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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받지 못한 사랑을 태우며, 인정받은 걸작 영화

[양기자의 영화영수증]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Portrait of a Lady on Fire,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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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양미르 에디터

<가장 따뜻한 색, 블루>(2013년), <캐롤>(2015년), <아가씨>(2016년)를 이을 또 하나의 레즈비언 소재 걸작이 나왔다. 어쩌면, 이 영화는 앞서 언급한 두 작품, 그 이상의 미학적인 무언가를 발산한 영화인지도 모르겠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은 2019년 칸 영화제에서 <기생충>과 함께 경쟁부문에서 상영되어, 황금종려상을 노린 작품이었다.

물론, 황금종려상은 <기생충>의 몫이었지만, 대신 이 작품은 각본상과 퀴어종려상(2010년부터 시상된 칸 영화제의 독립단체상으로, 칸 영화제 주요 초청작 중 LGBTQ 소재를 다룬 작품에서 최고의 작품을 정한다. <캐롤>도 퀴어종려상을 받았다)을 받으며, 소기의 인정을 받았다.

이후,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은 골든글로브 시상식, 전미비평가협회상,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에서 <기생충>과 함께 외국어영화상 후보로 이름을 올렸으며(모두 <기생충>이 받았다), 2월에 열리는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까지 함께 후보로 겨루게 됐지만, 정작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이 영화의 모습은 볼 수 없다.

1국가 1작품 제출을 원칙으로 하는 아카데미 시상식의 관례가 있었고, 프랑스는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과 기술상(벌칸상)을 받은 래드 리 감독의 사회고발 영화 <레미제라블>을 선택했다. 하지만 이 영화는 18세기 말을 배경으로 하고 있음에도, 현재 사회를 투영할 수 있는 충분한 자질을 갖추고 있다.

출처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표지 및 이하 사진 ⓒ 그린나래미디어(주), 씨나몬(주)홈초이스

영화는 18세기 후반, 젊은 화가 '마리안느'(노에미 메를랑)의 그림 수업으로 시작된다. 제자가 자신이 그렸던 그림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을 발견하면서, 자연스럽게 영화는 몇 년 전, 이 그림을 그렸던 시점으로 이동한다. 마치, <가위손>(1990년)의 도입부, 손녀의 질문에 할머니가 과거 이야기를 해준 것처럼.

'마리안느'는 프랑스 서부 브리타니 지역의 외딴 섬에서 그림 의뢰를 받는다. '엘로이즈'(아델 하에넬)의 어머니(발레리아 골리노)가 일면식도 없는 밀라노의 귀족에게 딸을 보여주기 위해, 초상화를 그려달라고 요청했던 것.

'엘로이즈'의 언니는 '마리안느'가 오기 전 절벽에서 몸을 던지며 결혼을 반대했고, '엘로이즈' 역시 원치 않는 결혼에 반대하며 이젤 앞에 앉기를 거부한다. 덕분에 '마리안느'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 '엘로이즈'를 속이고 산책 동반자처럼 활동한다. 산책에 동행하면서, '엘로이즈'의 이목구비를 외웠던 것.

'마리안느'는 첫 번째 초상화를 완성했지만, '엘로이즈'의 신뢰를 저버릴 수 없는 자신을 보면서, 이곳에 도착한 진짜 이유를 찾아가고, 완성했던 작품을 지워버린다. 그사이 '엘로이즈'의 어머니가 이탈리아로 떠나고, 두 사람의 유대감은 커졌으며, 이윽고 사랑의 불꽃이 타오르게 된다.

이 영화는 사람이 사랑에 빠지는 것은 어떤 이유인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꿈틀거리는 혼란과 낭만을 동시에 긴 호흡으로 보여준다. 결말부에서는 지속할 수 없는 사랑의 자취를 그림과 마음의 흔적을 통해 남겼으며, 비발디의 '사계' 중 요란한 폭풍우가 몰아치는 '여름'을 사용해 그 감정을 청각화한다.

