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지겹다는 이들에게 바치는 영화

조회수 2020. 4. 24. 17:14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양기자의 영화영수증] <유령선> (Ghost Ship, 2019)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영화 <유령선> 표지 및 이하 사진 ⓒ (주)엣나인필름
지난 4월 19일 방영한 시사 프로그램 <저널리즘 토크쇼 J>의 마지막 장면은 의미심장했다. 세월호 참사 1주기부터 6주기까지 언론은 한결같이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O년이 지났습니다"라는 말을 반복하며, 여전히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는 말을 되풀이한다.

오죽하면 유가족도 "이게 진실이다. 더는 팔 거 없다. 온 국민, 가족들이 납득할 수 있을 때만 세월호 얘기가 더는 안 나올 거 같다"라는 말을 한국기자협회의 유가족 사죄 방문 자리에서 할 정도. 그러나 세월호 침몰 사건 관련 공소시효가 채 1년이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여전히 그 진상규명의 길은 멀고도 험난해 보인다.

영화 <유령선>의 포털 평점 사이트에서 1점을 찍고 있는 평들은 하나 같이 뻔했다. 수십 개의 평점 중 "영화는 안 봤지만, 세월호 '사골국'이 지겨워서 1점 드리니, 그만해라"라는 글을 읽었다. 과연 그럴까? <유령선>은 2018년 4월 개봉해 54만 명이 관람한 다큐멘터리 <그날, 바다>의 스핀오프로, 지난해 DMZ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메이드 인 차이나>라는 제목으로 첫선을 보였다.

<그날, 바다>는 이전 정부가 발표한 세월호 침몰 원인 발표가 정확하지 않다는 것으로 시작해서, 한 가설을 제시하며 끝냈다. 물론, 제시한 가설에 대한 사실 여부보다, 풀리지 않은 이야기에 국민적 관심이 더 필요하다고 영화는 말했다.
<그날, 바다>에서 흥미로웠던 점은 "항적 데이터 'AIS'가 조작됐다"라는 증거들을 제시했던 것. 하지만 메이저 언론(영화는 지상파 3사인 KBS, MBC, SBS 방송국에 있는 로고를 촬영해 담았다)은 영화의 개봉 소식만 다뤘을 뿐, 그 영화 속 데이터에 대한 내용이나, 진위 여부에 대해선 추가 보도하지 않았다.

2018년 12월, <그날, 바다>의 제작진은 제2기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로부터 전달할 데이터를 발견한다. 2014년, 국회에 제출됐던 'AIS 항적 데이터'에서, 정부 관제 센터 서버에서는 나오면 안 될 스웨덴 '군함'의 데이터를 찾은 것. 스웨덴 군함의 좌표를 추적한 결과, 그 위치는 중국 남부에 있는 선전시였다.

GPS의 오류 범위가 1km 이내라는 것을 떠올리면, 이상한 위치인 셈.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은 전 세계 선박의 무선통신 번호를 관리하고 있으며, 규정에 따라 모든 선박은 GPS 수신기를 설치해야 한다.

그러나 불법 어업이나, 밀수 등 하면 안 되는 일들을 하기 위해서, 'GPS 조작'이 암암리에 일어났다. ITU는 이런 조작 사례를 파악하고 있는 상황. 게임 <포켓몬 GO>의 열풍이 거셌을 당시, 'GPS 조작'을 통해 더 많은 이득을 취하려고 한 이들에 대한 차단이 이뤄진 것처럼. 하지만 'GPS 위치'만 조작된다고 모든 조작이 끝나는 것이 아니다.
'AIS 장비'는 모든 위치 정보나 움직임 등의 데이터를 다른 선박이나, 지상관제 센터로 전달해야 하므로, 주변 선박의 위치까지 모두 조작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잘못된 정보가 함께 정부 관제 센터의 데이터에 포함됐다는 것이 <유령선> 제작진의 주장이다.

그리고 2014년 국회 제출 데이터와 이후 발표한 정부 데이터의 내용이 다르다는 점도 지적하며, 누군가가 이 데이터를 조작했다는 의문을 제기한다. 당연하지만, 스웨덴 정부 측에선 그곳에 군함이 있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라는 답을 제작진에게 전달했다.

짧은 상영 시간 때문에 마치 게임 'DLC'가 연상된다는 의견도 있다. 여기에 김지영 감독은 "차후에 밝혀지겠지만, 세월호의 AIS 데이터 조작 수사가 안 됐으면 바라는 사람이 너무 많다"라며, "그리고 이 데이터 조작에 관해서 가짜 뉴스를 퍼트리는 언론들도 많다. 이들이 있는 한, 그다음 작품을 만들어서 더 이상 데이터 조작 수사를 가로막지 못하게 이정표를 만들 필요가 있다"라고 영화의 의의를 소개한 바 있다.
방대한 데이터가 있는 만큼 쉬운 내용은 아니지만, 영화는 2D와 3D 애니메이션을 통해 빠른 이해를 돕기 위해 노력하며, 중간마다 지난 작품엔 나오지 않은 'AIS 데이터' 전문가를 섭외하며 신뢰성을 높였다.

지난 4월 15일, '코로나19'의 여파로 인해 관객 동원이 저조할 것을 알면서도, 제작진은 '세월호 6주기'이기 때문에 개봉 일을 선택하게 됐다. 김 감독은 "사고 원인에 대해서는 너무나 많은 거짓으로 물들어 있다"라며, "특히 언론이 큰 잘못을 했다. 사고 원인에 대한 거짓, 데이터 조작에 대한 조사가 하나도 진전된 적 없다"라고 말했다.

<자백>(2016년), <공범자들>(2017년) 등 다양한 사회 고발 다큐멘터리가 극장에서 개봉할 당시, 제작진은 입을 모아 "뉴스를 극장에서 봐야 할 수밖에 없는 사회"라고 외쳤다. 기성 미디어의 책임 회피가 끝나지 않는 한, 우리는 계속해서 저널리즘 영화를 극장에서 찾아야 할 지도 모르겠다.

2020/04/18 메가박스 신촌

Copyright © 알려줌 알지미디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18-2024 ALLYEOZUM INC. All Rights Reserved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타임톡beta

해당 콘텐츠의 타임톡 서비스는
제공사 정책에 따라 제공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