 기자에게, 역으로 '이정호'는 '주수인'이 130km를 던질 수 있다고 말하며 관심을 유도한다. 그 상황에서 '주수인'은 단호히 기자의 인터뷰를 거절한다. "130이 왜 대단한 거냐?"라고 말하면서. 이 영화의 주제를 대신하는 대사였다. '여성 선수'로는 빠른 직구 속도겠지만, '프로 선수'의 직구 최대 속도 130km는 아무것도 아니었기 때문.

분명, 여성이기 때문에 오는 편견과 차별적인 대접을 이 작품은 몇몇 장면을 통해 드러낸다. '리틀 야구 시절'에 다른 남자아이들이 저지른 그릇된 행동이 대사로 나온다거나, 남자 선수들의 전유물인 라커룸 대신 화장실 한 칸을 탈의실로 사용하는 장면이 그렇다.

그러면서도 <야구소녀>는 '주수인'의 불리한 조건을 인정하면서, 동시에 그 불리한 조건을 무기로 삼는 방법에 관해 보여주고자 한다. '주수인'은 135km까지 구속을 끌어 올리는 한편, '최진태'의 조언에 따라 직구 대신 너클볼을 통해 프로로 갈 수 있는 현실적이고, 막다른 방법인 '트라이아웃'에 도전한다.

그사이 영화는 '주수인'의 가족에도 포커스를 맞춘다. '수인'의 어머니 '신해숙'(염혜란)은 남편 '주귀남'(송영규)이 수년째 공인중개사에 도전 중인 만년 수험생인 상황에서 실질적인 가장의 몫을 떠안는다. 현실이 냉혹하다는 것을 알기에, 딸의 꿈을 마음 편하게 지지할 수 없다. 그저 "안 되는 거면 빨리 포기해. 그건 부끄러운 게 아니야"라고 말할 뿐.

여기에 작품은 아이돌을 꿈꾸는 '주수인'의 친구, '한방글'(주해은)의 이야기를 덧붙인다. 작품은 이런 사례들을 차곡차곡 쌓아 가면서, 꿈 앞에 있는 현실이라는 벽을 통해, 스스로를 복기하며, 그 벽을 어떻게 넘어갈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한편, '트라이아웃' 장면에서, 영화는 '주수인'처럼 그 벽을 넘어가려는 여성 선수, '정제이미'(원혜련)가 등장한다. '주수인'에게 비웃음 치는 남자 선수들 앞에서 "주수인 파이팅"을 외치며 독려하던 '정제이미'를 연기한 원혜련은 현직 국가대표 여자 야구 선수로, 타자 겸 투수를 모두 맡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파이팅"은 단순히 영화 속 '주수인' 만을 향한 게 아닌 것처럼 보였다. 현실이라는 벽 앞에 서 있는 모든 이들을 위한 '파이팅'은 아니었을까? 문득 야구 소재 드라마 <스토브리그>에서 실제 KBO리그에는 없던 여성 운영팀장 '이세영'(박은빈)이 떠올려졌다. '이세영' 역시 그런 벽을 넘어선 인물이었으니.

2020/06/21 CGV 목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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