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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깔만 곱던 우디 앨런의 사골국, 이번엔 어땠나?

[양기자의 영화영수증] <레이니 데이 인 뉴욕> (A Rainy Day in New York,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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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놀랐다
글 : 양미르 에디터

우디 앨런 감독의 신작은 역시나 '우디 앨런'다웠다. 세계의 유명 도시를 배경으로 한 아름다운 화면들, 허세가 하늘을 찌를 것 같았던 속물들의 민낯, 그리고 몇 각 관계인지도 세어보기도 곤란한 사랑 이야기는 여전했다.

그의 최근 작품들은 기존의 자신 작품들을 조금씩 변주한 것이었고, 나름 다른 이야기를 하고자 한 것이 눈에 보였기 때문에, 그래도 영화 마니아들에게는 '인생 작품' 중 하나로 그의 영화들을 꼽기도 한다. 대표적인 변주 작품이 <미드나잇 인 파리>(2011년)로, 그는 70대의 나이로 역대 아카데미 시상식 '최고령' 각본상 수상이라는 기록을 세운 바 있다.

하지만 그의 최근 이력은 그야말로 '충격과 공포'에 가까웠다. 심지어 미국에서 이 작품은 정식 개봉조차 되지 못했다. 우디 앨런이 입양한 딸에게 성폭력을 가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배급사 아마존 스튜디오는 개봉 취소를 했으며, 국내 포스터에서도 '우디 앨런 감독'이라는 우리말 글귀는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사건이 터진 후, 레베카 홀, 셀레나 고메즈, 티모시 샬라메 등 배우들은 출연료 전액을 할리우드의 '미투' 운동단체인 '타임스 업' 등에 기부했다. 이 사건이 터진 후 국내 개봉이 진행되다 보니, 영화 자체와 감독의 사생활을 떼고 보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관객이 많았을 터.

출처영화 <레이니 데이 인 뉴욕> ⓒ (주)버킷스튜디오

한편, 미국 로튼 토마토와 국내 평론가들의 평은 거의 비슷했다. 망작도 아닌, 그렇다고 수작도 아닌, 평범한 영화. 어떤 면에서 이 작품은 그런 미지근한 사골국이라는 평을 받게 됐을까? 이번 작품에서 우디 앨런 감독은 나름의 변주를 두고자 했다.

21세기 들어 스칼렛 요한슨, 레아 세이두, 엘렌 페이지, 엠마 스톤, 크리스틴 스튜어트, 주노 템플 등 당대 20대 여성 배우를 주·조연으로 캐스팅한 적은 있어도, 메인 캐릭터 역할에 20대 남성 배우는 없었던 것(콜린 퍼스, 호아킨 피닉스, 제시 아이젠버그, 저스틴 팀버레이크)을 떠올린다면 장족의 발전이라고 해야 할까?

최근 우디 앨런 감독이 선택하지 않았던 '20대 배우(티모시 샬라메/95년생)가 연기한 20대 캐릭터'의 이름은 '개츠비'다. 일부러 감독은 사랑꾼이면서 야심가이며, 속물로 가득 찬, <위대한 개츠비>의 주인공 '개츠비'와 같은 이름을 선택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캐릭터 이름만 '개츠비'이지, '캐릭터'의 주요 골격은 <카페 소사이어티>(2016년)에서 성공을 위해 할리우드로 향한 뉴요커 '바비'(제시 아이젠버그)와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홀로 파리를 배회하던 '길'(오웬 윌슨) 등을 합쳐놓은 것 같다. 변화가 있다면 '부모의 틀'에서 벗어나기 위해, 비뚤어진 모습이 나타난다는 점. 마치 제임스 딘 시대의 영화처럼.

그렇다고 '개츠비'의 캐릭터가 <이유없는 반항>(1955년)의 '짐 스타크' 만큼이나, 현재의 20대가 처한 내적 갈등을 잘 보여줬다면 모르겠으나, '개츠비'는 그저 지나간 세대의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좋아하는 인물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것으로 설정됐다.

심지어 티모시 샬라메가 기존에 청소년을 연기했던 캐릭터들의 설정에 미치지도 못했다. <미스 스티븐스>(2016년), <콜 미 바이 유어 네임>(2017년), <레이디 버드>(2018년), 심지어 <작은 아씨들>(2019년)에서 느껴졌던 그의 감정선은 이 영화에선 이상하리만큼 스며들지 않았다. '현대극'임에도, '개츠비'는 피츠제럴드 시대에 머물러 있었던 것.

