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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 추종' 극우 소년 앞에 유대인 소녀가 나타난다면?

[양기자의 영화영수증] <조조 래빗> (Jojo Rabbit,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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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양미르 에디터

제2차 세계대전 중 아돌프 히틀러가 이끈 나치당이 주도한 '유대인 홀로코스트'를 소재로 한 영화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사랑을 받아 왔었다.

블록버스터 영화를 주로 연출했던 스티븐 스필버그에게 첫 아카데미 감독상과 작품상을 안겼던 명작 <쉰들러 리스트>(1993년), 외국어영화상으로는 드문 아카데미 3관왕 작품이 되며 전 세계에 로베르토 베니니의 이름을 알려준 <인생은 아름다워>(1998년), 그리고 유대계 피아니스트 '블라디슬로프 스필만'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3관왕 작품 <피아니스트>(2002년)가 대표적인 작품들이다.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6개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린 <조조 래빗>은 그 계보를 이을만한 좋은 작품이며, 다시 전 세계에서 끓어오르는 '혐오'에 대한 풍자를 전달한다. 그리고 이 '혐오'는 어디에서 오는가를 한 소년의 동화 같은 이야기로 담아내고자 했다.

<토르: 라그나로크>(2017년)를 연출하면서, 본격적으로 할리우드의 러브콜을 받은 감독, 타이카 와이티티는 '마오리족' 아버지, '유대인' 어머니에게 태어난 자신의 정체성을 그대로 살렸다. 직접 콧수염을 한 '히틀러'를 소화하며, 오직 자신만이 해야 제대로 된 풍자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출처영화 <조조 래빗> 표지 및 이하 사진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조조 베츨러'(로만 그리핀 데이비스)는 10살 소년으로, 어느 사이 '나치'의 모든 사상에 심취하며, '히틀러 청소년단'이 되고자 캠프에 들어간다. '조조'는 다른 사람 앞에서 자신의 대범함을 보여주고 싶었으나, 토끼를 죽이라는 요구에 응하지 않고 보내주고, 겁쟁이라는 의미가 내포한 '래빗'이라는 조롱을 듣는다.

그런 '조조'를 이해해 주는 것은 그의 상상 속에 있는 '히틀러'(타이카 와이티티)뿐이다. '조조'는 '히틀러'의 조언에 따라 용기 있는 행동을 하려 했으나, 오히려 부상을 당하고 캠프에서 이탈한다. 집에서 회복 중인 '조조'는 뜻하지 않은 '손님'을 우연히 벽 너머에서 발견한다.

그 손님은 '뿔 달린 괴물'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렇게 '생기지 않은' 유대인 소녀 '엘사'(토마신 맥켄지)였다. 심지어 '엘사'를 집에 숨겨준 인물이 엄마 '로지 베츨러'(스칼렛 요한슨)라는 사실까지 듣자, '조조'는 당황해한다. 분명, '나치'를 위해 일하던 엄마가 할 행동이 아니라고 믿었기 때문.

하지만 '로지'와 '엘사'의 포용심 어린 설득 속에 '조조'는 조금씩 자신의 가치관이 변화함을 느낀다. 그리고 상상 속 '히틀러'는 이런 '조조'의 변화가 달갑지 않다. 한편, 독일의 패망이 가까워진 시점, 비밀경찰 '게슈타포'는 첩자가 내부에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조사에 나선다.

'히틀러'를 풍자한다는 것, 그리고 '홀로코스트'를 블랙 코미디의 소재로 삼는 것은 매우 위험한 줄타기와 같다. 한 번이라도 잘못 선을 넘는다면, 그 자체로도 작품이 무너질 수 있기 때문.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은 크리스틴 뢰넨스 작가의 소설 <갇힌 하늘>의 기본 뼈대만을 가져왔다.

소설의 주인공은 부모와 다르게 '나치 신봉자'인 17살의 청소년단 소년 '요하네스'와 약혼자를 그리워하는 '엘자'다. 연합군의 공격에 얼굴이 크게 손상되어 상이군인이 된 '요하네스'는 집에 돌아와 자신도 '나치 우생학'에 의해 죽을지 모른다는 공포감에 쌓이고, 그 순간 죽은 누나의 친구 '엘자'를 발견하며 혐오와 동시에 집착에 빠진다.

