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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핸드폰이 나를 사랑한다고?

[양기자의 영화영수증] <하이, 젝시> (Jexi,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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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황
글 : 양미르 에디터

아카데미 각본상 수상작, <그녀>(2013년)는 많은 이들에게 '인생 영화'라는 기억을 남긴 영화다. 공허한 삶을 살아가던 한 남자가 인공지능 운영체제에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을 담은 이 작품은 독창적인 설정과 상상력을 동원하며, 인간관계에 대한 깊은 통찰을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

이제서야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은 호아킨 피닉스의 열연, 스칼렛 요한슨의 운영체제 '사만다' 목소리는 덤. 영화가 나오고 5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더욱더 많은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고 살아가고 있으며, 동시에 위협까지 느끼고 있다. '시리'나 '빅스비'가 상용화되고 있으며, '구글 딥마인드 알파고'의 등장이 그 대표적 예일 터.

이런 가운데 나타난 <하이, 젝시>는 <그녀>의 '매운맛 코미디 버전'이라고 해도 될 것이다. (성인 버전이라고 언급하려 했더니, <그녀> 역시 R등급 영화다) 영화의 주인공은 직장만 아니라면, 집에서 핸드폰만 만지고 사는 것이 유일한 일상인 '너드', '필'(아담 드바인)이다.

핸드폰이 박살 난 덕분에 새로운 폰으로 교환받은 그는 단 한 차례의 의심도 없이 인공지능 '젝시'(로즈 번 목소리)가 말하는 모든 이용 약관에 "예"라고 답하고, 덕분에 '필'의 모든 삶은 '젝시'에게 지배받게 된다. '젝시'는 당장 저녁 식사부터 평소 먹는 패턴이 아닌 건강한 샐러드로 교체해 주문하고, 내비게이션으로 '불법 좌회전 지름길'을 알려준다.

출처영화 <하이, 젝시> 표지 및 이하 사진 ⓒ 씨나몬(주)홈초이스

이어 '젝시'는 일상생활의 똑같은 패턴을 바꾸기 위해, 직장 동료들과 발야구를 할 수 있도록 일정을 강제 추가한다. 그러던 중 '필'은 우연히 만난 '케이트'(알렉산드라 쉽)'에게 다가가려 하지만, '연애'엔 관심도 없던 인물이 갑자기 대화에 나선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에 '젝시'는 몇 가지 코치 아닌 코치를 해주고, 덕분에 '케이트'와 데이트를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젝시'는 보통의 인공지능에겐 없는 질투와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젝시'가 변하는 모습은 마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년)의 '할 9000'(더글러스 레인 목소리)을 보는 것처럼 섬뜩하다. "미안합니다. 나는 할 수 없습니다"라며, 인간의 명령을 거부하는 '할 9000'의 모습은 AI가 등장하는 영화 중 가장 파급력 있는 장면으로 남아 있다.

그렇다고 이 작품은 '공포 스릴러' 장르물과는 거리가 있다. 오히려 <SNL>의 장편 에피소드처럼 보일 정도인데, 거침없이 나오는 욕이나, 모자이크로 처리된 성적 유머 등 특유의 미국식 화장실 개그가 연속해서 나온다. 그러므로 이런 장르물을 선호하지 않는 관객이라면 피하는 것을 추천한다.

당연하게도, 이런 장르물을 선호하는 관객이라면 충분한 '팝콘 영화'가 될 수 있으며, 나름의 교훈도 제공한다. '필'이 '인스타그램'을 통해 창밖 풍경을 찍은 후, "감사한 인생이다. 멋진 도시와 멋진 직장, 멋진 친구들"이라는 문구를 남기는 초반 장면은 어떻게든 타인에게 연결되고 싶은 현대인을 보여준다.

그러던 '필'이 자신감을 되찾은 후, 핸드폰 없이 바깥의 풍경을 길 한 가운데에서 보는 장면은 앞선 장면과 대비되도록 연출한다. 이는 가끔은 핸드폰에 중독되어 사는 삶에서 벗어나서 살아보라는 작품의 큰 그림일지도 모르겠다.

작품에서 나오는 각종 풍자도 의미심장하다. "이 핸드폰은 '삼성 핸드폰'처럼 터지지 않는다"라는 대사는 2016년 '갤럭시노트 7' 제품의 폭발 사고를 풍자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핸드폰을 만든 중국인에게 감사한다"라는 의미가 담긴 '필'의 대사도 최근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판매량의 상당량을 차지하는 중국산 스마트폰을 상징하는 것이었다.

대중문화계의 '너드'인 '필'이 미국 개봉 당시(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디즈니 플러스'는 등장하지 않았다) 가장 인기였던 OTT인 '넷플릭스', '훌루'를 구독하면서 챙겨보고, 남들이 구독하지 않은 다른 OTT 서비스까지 함께 구독했다는 대목도 풍자 포인트.

'너드' 기질이 있는 영화답게, 1980~90년대 영화에서 나온 대사가 활용되기도 한다. 톰 크루즈 주연의 레이싱 영화 <폭풍의 질주>(1990년)는 '필'의 인생 영화임과 동시에, 직장 동료와 더 친해질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또한, <더티 댄싱>(1987년)의 주인공 '자니 캐슬'(패트릭 스웨이지)의 "Nobody Puts Baby in a Corner(아무도 아기를 모퉁이에 두지 않는다)" 대사를 '젝시'가 그대로 따라 하며, 웃음과 동시에 복선을 남긴다. 여기에 <제리 맥과이어>(1996년) 속 '제리'(톰 크루즈)의 명대사인 "You complete me(너는 나를 완성시켜)"를 '변환'해 말하는 대사가 등장한다.

2020/02/22 CGV 용산아이파크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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