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핵잠수함 액션영화, 프랑스판 '강철비' 같다

조회수 2020. 3. 11. 18:4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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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자의 영화영수증] <울프 콜> (The Wolf's Call, 2019)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영화 <울프 콜> 표지 및 이하 사진 ⓒ 판씨네마(주)
* 영화 <울프 콜>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잠수함 스릴러' 장르 영화는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일어난 실화를 바탕으로 한 <특전 유보트>(1981년), <U-571>(2000년), 그리고 전후 미국과 '소련', 혹은 러시아의 관계를 다룬 <붉은 10월>(1990년), <크림슨 타이드>(1995년), <K-19 위도우 메이커>(2001년), 최근 등장한 <헌터 킬러>(2018년) 등이 있다.

<특전 유보트>를 제외하면 앞서 언급한 모든 작품이 미국의 시각으로 그려졌기 때문에, 점점 진부하다는 비평가의 평론을 받아야 했다. 잠수함이라는 폐쇄적 공간에서 '계급'을 중심으로 한 인물들의 대립 구도, 혹은 애국주의가 담긴 시선으로만 작품이 만들어졌다는 것.

물론, 할리우드에서 제작하지 않은 영화들도 이와 비슷한 '클리셰'로 채워졌다. 봉준호, 장준환 감독 등이 쓴 시나리오로 완성된 한국형 핵잠수함 영화 <유령>(1999년)이나, 러시아 핵잠수함 '쿠르스크호 폭발 사고' 실화를 바탕으로 한 <쿠르스크>(2018년) 등이 그 대표적 예.
특히 <쿠르스크>는 서유럽 국가들이 합동 제작하며, 러시아의 '선택'을 비판하는 형태로 만들어졌다. 지금부터 소개할 <울프 콜>도 유사한 클리셰로 구축된 것은 맞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영화 작법 구성의 틀에서 나올 수밖에 없는 유사점이다. 먼저, 이 작품은 지금까지 '주인공'으로 삼지 않은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함장이나 부함장 중심의 이야기가 아닌, '음향탐지사'를 주인공으로 한 것. 최첨단 기술이 탑재된 핵잠수함이라 할지라도, 수중에서 들리는 다양한 음파를 해석하는 일은 오로지 인간의 몫이라는 아이러니한 상황은 영화로 옮기기에 적절한 선택이었다.

또한, 예산 등의 문제로, 어뢰나 미사일이 날아오는 장면보다는, 해상 감시 레이더, 배우의 표정, 음파의 형태로 액션이 그려지는 장면 비율이 더 높다 보니 실감 나는 음향 효과는 필수였다. 덕분에 이 작품은 디자인부터 믹싱, 편집 과정까지, 음향에 특수성을 띤 '잠수함 스릴러'가 됐으며, 프랑스의 아카데미인 '세자르 영화제'에서 음향상을 수상하며 음향 효과를 인정받았다.
영화는 핵 추진 공격 잠수함(SSN)인 '티탄함'의 시리아 임무 수행으로 문을 연다. 음향탐지사 '샹트레드'(프랑수아 시빌)는 잘못된 음파 해석으로 인해, 동료를 위험에 빠뜨린다. 적의 '소나(음향탐지기)'에 탐지되면서, 늑대 울음소리처럼 나오는 '울프 콜'이 미확인 잠수함으로부터 나왔기 때문.

다행히도 '그랑샹'(레다 카텝) 함장의 약간은 무모한 전략으로 '티탄함'은 위기를 모면한다. '그랑샹'은 실수를 저지른 '샹트레드'에게 질책보다는 격려의 말을 전한다.

뭍으로 올라온 후, '샹트레드'는 어떻게든 '울프 콜'을 낸 미확인 잠수함의 정체를 알아내고자 기밀 자료까지 뒤져보게 되고, 결국 퇴역한 줄 알았던 '구소련 시절 잠수함'이 냈다는 걸 깨닫는다. 한편, 러시아의 무력 도발로 유럽은 전시 상황에 버금가는 긴장감이 이어지고, 핵탄두 미사일 잠수함(SSBN), '무적함'의 함장으로 승진한 '그랑샹'은 대통령으로부터 러시아를 향한 핵미사일 발사 명령을 받는다.

