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둘이 뮤지컬을 극장에서 본 썰

조회수 2020. 5. 18. 15:4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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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자의 영화영수증] <레미제라블: 뮤지컬 콘서트> (Les Miserables: The Staged Concert, 2019)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영화 <레미제라블: 뮤지컬 콘서트> ⓒ 유니버설 픽쳐스
5월이 되면서 활기를 되찾으려던 극장가가 다시 싸늘해졌다. KOBIS(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최근 3주간 관객 수는 상승 곡선에서 다시 하향 곡선으로 접어들었다. 덕분에 5월 말 개봉을 준비하던 한국 상업 영화들은 다시 눈물을 머금고 6월로 그 시기를 연기해야 했다. 그런 상황에서도 극장가는 신작들을 개봉하며, 생존에 나서고 있다.

지난 2월부터 현재까지, 글을 써야 하는 직업상 어쩔 수 없이 마스크를 착용하면서 영화를 볼 때마다 관객 수를 세어보는 일이 잦아졌다. IMAX와 같은 특별관이 아닌 이상 뒤편에서 보는 걸 선호하는데, 한눈에 '강제 관객 집계'가 가능했기 때문.

나름 서울의 부도심 지역임에도 평일 저녁 시간 5명이 관람했던 회차도 있었고,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그보다 적거나, 약간 많은 관객이 영화를 관람한 경우도 있었다. 그중 <레미제라블: 뮤지컬 콘서트>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사운드에는 지지 않는 MX 상영관, 그것도 주말 오후 황금시간대임에도 불구하고, 나와 어느 한 관객만이 작품을 관람했기 때문.

(엄청난 사회적 거리두기 간격으로 봤다) 흔히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올라오던 '나 홀로 대관'이 이런 느낌인가 싶을 정도였다. 특히 뮤지컬 공연실황이기 때문에, 배우들이 마치 나를 위한 공연을 펼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2019년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16주 동안 열렸던 <레미제라블: 뮤지컬 콘서트>는 일반 뮤지컬 공연과는 다른 '콘서트' 형태로 진행됐다. '뮤지컬 콘서트'는 일반적으로 배우들이 무대에 설치된 스탠딩 마이크를 통해 넘버를 들려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실제 뮤지컬의 세트를 구현할 필요도 없으며, 정장 혹은 캐주얼한 차림의 복장 등을 입고 배우가 무대에 오르는 형태로 공연(가끔 뮤지컬 당시 입었던 의상을 입고 넘버를 부르는 경우도 있다)된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배우들이 실제 뮤지컬 당시 착용한 복장을 그대로 갖추고 무대에 올랐다.

또한, 대극장에서 올려지던 무대 디자인을 중극장 규모로 축약해 선보였다. 등·퇴장로를 무대의 가운데 설치해 '자베르'(마이클 볼)의 마지막 명장면을 극적으로 보일 수 있게 해주는 등 깔끔한 동선을 만들어 냈다.

흥미로운 것은 오케스트라가 있는 '오케스트라 피트'를 무대의 가장 위로 올렸다는 점. 덕분에 'One Day More' 같은 모든 출연진이 등장하는 넘버의 경우, 오케스트라 단원들까지 배우처럼 보여 중극장의 한계를 뛰어넘는 웅장함을 보여줄 수 있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공연 실황이 '비스타비전' 비율로 촬영됐기 때문에, '시네마스코프' 비율 전용 상영관인 MX로 보기엔 좌우 마스킹이 되어 꽉 찬 스크린으로 보기 어려웠다는 것. 대신 사운드 특화관인 MX의 장점을 갖춘 사운드 만큼은 쩌렁쩌렁하게 들려 그러한 단점을 보완해줬다.

또 다른 아쉬움이라면, 카메라 워킹이 있다. 공연실황이라는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선, 촬영하는 카메라의 역동적인 움직임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근래 개봉했었던 <미스 사이공: 25주년 특별 공연>(2016년)의 경우엔 추가 촬영을 진행하면서까지, 최대한 작품의 의도에 맞는 화면을 구성해나갔었다.

하지만 이 작품은 모든 장면을 따로 촬영한 후, 작품의 상황에 맞게 재편집하지 않았다는 것이 너무나도 티가 난다. 예를 들면, 넘버를 소화하지 않는 배우를 잡는다거나, 이미 관객의 시야에서 사라진 배우를 잡는 앵글, 무의미한 컷 전환들은 작품의 극적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였다.

연말 가요프로그램에서 나오는 몇몇 엉망에 가까운 컷 전환을 생각하면 될 것이다. 배우와 관객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하는 작품인 만큼, 나름의 정성도 필요해 보인 순간이었다.
한편, 공연이 끝난 후 이어진 커튼콜에서는 제작자 카메론 매킨토시와 무대에 올랐던 추억의 배우들이 한자리에 올라 앙코르 공연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 커튼콜 장면에서 인상적인 장면은 '졸업식'과 '역할 대물림'이었다.

34년 전, '마리우스'로 데뷔해 이번 공연에선 '자베르'로 함께했던 웨스트엔드의 전설적인 배우 '마이클 볼'은 이 공연을 끝으로 작품을 떠났다. 그리고 '앙졸라' 역을 맡았던 브래들리 제이든에게 '자베르'의 의상을 입을 자격이 있다며, 의상을 준 후 함께 넘버를 불렀다.

이에 카메론 매킨토시는 과거만큼 '고음'이 나오지 않는다며, 과거 마이클 볼이 연기했던 '마리우스'의 고음 파트를 불러달라고 요청했고, 이를 (조금이나마) 소화해낸 장면은 올드팬들에겐 헌사와 같은 대목이었다.

이는 한 뮤지컬이 시대가 지나도 사라지지 않고, 계속 이어간다는 것을 뜻하는데, 덕분에 이 작품은 오리지널과는 다른 시도를 선보이고자 했다.
예를 들면, '에포닌' 역에 흑인 배우인 샨 아코를 캐스팅했다거나, 가녀린 몸의 여성 배우들이 연기했던 '판틴' 역에 풍채가 좋은 캐리 호프 플레처를 캐스팅했다는 점. 덕분에 일부 관객은 해당 캐스팅에 '미스 캐스팅'이라는 언급을 하기도 했다.

물론, <레미제라블>은 이런 시도를 꾸준히 하려던 작품으로 유명하다. 가장 큰 사례는 '에포닌' 역에 아시아계인 레아 살롱가를 1995년 10주년 기념 콘서트에 캐스팅했던 것(이후 2007년엔 '판틴'을 맡았었다)이며, 2010년 25주년 기념 콘서트에선 백인 설정이었던 '자베르' 경감 역을 흑인 배우 놈 루이스가 맡기도 했다.

두 캐릭터 모두 처음 캐스팅될 당시 반발이 많았음에도, 이제는 '에포닌'과 '자베르'가 지닌 캐릭터성을 잘 표현해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계속해서 진보적인 정신을 이야기하고, 노래하던 이 뮤지컬이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지 기대되는 포인트이기도 하다.

2020/05/16 메가박스 목동 M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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