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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역사 왜곡 논란'을 이렇게 피했다

[양기자의 영화영수증] <천문: 하늘에 묻는다> (Forbidden Dream,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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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양미르 에디터

허진호 감독은 멜로의 장인으로 알려져 있다. 요즈음 한국 영화계에 멜로, 로맨스 기근 현상이 일어났다고 말하면서, 늘 언급되는 작품 중 열에 아홉은 그의 작품이기 때문.

군산으로 여행을 가고 싶게 만들었던 <8월의 크리스마스>(1998년),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라는 명대사를 만들어 낸 <봄날은 간다>(2001년). 느리지만, 간결하고 깔끔한 전개와 크게 자극적이지 않은 화면, 배우들의 절절한 연기가 겹쳐진 두 작품은 현재까지도 한국 멜로의 수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런 그가 만든 시대극들인 <위험한 관계>(2012년), <덕혜옹주>(2016년)는 앞서 언급한 두 작품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나름의 세밀한 멜로 라인을 담아냈다는 평을 받았다. 그러므로 <천문: 하늘에 묻는다>의 제작이 된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세종'과 '장영실'의 관계가 어떤 방식으로 세밀하게 조명될지, 어림잡아 짐작할 정도였다.

그리고 실제로 영화를 접하니, 역시나 허진호 감독의 스타일이 영화 곳곳에 배어 나왔다. 물론, <덕혜옹주>처럼 일반적인 기획 영화에서 볼 법한 리듬감이나 장면들이 포함됐지만, 그래도 그의 느리지만 절절한 화면 구성은 이번 영화에서도 유지됐다.

출처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 표지 및 이하 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는 <세종실록>에 실린 '안여 사건'과 그 이후 장영실에 대한 기록이 없다는 것에서 출발한 '팩션'(faction) 영화다. 그러니까 '사실'(Fact)에 기초한 '허구'(Fiction)의 이야기라는 것.

실제로 허진호 감독은 기자간담회에서 "'세종'은 항상 인재를 절대로 버리지 않고 계속 등용했었고, '조선의 시간과 하늘을 열었다'라는 것이 굉장히 중심적인 일인데, '왜 장영실이 그렇게 역사에서 사라졌을까'에 대한 큰 질문에 대해 역사적 사실들을 기반으로, 영화적 상상력을 가지고 영화를 만들었다"라고 밝혔다.

심지어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로 이미 '세종'을 연기한 바 있는 한석규는 "역사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각자의 생각과 관점에 따라 소위 어떤 것이 진실인지, 잘못된 기록인지로 달라질 수 있다"라며, "이 영화는 이러한 사실에 기반해 조심스럽게 영화적 상상을 더한 이야기"라고 입을 열었다.

그는 "'세종'은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이라며, "상상력의 출발로 자주적이고, 우리의 것을 늘 생각했던 분인데, 그런 사람은 천재다. 그런 동료, 벗을 만나지 못하리라 생각했는데, 그때 장영실을 만났고, 얼마나 그 기쁨이 컸을까를 조심스럽게 풀어낸 영화가 이 작품"이라고 덧붙였다.

<천문: 하늘에 묻는다>는 앞서 언급한 두 가지 사실을 주춧돌로 삼은 팩션에 가까운 영화다. 극의 긴장감을 유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간의대 철거' 장면은 실제론 약 50년의 세월이 지난 연산군 시절에 있었던 일이다. 다만, 세종이 '간의대'를 철거하라는 발언이 실록에 등장은 한다.

<세종실록> 99권에는 경회루에 세워진 '간의대'를 명나라 사신이 보지 못하게 옮기라는 명이 나온다. 결국, '간의대'는 다른 곳으로 이전됐고, 명종에 이르러 중수됐다. 조선이 독자적인 '역법'을 완성한 것은 황제국인 명나라가 보기엔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학자들의 의견을, 영화에선 '간의대 철거'로 담아냈다.

물론, <천문: 하늘에 묻는다>는 여름에 개봉한 <나랏말싸미>와 달리, "역사의 기록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됐다"는 자막과 더불어 허진호 감독이 스스로 '팩션'임을 인정했기 때문에, 큰 논란으로는 연결되지 않았다.

<나랏말싸미>는 한글 창제에 관한 고증 오류를 포함한 내용을 '팩션'이 아닌, '팩트'라고 감독이 스스로 주장했기 때문에 논란이 나왔었다. 이와 달리 이 영화에서는 한글 창제에 관한 <나랏말싸미>와 다른 시선들도 적절히 녹여져 있었다. 그래도 두 영화는 세종이라는 왕이 보여준 꿈과 더불어, 백성을 대하는 자세에 대한 생각, 그리고 현재의 동북아 정세를 연결해 볼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비슷한 맥락에서 이 작품은 '본질적인 세종이 하고 싶었던 메시지'가, 적어도 대중이 정서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정서를 공유한다는 점에서 <나랏말싸미>와 차이를 보여줬다.

과거 시청률이 높았던 인기 대하드라마들(이를테면 <태조 왕건>, <불멸의 이순신> 등)도 극의 구성을 위해 '역사 왜곡'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하지만 이 작품이 현재까지도 '전설'로 남은 이유는 '본질을 해치지 않은 채 만들어진' 작품 속 메시지가 충실했기 때문이었다.

역사와 관련한 이야기들이 길어졌지만, 이 영화는 멜로 드라마에 가까운 성격을 띤 작품이다. '세종'과 '장영실'의 '브로맨스'에 가까운 정서가 돋보이는 영화로, 한석규와 최민식의 합이 너무나 좋다. 약 20년 전 영화 <쉬리>만 하더라도 서로가 총을 겨누는 대치 상황에 있었다면, 이 작품에서는 하나의 목표를 위해 움직이는 '군신 케미'가 돋보였다.

덕분에 그렇게 쌓아 올리는 케미가 폭발하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꽤 인상적이다. 무언으로도 대화가 오간다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인데, 다만 후반부의 끓어오르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며 약간은 늘어진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2019/12/16 롯데시네마 건대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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