10살 소년이 주인공이기 때문에 나오는 동화 같은 이야기가 아닌, 암울한 심리극에 가깝다.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은 원작을 토대로, "끔찍한 제2차 세계대전의 이야기를 새롭고 독창적인 방법으로 들려주는 것이 중요하다"라는 일념으로 각색을 진행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반세기가 훌쩍 흐른 현대에도, 이러한 혐오의 과정이 생산되고 있음을 암시한다. 첫 번째는 '성차별'로, '히틀러 청소년단' 캠프에는 남녀 모두 동일한 훈련이 진행되지 않는다. 소년들은 수류탄 투척과 같은 기본 군사 훈련을 받지만, 소녀들은 침구 정리나 구급법, 심지어 '국가의 미래'를 위해 임신을 하는 방법 등을 교육받는다.

두 번째는 '가짜 뉴스'로, 각종 나치의 '선동'으로 인해 유대인은 사악한 존재이며, 없어져야 한다는 것을 어린아이들에게까지 세뇌한다. 영화는 극단적이고, 자극적인 콘텐츠(영화 속 세계에선 캠프에서 이뤄지는 교육)로 인해, 올바른 인권이나, 평등 교육을 받지 못한 아이들의 미래는 암울할 수 있다는 것을 꾸준히 보여준다.

대표적인 예가, '게슈타포'가 '조조'의 집에 방문할 때 나오는 대원들의 태도다. 연신 "하일, 히틀러" 인사를 모두에게 주고받는 장면을 풍자적으로 보여주고, 편견의 '대상'에 관한 농담과 조롱을 통해 '유머라는 허물 아래 감춰진 혐오 이념'이 전파되는지 은연중에 드러낸다.

그렇다고 영화는 그런 혐오만 가득한 세상을 무겁게만 보여주고자 하지 않는다. 코미디를 통해 관객과 가까운 심리적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동시에 어느 혐오의 종류를 막론하고, 결국 혐오는 '사랑'에게 패한다는 단순하면서, 중요한 명제를 증명하고자 한다.

아카데미 시상식 첫 지명에 여우주연상(<결혼 이야기>)과 여우조연상(<조조 래빗>) 동시 후보라는 대기록을 달성한 스칼렛 요한슨이 연기한 '로지'는 꾸준히 '조조'와 '엘사'에게 꿈과 희망, 그리고 사랑을 알려준다. '로지'는 어른들의 야욕으로 인해 아이들이 비참한 삶을 살지 않도록, 목숨을 걸고 자신의 신념을 보여주는 인물로 등장한다.

작품을 이끌고 가야 하는 어린 배우들의 연기도 인상적이다. 12살이라는 나이에,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데, '조조'를 맡은 로만 그리핀 데이비스는 이를 해냈다. 한때는 증오로, 한때는 호기심으로, 한때는 연정으로 '엘사'를 바라보는 감정의 세밀한 차이를 연기해낸다.

또한, <흔적 없는 삶>(2018년)을 통해 전미비평가협회 최우수 연기상을 받은 신예 배우 토마신 맥켄지가 당장이라도 잡힐 수 있는 두려운 상황에서도, 강인하면서, 침착함을 유지하고, 기지를 발휘하는 '엘사'를 훌륭하게 연기했다. 두 배우의 앞날이 더욱 기대된다.

한편, 영화의 초반 장면은 '저작권 허가'가 까다로운 비틀스의 'I Want To Hold Your Hand'의 독일어 버전이 삽입됐다. 하필이면, '히틀러'의 실제 모습이 등장하는 대목인데, 폴 매카트니는 처음엔 이 노래의 사용을 거절했으나, 영화가 주는 반전 메시지와 '손을 잡아야' 공존한다는 제작 의도에 공감하며 사용을 허락했다.

2020/01/22 CGV 용산아이파크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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