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의 비밀 소재 넣으면 모두 막장이 된다고요?

조회수 2020. 5. 1. 1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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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자의 영화영수증] <애프터 웨딩 인 뉴욕> (After the Wedding, 2018)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영화 <애프터 웨딩 인 뉴욕> 표지 및 이하 사진 ⓒ 영화사 진진
* 영화 <애프터 웨딩 인 뉴욕>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서사가 있는 이야기는 캐릭터들이 '갈등'을 만들어내고, 그 갈등을 '해소'하는 방법으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그런 갈등이 숨겨왔던 '출생의 비밀'이거나, 주인공이 갑작스럽게 '불치병'에 걸려 극이 마무리되는 내용은, 이젠 뻔한 소재라는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특히 '출생의 비밀'을 중심으로 한 '막장 드라마'의 경우는 더 말할 것도 없을 터.

하지만 <애프터 웨딩 인 뉴욕>은 이 두 소재를 가지고 있음에도, '결이 다른' 드라마를 만들어낸다. 주인공의 갈등이나 심리를 자극적이지 않게 다룬 점도 있겠지만, 그 주인공의 선택이 절절히 관객에게 충분히 공감되고, 이입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20년 전, 뉴욕에서 떠나 인도에 정착해 아동 재단을 운영하며 살던 '이자벨'(미셸 윌리엄스). 지원금 마련이 절실한 '이자벨'에게 미디어 그룹 '호라이즌'으로부터 후원 제안이 날아온다. 직접 뉴욕으로 와야 한다는 조건에 잠시 망설였지만, 함께 아동 재단을 꾸려가는 동료들의 설득 끝에 '이자벨'은 뉴욕으로 향한다.
'호라이즌'으로부터 임시 주거 공간 등 호화로운 대접을 받으면서도, 그 호의가 영 석연치 않던 '이자벨'은 기업 대표 '테레사'(줄리안 무어)를 만난다. '테레사'는 후원 내용을 검토할 시간이 없다는 말과 함께, '이자벨'에게 자신의 딸 '그레이스'(애비 퀸)의 결혼식에 초대하며, 함께 서로를 알아가자고 말한다.

그렇게 결혼식에 간 '이자벨'은 '테레사'의 남편, '오스카'(빌리 크루덥)를 바라보며, 옛 기억을 되살핀다. 알고보니 '그레이스'는 '이자벨'과 '오스카'가 상호 협의로, 결별 전 입양 보내기로 한 딸이었다. '오스카'는 '그레이스'를 입양 보내려 했지만, 결국 마음이 내키지 않아 키우기로 결정했고, 그사이 '테레사'를 만나 결혼했던 것.

'테레사'는 여성 경영자로는 이례적으로 '호라이즌'을 미국 굴지의 미디어 그룹으로 일궈내면서, 동시에 친자식임이 아님에도 '그레이스'를 키워갔다. 하지만 네 사람에게 전혀 의도치 않은 상황에서 찾아온 '출생의 비밀'은 분위기를 절망으로 몰고 간다.
제79회 아카데미 시상식 외국어 영화상 후보작인 수잔 비에르 감독의 덴마크 작품, <애프터 웨딩>(2006년)을 원작으로 한 <애프터 웨딩 인 뉴욕>(원 제목은 국내 개봉명과 달리 <애프터 웨딩>으로 동일하다)은 주인공의 성별을 남성에서 여성으로 바꿔 시대의 분위기를 더 반영하고자 노력했다.

리메이크 작품을 연출한 바트 프룬디치 감독은 지난 2003년 결혼한 배우 줄리안 무어를 통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받아 각색을 진행했다. 이번 작품의 제작자로도 참여한 줄리안 무어는, 남성을 중심으로 했던 원작의 시선에서 성별이 바뀌었기 때문에, 인물을 바라보는 관점이나, 관계 설정에 대한 분석을 감독에게 조언해줬다.

줄리안 무어는 자신에게 첫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안겨준 작품, <스틸 앨리스>(2014년)의 캐릭터 '앨리스'와 유사한 '테레사'를 맡았다. 일과 가정 모두를 소홀히 하지 않던 '앨리스'가 갑작스럽게 치매에 걸렸음에도 불구하고, 당당하게 자신의 삶에 맞섰던 것처럼, '테레사' 역시 자신의 마지막을 품위 있게 준비한다.

줄리안 무어는 "자기 주도적인 삶을 살아가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는 건 정말 멋진 일"이라는 소감을 남겼다. 한편, 미셸 윌리엄스도 4차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후보에 올랐던 내공을 고스란히 발휘해냈는데, 두 배우의 대립각, 그리고 그 대립에서 이뤄지는 화해의 과정은 인상적이었다.

2020/04/25 CGV 목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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