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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못하는 국회의원, 뽑으시겠습니까?

조회수 2020. 2. 17. 1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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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자의 영화영수증] <정직한 후보> (Honest Candidate, 2019)
출처: <정직한 후보> 표지 및 이하 사진 ⓒ (주)NEW
<정직한 후보>는 브라질에서 나온 동명의 영화(<O Candidato Honesto>, 2014년)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원작은 '주앙 에르네스토 프락세데스'(레안드루 하숭)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거짓말을 못하면서 벌어지는 내용을 담은 블랙 코미디다. 2018년엔 속편이 나왔는데, 감옥살이를 마치고 온 '주앙'이 다시 대통령에 도전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브라질은 1964년부터 1985년까지 군사정권의 군부 독재가 있었다. 민주화가 이뤄진 이후에도, 정치적 이념 충돌은 계속되어 왔으며, 2016년에는 노동자당 출신의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이 탄핵당하기까지 했으며, 탄핵의 정당성 여부는 현재까지도 논쟁의 대상이다.

2018년 <정직한 후보>의 속편이 개봉하고, 한 달여 후 열린 대통령 선거에서, 브라질은 민주화 이후 최초로 육군 장교 출신이자, 극우 성향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선택했다. 그는 브라질에선 금기시됐던 "군부 독재 시절로 돌아가야 한다"라는 발언을 했으며, 아마존의 열대 우림은 지구의 허파도 아니며, 벌채는 하나의 문화라며 아마존 산불에 대한 전 세계의 우려에 화답했다.

각종 혐오 발언도 쏟아졌는데, 원주민을 향해 "그들도 점점 우리 같은 인간이 되고 있다"라며 인종차별 발언을 했으며, 한 여성 의원에게는 "강간당할 만큼 예쁘지 않다"와 같은 성차별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그는 선거 유세 기간이나, 대통령이 된 지금이나 같은 행보의 모습을 보이며, 당연히 브라질 국민들의 정치 불신은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국가가 정치적 대립으로 인해, 힘을 모으기는 커녕 분열되고 있는 양상인 상황. '나라를 다스리는 일'을 하는 정치인들이 제발 정직하고, 품격 있는 모습으로, 국민을 위해 활동하길 바라는 것은 만국 공통의 희망인지도 모르겠다.

자연스럽게 우리의 이야기를 하자면, 우리 역시 좋은 정치인들이 나오면 좋겠다는 의미의 다양한 작품이 나왔었다. 지지난 대선을 앞두고는 <댄싱퀸>(2012년)이, 지난 대선을 앞두고는 <특별시민>(2017년)이 등장했었다.

그 바통을 잇는 <정직한 후보>의 개봉 시점은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열리기 두 달 전이다. 영화를 유심히 보다 보면, 출연 배우들이 차고 있는 어깨띠에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보일 것이며, 실제 선거일과 같은 4월 15일이 선거일로 표기되어 있다.

하지만 <정직한 후보>는 딱히 정치적 의도(투표의 중요성은 당연히 있다)가 있는 작품으로 보이지 않으며, '정직함'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자신의 마음속에 거짓이 없으며, 꾸밈없고 바르고 곧은 마음'이라는 의미가 담긴 '정직'을 잘 지키지 못하는 정치인들이 너무나 많이 보이니, 이런 영화가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닐는지도.
<정직한 후보>는 브라질 동명 영화보다는 우리에게 더 잘 알려진 짐 캐리 주연의 <라이어 라이어>(1997년)를 떠올리게 된다. 작품은 생일 파티에 오지 않은 변호사 아버지 '플레처'(짐 캐리)에게, 아들이 "아빠가 거짓말을 하지 말게 해주세요"라는 소원을 빌고, 그것이 이뤄지면서 벌어지는 소동극을 다뤘다.

펜을 앞에 두고 일부러 틀린 색깔을 말하려 하지만, 발음되지 않는 황당한 장면을 연기한 짐 캐리는 자신만의 트레이드 마크인 특유의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지어내 웃음을 유발했다. <정직한 후보>를 통해 4선에 도전하는 '주상숙'을 연기한 라미란 역시, 짐 캐리가 했었던 특유의 웃음 포인트를 그대로 잡아간다.

브라질 동명 영화와 달리 여성 정치인을 중심으로 작품을 풀어가는 <정직한 후보>는 진실을 말하는 약과 같은 현실에선 찾을 수 없는 현상을 다뤘으니, 판타지 장르에 가깝다. 하지만 판타지를 가장한 사회 비판 요소가 가득한 작품이다.
어떤 주식을 사야 할 지 미리 추천해주는 '주식 내부 거래'를 비롯해 후보 간 담합, '주상숙'이 있는 대학교에서 일어나는 '사학재단 비리', 음악을 하겠다는 아들 '봉은호'(장동주)를 둘러싼 '원정 출산 의혹'과 '입대 기피' 문제 등은 기시감이 확 든다. 또한, '주상숙'의 집에 있는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처우 문제 등 사회 문제를 집어넣으며, 마냥 작품을 웃고 지나칠 수 없게 만든다.

이러한 장애물이 쌓여가고, 수습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결말은 다소 매끄럽지 않지만, '주상숙'을 맡은 라미란의 하드 캐리로 인해 그 단점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배우의 활용 방법을 꿰차고 있어야 가능한 것인데, 이는 <김종욱 찾기>(2010년), <부라더>(2017년)를 연출했던 장유정 감독의 장기였다.

기존 두 작품은 모두 자신이 제작한 원작 뮤지컬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는데, '뮤지컬 넘버' 대신 배우들의 맛깔나는 연기로 빈틈을 메우고자 했다. 라미란의 하드 캐리와 더불어, '주상숙'의 할머니 '김옥희'(나문희), '주상숙'의 남편 '봉만식'(윤경호), 그리고 보좌관 '박희철'(김무열)의 케미도 빛을 발한다.

2020/02/14 CGV 용산아이파크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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