그렇다면 나머지 두 주축 20대 캐릭터는 어떨까? 먼저, 98년생 배우, 엘르 패닝이 연기한 '애슐리'는 지금까지의 엘프 패닝 필모그래피 중 최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말레피센트> 시리즈, <우리의 20세기>(2016년), <매혹당한 사람들>(2017년),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2017년), <틴 스피릿>(2018년), <더 로즈 낫 테이큰>(2020년) 등 엘르 패닝은 여성 서사 중심인 작품을 통해서 지금까지 진취적인 여성상을 절실히 표현했다. 그 작품이 평이 좋건, 그렇지 않든 간에. 그런데 '애슐리'는 진취적인 척하는 기회주의적인 속물로 묘사된다. 아무리 작품이 '속물들의 이야기'라는 주제를 담았다지만.

'애슐리'는 지방대 출신일지라도, '학보사 기자'를 할 정도의(아이러니하게 우리나라에 그 출신 중 자신을 악마라 지칭하면서 겉으로는 성폭력 예방하자는 기사까지 썼던 최악의 경우도 있었다) 유능한 인재.

처음만 하더라도 수첩에 취재 내용을 적어가면서, 대등한 위치에서 '롤란 폴라드'(리브 슈라이버) 감독과 인터뷰를 진행했던 '애슐리'. '롤란 폴라드' 감독은 마치 '우디 앨런' 감독에 빙의된 듯 젊은 여성이 중년 남성을 좋아한다는 말을 다짜고짜 꺼내고, 그때만 하더라도 어느 정도 '애슐리'는 자신에 대한 방어 기제를 발휘해 나가려 한다.

인터뷰 후 사랑하는 남자와의 데이트가 있었지만, 감독이 신작을 미리 보여주겠다는 말에 '애슐리'는 덥석 응한다. 취재 정신을 발휘해, 남자친구에게 양해를 구한 후, 먼저 작품을 보는 것은 얼마든지 이해한다. 에디터도 가끔 그럴 순간이 있었으니.

그래도 시사 중 뛰쳐나간 감독을 '취재를 빙자하며', 마치 추적극을 펼쳐가며 따라가는 모습은 딱히 공감되지 않는다. 이후 '애슐리'는 감독과 관련된 상황이 끝났음에도 스타 배우 '프란시스코 베가'(디에고 루나)를 '우연히' 만나고, 스타가 주는 '이름'과 그가 주는 '언어유희' 때문에 홀리고 만다.

심지어 유머랍시고 '애슐리'는 '성적으로 흥분할 때 딸꾹질'을 하게 되는데, 전혀 유머러스하지 않았다. 이는 "청춘이면 자유롭게 사랑도 하고, 그럴 수 있지"라는 이유로 포장된 권력형 성희롱에 가깝다.

<애니 홀>(1977년) 시절이야 먹힐 수 있겠지만, 21세기도 20년이나 지난 지금은 아니다. 평소 우디 앨런 감독이 여성에 대한 선입견이 이 정도구나를 떠올리게 하는, 그러니까 그런 일을 저지르겠지 하는 생각만 들 뿐이었다.

마지막으로, 92년생 배우, 셀레나 고메즈가 연기한 '챈'은 '그나마' 두 캐릭터에 비하면 나아 보일 지경이다. 그런데도 '챈'의 포지션은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 '길'이 약혼자 '이네스'(레이첼 맥아담스)를 버리고, 새롭게 만난 '가브리엘'(레아 세이두)과 정확히 겹친다.

셀레나 고메즈 역시 지난해 칸 영화제 개막작인 <데드 돈 다이>(2019년)를 통해서 SNS와 소통에 관한 중요한 메시지를 기자회견 중 말한 바 있을 정도로, 사회적 이슈에 자신의 목소리를 아끼지 않던 배우였다. 이는 그저 뉴욕의 떨어지는 빗방울 속에 흩날리는 '개츠비'를 위한 구원자처럼 나타난 새로운 인연을 연기한 것과 다른 모습이었다.

한편, 우연의 남발은 우디 앨런 감독의 장기이며, 그의 시그니처와 같은 연출법이기도 하다. 그래서 주로 그가 최근 만들었던 작품은 '판타지'에 가까웠다. '판타지' 세계에선 뭐든지 가능하니. 코니아일랜드에서 이뤄지는 우연의 로맨스, <원더 휠>(2017년) 같은 경우만 봐도, '데드풀'이 쓰는 '제4의 벽'을 보여주기까지 했다.

우연성도 영화이니까 가능하다고 친다만, 이 영화는 도통 우연이 없으면 사건의 전개가 되질 않는다. 결국, 아카데미 촬영상 3회 수상자 비토리오 스토라로 촬영감독의 아름다운 촬영 감각도, 90년대생 배우들과 기존 명배우들의 열연도, 우디 앨런 감독의 패착을 막을 순 없었다.

2020/05/10 메가박스 목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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