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SNS 스릴러' 영화가 엉성해 보였던 결정적 이유

조회수 2020. 4. 25. 1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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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자의 영화영수증] 서치 아웃 (Search Out, 2019)
글 : 양미르 에디터
* 영화 <서치 아웃>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SNS의 문제점을 다룬 범죄 스릴러 영화는 매해 관객을 찾고 있다. 그만큼 SNS로 자신의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익숙한 세상이 됐으며, 이런 SNS상의 정보 공유로 인해 스스로 범죄에 노출할 기회를 제공한다. 이런 스릴러물은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하는 역할도 해주며, 현실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관객에게 서늘한 긴장감을 주게 한다.

<서치 아웃>을 보면, 이른바 'N번방 사건'이라 불리는, '텔레그램 성착취 범죄'를 떠올리게 한다. 순간의 선택이 피해자를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리게 하고, 경찰이나 주변인에게 신고할 수도 없는 상황으로 이끄는 가해자들의 모습이 유사했기 때문.

물론, <서치 아웃>은 2013년 러시아에서 일어난 연속 자살 사건인 '블루 웨일(Blue Whale)' 범죄에서 착안한 영화다. '블루 웨일'이라는 가상 게임 그룹에 가입한 청소년들은, 처음엔 '관리자'가 정한 공포 영화를 본다거나, 지정된 노래를 듣는 상대적으로 가벼운 미션을 수행한다.
하지만 자해와 같은 범죄를 수행하게 하거나, 게임에서 이기기 위해선 '자살'이라는 극단적 미션을 수행해야 한다는 '믿을 수 없는' 선택을 하도록 유도된다. 현실과 게임을 구분하는 것이 어려웠던 청소년들은 결국 극단적인 결정을 했고, 이 게임은 유럽 전역, 남미, 심지어 중국 등 20여 개국에서 피해자가 속출하는 대형 범죄로 번져갔다.

<서치 아웃>을 통해 처음으로 장편 메가폰을 잡은 곽정 감독은 "자신을 무너뜨린 미션을 한 후, 결국 자살을 선택한다는 것은, '사회적 외로움과 삶의 죽음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밝혔다.

단순히 'SNS'에서 자신을 보여주기 위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많아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는 그는 "무엇이 진짜 자신의 삶이고, 행복인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라며 작품 기획 의도를 남겼다. 여기에 이 작품은 '블루 웨일'처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범죄로 설정되지 않고, 취업 준비생들이 밀접한 고시촌을 무대로 하며, '20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성인'이 됐음에도 여전히 삶의 목표를 찾지 못한 청춘들을 내세우며, 그들이 스스로에 대한 책임 의식으로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영화를 제작했던 것. 하지만 이런 좋은 소재와 기획 의도를 지닌 작품은 아쉬운 결과물로 귀결되고 말았다.

이와 비슷한 장르의 영화로, 독립영화 수작으로 평받는 <소셜포비아>(2014년)와 비교하면 어느 정도 그 차이를 느낄 수 있다. SNS가 일상이 된 '밀레니얼 세대'의 사고를 영화에 잘 녹여냈으며, 가상 공간의 문제를 현실 공간의 문제로 끌어 올리면서 나오는 인간 내면의 불안 요소나, 긴장을 스릴러 형태로 보여준 것과 달리, <서치 아웃>은 시작부터 덜컹거렸다.

긴장감 파괴의 원인은 '웃음을 주면 안 되는 순간'을 잡아내지 못한 캐릭터 때문이었다. <소셜포비아>에서 인기 BJ '양게'(류준열)의 모습은 우스꽝스럽지만, 적절한 선을 지키며 긴장감을 유발한다. 하지만 이시언이 연기한 경찰 준비생 '성민'의 모습은 작품의 긴장감을 오히려 튀게 만든다. 심지어 경찰 공무원을 하겠다는 '성민'이 취하는 행동이나, 발언은 선을 넘는 것처럼 보인다.

이시언의 전작인 <아내를 죽였다>(2019년)가 그러하듯, <서치 아웃>은 이시언이라는 배우에게 진지함을 더욱 뽑아낼 수 있는 선택지가 얼마든지 제공할 수 있었지만, 그저 예능의 이미지를 '복사 및 붙이기' 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극의 중심을 잡아줘야 했을 맏형 '성민'이 흔들리니, '준혁'(김성철)도 함께 흔들려버린 것은 아쉬운 대목. 경찰 대학을 다니던 학생들이 범죄 현장에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는 내용을 담은 코미디 영화 <청년경찰>(2017년)에서, 두 주역인 박서준과 강하늘의 호흡이 찰떡처럼 맞은 것을 떠올려본다면 더욱더 아쉽다.

게다가 '걸크러쉬'를 강조하기 위해서, "나는 현장 체질"이라는 말 한마디만 남기고 액션을 보여주는 흥신소 '해커' 직원, '누리'(허가윤)의 모습은 안타까웠다. 지금까지 나온 모든 문제는 배우의 문제라기보단, 감독이 자신이 보여주고 싶었던 의도를 제대로 옮기지 못했기 때문에 벌어진 것이었다.

그렇다고 이 영화는 작품의 주제인 청년들이 처한 '문제의식'을, 그저 겉핥기의 요소로만 잡아내려 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영화는 꿈을 이루기 위해, 나름의 고민을 하고 있던 소녀(이제 막 성인이 된)를 게임의 희생양으로 등장시킨다. 이 소녀가 '책임감'이 없어서,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은 아니었으며, 그저 '준혁'과 '성민'을 움직이기 위한 도구로만 작동됐다.
심지어 두 사람은 소녀에 대한 일말의 '흑심'까지 품은 것처럼 보였다(앞서 언급한 경찰 지망생이 하면 안 되는 행태 중 하나다). 두 사람이 죄책감을 받아서, 마치 '정의의 사도'가 되어 움직이는 모습은 청년들이 가진 고민과는 동떨어져 보인다.

이는 '준혁'의 캐릭터가 지닌 '정의로움'이 그저 자기방어의 수단은 아니었겠느냐는 생각까지 하게 만든다. '준혁'은 SNS에서 소원을 들어주는 활동을 인물로 활약하지만, 이는 그의 '취사 정의선택'으로 벌어진 전사로 인해 태어난 것이었다. 그런 그의 '영웅적' 심리 상태를 제일 잘 알아채던 인물이, 오히려 빌런이 되어 등장한 것도 아이러니를 남긴다.

이는 빌런과 '준혁', 모두 설득력을 놓게 해주는 원인을 제공했기 때문. 이럴 때 흔히 '클리셰'라는 표현을 붙여가며 설명할 수도 있겠지만, 이 영화가 엉성해 보인 결정적인 이유는 감독이 말하려던 작품의 주제가 영화의 기승전결 구조와 일치하지 않았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2020/04/17 CGV 목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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