안토닌 브로디 감독은 '프랑스 대통령'의 핵미사일 발사 명령은 함장과 부함장의 '검증 절차'가 완료되면, 두 함장의 상관뿐 아니라 발사를 명령한 대통령도 취소할 수 없다는 사실에서 영화의 스토리라인을 키워나간다.
모든 도발이 결과적으로 러시아의 소행이 아니라는 것이 드러나고, 핵미사일 발사를 취소해야 하는 상황. '그랑샹' 함장을 막기 위해, '샹트레드'는 '스텔스 모드' 상태로 있는 '무적함'의 위치를 음파로 알아내기 위해 '티탄함'에 다시 승선한다. '그랑샹'은 자신과 함께 운명을 같이했던 '티탄함'으로부터 온 메시지를 받고 고뇌에 빠진다.

'석연치는 않지만, '정상 검증'을 마친 국가의 명령에 불복해야 하는가? 아니면 자신을 믿어온 이들에게 국가의 임무를 방해하지 말라고 어뢰를 날려야 하는가?' 초중반 잠시 늘어졌던 분위기와 달리, 영화의 후반부는 이런 '그랑샹'의 고뇌로 인해 긴장감이 증폭된다.

<울프 콜>은 '억지 이론'을 통해 현재 '유럽'의 정세를 충실히 담은 작품이다. 영화에선 '전쟁 억지력'으로 언급되는 '억지 이론(Deterrence Theory)'은 냉전 시대 '핵전쟁 위기'에서 나온 것으로, 상대국이 선제공격을 단념할 수 있도록, 국가가 더욱 군비를 확장하는 전술이다.

누가 먼저 핵으로 공격하더라도, 상대가 그만한 핵으로 보복할 것이고, 이로 인해 양측이 공멸하는 상황으로 연결되는 셈. 현재 핵확산방지조약(NPT)에 가입된 국가 중 핵을 보유한 곳은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으로, 이 중 '브렉시트'로 유럽연합(EU)에서 나간 영국을 제외하면, 프랑스는 유일한 EU 내 핵무기 보유국이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최근 뮌헨 안보회의에서 "유럽 대륙이 미국의 핵우산이 아닌 프랑스의 핵우산으로 들어와야 한다"라고 말했다. 유럽의 외교 안보 정책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줄이고, 대신 프랑스의 영향력을 늘리고 싶어 하는 마크롱 대통령의 속내가 드러난 발언. 마크롱 대통령은 2017년 부임 이후 핵무기의 현대화를 공약으로 제시했었다.

그리고 '핵 억지력'을 과시하기 위해 그해 'SSBN급' 핵잠수함 '르 테리블'에 탑승해 미사일 발사 시뮬레이션에 참여하기도 했으며, 영화의 초반 배경지인 '시리아'를 향해 2018년 미국, 영국과 합동으로 화학무기 시설을 공습하기도 했다.

최근 프랑스의 군사·외교적 행보를 조금이라도 인지한 상황에서 이 영화를 보면, 마치 '유럽 전체의 핵전쟁 위기 시나리오'를 보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도 있겠다. <강철비>(2017년)가 개봉했을 당시, 한반도를 둘러싼 '핵전쟁 시뮬레이션'을 보는 느낌과도 유사할 터.
이는 전직 프랑스 외교부 소속 외교관으로, 미국과 스페인 내 프랑스 대사관에서 근무한 바 있는 안토닌 보드리 감독의 뛰어난 스토리텔링 덕분에 가능했다. 그는 첨예한 군사·외교 관계에선 소수의 큰 용기가 필요하다는 메시지,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임무를 수행 중인 모든 영웅에게 대한 존경을 담아 작품을 쓰고, 연출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또한, 영화는 절차로 이뤄진 시스템과 인간의 최종 선택 중 어떤 것이 옳은지, 가치 판단의 중요성을 전해준다. 한편, 프랑스는 지난해 638억 달러의 국방비를 지출하며 세계 5위의 국방비 지출 국가(대한민국 10위, 431억 달러)가 됐다.

그러면서도 이 영화는 은연중 프랑스의 국방력을 칭찬하면서, 아직 더 많은 지출이 필요하다는 장면이 나온다. 최첨단 기술이 담긴 '무적함'과 달리, 고장 난 스크린이 있는 '티탄함'에선 "이게 프랑스군의 현실"이라고 말하는 대사가 그 대표 사례.

2020/03/07 메가박스 목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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