이들의 사랑은 영화의 시점과 비슷한 시기에 일어난, 프랑스 대혁명 속 구호이기도 했던 '자유', '평등', '연대'를 상징하는 것처럼 보였다. 위계질서나, 어떠한 힘의 관계에서 이뤄지는 사랑이 아닌, 자연스럽게 대화로, 서로 존중하는 사이에서 발생하는 사랑을 담고자 한 것.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에서 특이할 점은 남성들의 목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초반부, '마리안느'가 배에서 내릴 때 나오는 몇 마디, 후반부 전시 장면에서의 몇 마디 정도가 전부다. 그만큼 이 영화는 여성의 연대에 좀 더 포커스를 둔 작품이다.

이는 18세기의 상황을 염두에 두면서, 현재까지 이어지는 여성 연대까지 염두에 둔 설정이었다. 실제로 셀린 시아마 감독은 2018년 칸 영화제에서 당시 조직위원장 케이트 블란쳇을 비롯해 누벨바그 영화의 상징인 감독 아녜스 바르다, 배우 레아 세이두 등과 함께 '미투 운동'과 관련된 영화계 성 평등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18세기 중반, 여성 화가는 분명 존재했다. 하지만 당장 우리 교과과정에 있는 미술 교과서의 서양 미술사를 보더라도 그들의 존재를 찾기 어렵다. '마리안느'가 가르치는 제자들이 모두 여성이라는 점은 그래서 흥미로운 포인트. 셀린 시아마 감독도, 당시 여성 예술가들의 삶이 유명 인사를 제외하면, 제대로 보관되지 않았다는 것을 인정할 정도였으니.

예를 들어, 그 시기 알려진 몇 안 되는 여성 화가로 로코코 시대와 신고전주의 시대에 활동했던 '엘리자베스 루이 비제 르 브룅'이 있다. 프랑스 왕실 화가로 마리 앙투아네트의 총애를 받았던 그는 '프랑스 왕립 회화 조각 아카데미'에 가입된 '15명'의 여성 회원 중 한 명이었다.

당시 예술 분야에서 활동하던 여성들이 대부분 화가, 조각가, 음악가라기보단 그 반대의 위치에서 모델로 존재하는 경우가 다반사였으며, 이는 '뮤즈'라는 이름으로 재구성됐다. '뮤즈'가 창작자에게 영감을 주는 존재이며, 모든 '뮤즈'의 관계가 별 탈 없이 아름다우면 좋겠지만, 이 작품은 단순히 '위계질서'에 의해 생겨난 '뮤즈'를 거부한다.

셀린 시아마 감독은 '마리안느'와 '엘로이즈'가 '뮤즈' 대신 '협력자'라는 개념으로 움직이길 원했다. 덕분에 <타이타닉>(1997년)에서 '잭 도슨'(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이 '로즈'(케이트 윈슬렛)에게 그림을 그려주는 장면만큼 감정적인 장면이 태어날 수 있게 됐다.

한편, '백작 부인'이 없는 동안, 세 사람은 '오르페우스 신화' 이야기에 대한 토론을 펼치며 자유로운 해석을 나눈다. '오르페우스'가 죽은 아내 '에우리디케'를 지상으로 데려가기 위해, '하데스'로부터 '조건부 허락'을 받는다. '에우리디케'가 지하세계의 출구까지 올라가는 동안 '오르페우스'가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면, 지상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된 것.

하지만 조급한 마음 때문에, '오르페우스'는 지하세계 문턱에 걸친 '에우리디케'를 돌아보게 되고, '에우리디케'는 다시 지하로 돌아간다. 이 설정은 21세기도 어렵지만, 당시엔 더 금기시됐으며, 인정받지 못했을 두 사람의 결말부에서 자연스럽게 변주된다.

2019/10/05 CGV 센텀시티
- 24th 부산국제영화제(BIFF) 상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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