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비티'의 조상님이 나타났다

조회수 2020. 6. 14. 1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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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자의 영화영수증] <에어로너츠> (The Aeronauts, 2019)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영화 <에어로너츠> ⓒ 씨나몬(주)홈초이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그래비티>(2013년)는 우주의 한복판에서 인간의 생존을 '리얼타임'에 가깝게 그려낸 작품으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 촬영상, 음악상, 시각효과상, 편집상, 음항편집상, 음향믹싱상까지 총 7개 부문을 받으며 SF계 레전드 영화로 기억되고 있다.

<그래비티>는 우주라는 미지의 공간에서, 인간이 느끼는 공포의 모습이 아름다운 경관과 함께 펼쳐지며, 묘한 대비를 이룬 작품이었다. <에어로너츠>는 이런 <그래비티>라는 영화가 나올 수 있게 해준 '조상님'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조상님'의 실재 이야기를 담은 소설을 바탕으로, 영화라는 '상상력'과 '액션 요소'를 가미한 셈.

그리스 신화에 담긴 '이카로스의 날개' 이야기를 굳이 꺼내지 않더라도, 태초부터 날 수 없었던 인간은 하늘에 대한 동경과 공포를 동시에 지니고 살아왔다. 18세기 중후반, 유인 기구 비행에 성공하면서(이런 기구 조종사들을 영화의 제목인 '에어로너츠'라 부르게 됐다),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자연과학학회인 영국왕립학회는 새로운 연구를 진행한다.

그때 나오는 인물이, 영화 속 기상학자 '제임스 글레이셔'(에디 레드메인)로, 그는 1862년부터 1866년 사이 에어로너츠 '헨리 콕스웰'(영화와 달리 남성이다)과 함께 기구를 타고 다양한 기상 관측 실험을 진행했다.
영화는 1862년 9월 5일, 지상 위 11km의 하늘을 날며 당시 세계 신기록을 깼던 이야기를 극화했다. 한편, '제임스 글레이셔'와 함께 하늘에 있었던 '헨리 콕스웰' 대신 영화는 프랑스의 여성 에어로너츠 '소피 블랑샤르'에서 착안한 새로운 캐릭터 '어밀리아 렌'(펠리시티 존스)을 파트너로 내세운다.

영화는 <하늘로의 추락>이라는 리차드 홈즈의 픽션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는데, '헨리 콕스웰' 대신 '어밀리아 렌'을 창조한 것에 대해 리차드 홈즈는, "좀 놀라긴 했지만, 주인공을 여성으로 바꾼 것은 정말 참신한 생각"이라며, "역사와 상상력의 멋진 조합으로 흥미진진한 영화가 탄생했다"라고 말을 남겼다.

자연스럽게 영화는 성별을 떠나서, 인간의 비행 역사에 한 페이지를 남겼던 여러 인물을 기리는 것으로 변화했다. 동시에 처음 만나는, 성별도 다른 두 인물이 하늘에서의 모험을 통해, 서로를 알아가고, 위기를 함께 돌파하는 내용이 영화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

이미 관객은 에디 레드메인과 펠리시티 존스의 로맨틱한 조합을 '스티븐 호킹'과 '제인 호킹'의 이야기를 다룬 <사랑에 대한 모든 것>(2014년)을 통해 마주한 경험이 있다.
두 배우는 나란히 아카데미 주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고, 이중 루게릭병에 걸린 '스티븐 호킹'이라는 실재 인물을 효과적으로 연기한 에디 레드메인은 생애 첫 오스카 트로피를 들어 올릴 수 있었다. 에디 레드메인은 <신비한 동물사전> 시리즈의 '뉴트 스캐맨더'로 캐스팅되어 마법 세계의 동물 연구가로 변신한다.

덕분에 <에어로너츠>에서는 '머글 세계'의 과학 발전에 이바지하게 됐다는 일종의 배우 개그를 선보일 수 있게 됐다. 에디 레드메인은 급격한 상승에서 오는 기압 변화로 인해 '감압증'을 겪는 '제임스'를 연기하기 위해 직접 저산소증 훈련을 받으며, 실감 나는 연기를 펼쳤다.

<사랑에 대한 모든 것> 이후,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2016년), <세상을 바꾼 변호인>(2018년) 등의 작품에서 여성 서사가 돋보인 캐릭터를 연기하며, 주목받는 스타로 성장한 펠리시티 존스 역시 이번에도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다.

실화와 달리 성별이 바뀐 캐릭터가 등장한 것은 아무래도 당시의 세계관에서 여성이 지녔던 한계인 '유리천장'을 깨는 이미지를 보여줘야 했기 때문일 것이며, 펠리시티 존스는 이 역할의 적임자였다. 서커스 곡예를 펼치는 캐릭터 때문에, 펠리시티 존스는 <태양의 서커스> 팀원인 공중 곡예사에게 실제 곡예를 배우며 스턴트 연기를 배웠고, 일부 장면의 스턴트를 성실히 수행했다.
아무튼, <에어로너츠>를 통해 다시 만난 두 배우는 여전한 케미를 과시했다. 다짜고짜 영화는 처음부터 두 사람이 만나 하늘로 올라가는 것으로 시작한다. 일면식도 없는 두 사람은 서로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기구를 탔고, 그 과거의 이야기는 '리얼타임'처럼 흘러가는 비행시간 중간마다 삽입된다.

서로의 과거사, 그중 영화는 '어밀리아'의 과거사를 더욱더 깊게 파고든다. '어밀리아'가 지닌 트라우마는 긴장감을 만들어내고, 극 후반부 클라이맥스를 위한 디딤돌을 마련한다. 다만, 기구 안에서의 액션에서 나오는 짜릿함과 대비되는 회상 장면의 느릿함에 만족스럽지 않은 관객도 있을 것 같다.

두 배우의 호연과 더불어, <에어로너츠>는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 시각효과상 후보에 오를 정도로 뛰어난 시각 효과 체험의 영화라고 언급할 수 있겠다. 폭풍우가 치는 하늘에서 펼쳐지는 모험이나, '에베레스트'보다 높은 곳에서 일어나는 위험한 순간들이 스릴감 있게 펼쳐진다.

특히 세계무역센터 사이를 걷던 아티스트의 실화를 담은 <하늘을 걷는 남자>(2015년)의 아찔한 장면이 떠올려진, '어밀리아'의 모험이 가장 큰 관람 포인트. 하지만 아쉽게도 일부 공중 장면은 IMAX 상영용 카메라로 촬영됐지만, 국내 IMAX 상영은 불발됐다. 덕분에 1.90:1 가변 화면비의 IMAX 영상을 즐길 기회가 날아간 건 옥에 티.

2020/06/03 CGV 용산아이파크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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