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감독은 원래 이런 영화를 만들었었다

조회수 2020. 3. 5. 18:4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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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자의 영화영수증] <젠틀맨> (The Gentlemen, 2020)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영화 <젠틀맨> 표지 및 이하 사진 ⓒ (주)영화사 빅, (주)다날엔터테인먼트
<젠틀맨>을 연출한 가이 리치 감독은 지난해 <알라딘>을 통해 '10억 달러' 흥행 감독의 반열에 올라섰다. 하지만 그의 스타일이 완벽히 드러난 영화는 아니었다. 특히 뮤지컬 장르 연출이 거의 없었던 덕분에, 몇몇 장면은 디즈니 뮤지컬 영화의 '세컨드 유닛' 촬영감독인 앨런 스튜어트의 힘을 빌리기도 했었다.

'세컨드 유닛'은 대규모 군중 장면, 스턴트 장면 등 감독이 직접 연출에 참여하지 않는 분야로, 덕분에 대규모 앙상블이 등장한 'Prince Ali' 노래의 경우, '가이 리치' 스타일이기보다는 일반적인 뮤지컬 실황 중계 화면의 향기가 났다. 그의 맵시 있는 연출은 적당히 타협됐으며, 희석돼 잘 찾아볼 수 없었다.

그렇다면, '가이 리치' 스타일은 무엇일까? 그의 스타일을 언급하려면, 첫 연출 작품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가 나온 1998년으로 돌아가야 한다. '30대 신인 감독'은 비범한 연출력을 보여줬다. 범죄를 저지르는 인물들의 군상극(그 안에 든 유머도 상당하다)을 현란한 편집을 통해 하나의 이야기로 완성하는 연출은 칭찬받기에 충분했다.

할리우드로 넘어가 더 큰 예산으로 만들어진 <스내치>(2000년)도 전작보다는 못하더라도, 그의 시그니처를 잘 살린 작품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그 이후, 가이 리치 감독은 흑역사의 길로 접어든다. 2000년, 마돈나와 결혼한 후, 만든 영화 <스웹트 어웨이>(2002년)로 인해서.
이탈리아 영화 <귀부인과 승무원>(1974년)을 리메이크한 <스웹트 어웨이>는 왜 그가 '골든 라즈베리' 최악의 감독상(을 비롯해 작품상, 여우주연상 등을 휩쓸었다)을 받았는지, 여지없이 보여준 작품이었다. 어떤 목적으로 리메이크를 해야겠다는 욕심이 없어 보일 정도였고, 어쩌다 무인도로 간 남녀의 이야기로 전락하고 말았다.

로튼 토마토 평론가 지수 5%, 관객 팝콘 지수 28%라는 비평과 흥행 모두 참혹한 성적표를 받아들여야 했다. 한동안 블록버스터 작품 연출과는 인연이 없었던 그는 <셜록 홈즈> 시리즈를 통해 재기의 날갯짓을 필 수 있었다.

하지만 블록버스터 영화, <맨 프롬 UNCLE>(2015년)과 <킹 아서: 제왕의 검>(2017년)이 연이어 흥행에 실패하면서, 다시 위기에 빠진다. 그의 상징이 된 기교 섞인 촬영과 편집술은 "스케일이 커서 좋았다"라는 반응과 "번잡하기만 하다"라는 양분된 의견으로 갈라서게 됐다.

그렇게 <알라딘>의 촬영을 마친 2018년 여름 이후, 가이 리치 감독은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는 영화를 찍겠다는 '일종의 선언'에 가까운 <젠틀맨> 작업으로 시선을 돌렸다. 모으기 힘든 스타 배우들을 한 자리에 내세운 <젠틀맨>은, 가이 리치 감독이 선호했던 '비선형적 플롯'과 더불어, '액자식 구성'과 '제4의 벽'을 마음껏 활용한 작품이다.
분명 '주인공'이라고 알고 있던 '믹키 피어슨'(매튜 맥커너히)이 총살당한 것처럼 보여주며 시작하더니, 이내 탐정 '플레처'(휴 그랜트)가 '믹키'의 오른팔인 '레이먼드'(찰리 허냄)의 집에 방문해 과거 이야기를 뜬금없는 '영화 이론'과 함께 소개하고, '플래시 백' 기법을 계속해서 활용한다.

이 순간 속사포처럼 쏟아지는 대사와 인물 소개를 따라가지 못한다면, 영화를 온전히 즐기는 것은 '사실상 포기' 해야 한다. 관객의 머리에 들어가야 할 정보들이 많기 때문이다. 다만, 이런 진입 장벽만 넘어가는 순간 영화는 '가이 리치' 스타일이 다시 돌아왔다는 것을 의식할 수 있을 정도로, 재치 있는 이야기를 마음껏 선사한다.

가이 리치 감독의 시그니처인 플롯을 마음대로 가지고 노는 장면도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영화는 가끔 액션이 필요하다면서, 갑작스럽게 "만약 '믹키'라는 마약 거물이 이런 행동을 하지 않았을까?"라는 가정의 액션 시퀀스를 만들어낸다. 심지어 이 영화가 잘 되면 속편을 만들고 싶다는 속내를 대놓고 마지막 장면을 통해 드러내기까지 한다.
<젠틀맨>의 제작사이자, 지금은 좌천당한 와인스타인 형제가 만들었던 제작사인 '미라맥스'는, 1990년대만 하더라도 디즈니가 인수해 자신들의 성인용 작품을 만들어내는 창구 역할을 했던 곳이었다. <펄프 픽션>(1994년), <굿 윌 헌팅>(1997년) 같은 영화들이 그 시대의 대표작.

이제는 카타르의 '비인 미디어 그룹' 소속이 됐지만, 아직은 한 해에 한두 편 정도의 영화를 만들어내는 정도로, 옛 전성기를 잇기엔 턱없이 부족한 상황. 다행히, <젠틀맨>은 미라맥스와 감독 모두를 다시 전성기 시절로 돌아갈 힘을 준 작품이 됐다.

그렇게 가이 리치 감독은 현재 미라맥스의 차기작인 <캐시 트럭>(2021년)의 촬영을 진행 중이다. 자신의 초기 두 작품에 출연한 제이슨 스타뎀을 주연으로 하고 있는데, 제이슨 스타뎀 역시 가이 리치 감독 덕분에 지금의 '영국 액션 스타'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만큼, 이 시너지가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지 기대된다.

2020/02/29 메가박스 목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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