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왜 뜬금없는 소재를 결말에 집어넣었을까?

조회수 2020. 6. 13. 11:00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양기자의 영화영수증] <침입자> (intruder, 2019)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영화 <침입자> ⓒ (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 영화 <침입자>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침입자>의 언론 시사회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 직접적으로 '신천지'라는, '코로나19' 시국에서 큰 영향을 끼쳤던 종교 단체의 언급이 질문으로 나왔다. <침입자>의 후반부가 마치 그 '종교 단체'의 신도 유입 방법과 유사한 수법을 사용했기 때문. 손원평 감독은 "직접적인 언급은 피하겠다"라며, 잠시 말을 아꼈다.

이어 "'코로나19' 때문에 알게 된, '종교 단체' 이야기와 비슷해 놀란 건 사실"이라며, "이야기를 기획할 때는 전혀 그런 이야기가 오간 적 없었다. 하지만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며, 이런 일이 어떤 계기로 수면에 드러날 뿐"이라고 언급했다. 그렇다면, 영화는 왜 이 소재를 수면 위로 올렸을까?

영화 <침입자>는 25년 전, 사라진 동생이 돌아오길 기다리면서, 어린 시절 살았던 집을 그대로 재현한 집을 만들어, 건축계에 주목받는 건축가로 자리 잡은 '서진'(김무열)의 서사로 시작한다. 그는 최근에 사랑하는 아내 '수정'(임선우)을 잃은 후, 트라우마에 빠져 있던 상황이었다.

아내가 없는 집에는 눈이 어둡고, 하반신 마비였던 '서진'의 어머니 '윤희'(예수정), 동생을 잃었다는 트라우마로 인해 '장남'이 방황하는 것이 못마땅하던 가부장적인 아버지 '성철'(최상훈), 그리고 '서진'의 딸로 교통사고로 죽은 엄마가 외국에 있다고 믿는 '예나'(박민하)가 있었다.
이런 가족에게 자신을 동생이라 주장하는 '유진'(송지효)이 나타난다. '서진'은 유사 사례를 경험한 듯 의심과 경계를 늦추지 않지만, 유전자 감식 결과, 친동생이라는 내용이 담긴 '증명서'를 보고 당황한다. '유진'에 대한 의심을 푼 것은 '서진'의 다른 '식구'들이었다.

'가족'의 동의어로 연결되는 '식구'는 국어사전으로 "한집에서 함께 살면서, 끼니를 같이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영화에서는 한 식탁에서 밥을 먹는 장면을 통해, '서진'을 제외한 다른 가족 구성원들이 '유진'에 대한 의심을 해소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자신을 고모라고 소개하던 '유진'을 따르며, 안 먹던 야채를 맛있게 먹는 딸 '예나'가 대표 예.

하지만, 신경증을 앓던 '서진' 만은 계속해서 고뇌와 불안한 감정을 표출해낸다. 집에는 이상한 변화가 감지된다. '서진'은 새 건축 프로젝트 진행 때문에(일과 가정의 밸런스에서 일을 중시하던 '서진'의 모습은 작품의 복선이 된다), 가정부 '정임'(소희정)에게 '유진'을 잘 감시해달라는 주문을 내린다.

그러던 어느 날, '정임'이 사라지고, '유진'이 새 가정부 '희수'(김승비)를 데려온다. 이어 '윤희'의 물리 치료를 돕기 위해 '유진'은 '영춘'(최영우)도 집으로 불러들인다. 심지어 어린 시절 살았던 집의 디자인 대신, '유진'은 자신의 스타일로 집을 리모델링하기에 이른다.
마치 <기생충>(2019년)에서 '박사장'(이선균)네 집에 '기생충'처럼 달라붙었던 '기택'(송강호) 가족의 모습이 연상됐다. '유진'은 '서진'이 정신과 상담까지 받고 있다는 증거까지 꺼내며, 다른 가족과 갈등을 심어준다.

베스트셀러 작가 출신 감독이자, 처음 장편 연출을 맡았던 손원평 감독은 여기까지 자신이 하고 싶었던 바를 끝까지 몰아친다. 손 감독은 '잃어버린 아이, 돌아왔지만 기대와 다른 가족'이라는 테마에 대해 꾸준한 관심을 뒀다고 한다. 집과 가족이라는 보편적이고, 일상적인 공간이나 소재가 비틀리면, 더욱 불쾌하게 그려진다는 것이 영화 <침입자>의 주요 설정.

그럼에도 현실의 상처에서 온 불안감, '동생'의 등장으로 인해 펼쳐지는 이상한 사건들로 만들어진 <침입자>의 메시지는 '반전'에 휘발되고 말았다. "낯선 이는 가족이 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식사 장면'을 떠올린다면, '유진'의 정체인 사이비 교주는 감독이 주고 싶었던 메시지에 잘 연결되지 않고 작위적이었다.

감독이 사이비 종교를 넣었던 이유는 앞서 언급한 복선을 살리기 위함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수정'이 외로움 속에 '사이비 종교'의 꾐에 넘어가고,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쉽지 않았던 상황에서, 남편 '서진'에게 "앞(직장 일)만 보지 말라"고 외쳤던 것.
하지만 '사이비 종교'가 등장하면서 영화는 차곡차곡 쌓아 올린 극의 서스펜스를 박살내버렸다. 심지어 그나마 빠른 톤으로 전개하려던 영화는 '유진'이 차 안에서 설명하는 전사들을 통해 템포를 스스로 늦추고 만다.

소설에서는 인물이 하는 말들을 통해 전사를 설명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직접 시청하는 매체가 아니므로, 독자가 머릿 속에서 사유하는 충분한 장치가 마련되어 있지만, 영상 매체인 영화는 그렇지 않다.

일례로, J.K. 롤링이 직접 각본을 맡은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2018년)는 캐릭터 소개에 치중한 나머지, 정작 영화의 재미를 온전히 이어가는 데 실패하고 말았다. <해리 포터> 시리즈의 방대한 세계관과 서사가 왜 영화로 옮겨질 땐 각색이 되었겠는가?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2001년)이 나왔을 때, 등장 인물의 대사나 수를 압축하고, 꼭 필요한 사건들만 적절히 배합해 원작을 좋아하는 팬들도 수긍할 수 있는 서사를 만들어낸 것을 떠올려 본다면, 소설가와 시나리오 작가(<마법사의 돌>은 스티브 클로브스가 각색했다)는 엄연히 다른 창작의 영역임을 느끼게 해준다.

또한, 결말에 이르러 영화는 강박적으로 극단적인 선택지를 보여주려 한다. 스릴러 작품의 고질적인 한계와 같은 능력 없는 경찰의 모습은 그렇다 치더라도, 마지막 '유진'이 낭떠러지에 선 모습은 극적인 설정을 위한 안일한 선택으로 보였다.

물론, 감독의 의도대로, '서진'이 '유진'의 DNA를 조사한 결과를 파기하면서, '유진'의 정체를 관객에게 열린 결말로 풀어간 것은 영화이기에 가능한 나쁘지 않은 선택지였다. 친가족이었지만 버려지면서 '사이비 종교'의 길에 선 동생이던가, 혹은 작정하고 '사이비 종교 교주'가 저지른 계획 범죄였던 간에, 그 결과가 나오기 전 관객이 "아쉽다"라는 생각을 이미 품었을 테니.

2020/05/27 CGV 용산아이파크몰

Copyright © 알려줌 알지미디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18-2024 ALLYEOZUM INC. All Rights Reserved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타임톡beta

해당 콘텐츠의 타임톡 서비스는
제공사 정책에 따라 제공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