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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작이 될 운명이었던 영화

[양기자의 영화영수증] <캣츠> (Cats,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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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망
글 : 양미르 에디터

뮤지컬을 영화화하는 일은 어렵다. 뮤지컬의 기본은 현장성이기 때문. 무대에서 몸을 아끼지 않는 연기를 펼치는 배우들의 모습을 아낌없는 박수와 함께 관람하는 것. 과거에 '한국 뮤지컬 1세대 배우' 중 한 명을 인터뷰한 적이 있었다. 그는 "뮤지컬은 태동부터 '쇼'의 모습이었고, '쇼'는 달리 말하면 '힐링'"이라고 말했다.

"철학적인 생각보다는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같이 즐기면 된다. 즐기면 힐링 되고, 힐링 받으면 내 마음이 움직인다. 마음의 문을 열어두고 즐기면, 감동하는 것이 뮤지컬이다"라고 그는 언급했었다. 최근 뮤지컬 영화 중 가장 큰 흥행을 거뒀던 작품인 <레미제라블>(2012년)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보면 된다.

<레미제라블>은 훌륭한 기획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작품을 연출한 톰 후퍼 감독은 훌륭한 전달자였다. 뮤지컬의 기본인 현장성을 지키기 위해, 배우의 노래를 '동시 녹음'했으며, 동시에 뮤지컬처럼 긴 호흡으로 다가오는 '롱 테이크'와 배우들의 얼굴을 최대한 잡아주는 '클로즈업'이라는 효과적인 촬영 기법을 통해 관객에게 각 캐릭터를 이입시켜줬다.

광장으로 나오는 민중의 목소리라는 주제 의식 또한 강렬했다. 훗날 촛불집회가 한창일 무렵인 2016년, 뮤지컬 배우들은 광화문 광장에서 'Do You Hear The People Sing?'을 부르기까지 했다. 이는 작품을 연출한 톰 후퍼 감독의 인상에도 깊게 남은 모양이다.

출처영화 <캣츠> 표지 및 이하 사진 ⓒ 유니버설 픽쳐스

그런 톰 후퍼 감독이 다시 <레미제라블>과 함께 세계 4대 뮤지컬(<오페라의 유령>, <미스 사이공>) 중 하나인 <캣츠>를 들고 왔다. 여담이지만, <캣츠>가 제작된다는 소식이 들려왔을 때, 걱정을 했었고, 필연적으로 '괴작'이 될 운명이라 생각했다. <캣츠>는 앞서 언급한 4대 뮤지컬 중 가장 빈약한 구조의 스토리를 자랑한다.

<캣츠>는 '젤리클 고양이'들이 새로운 '젤리클'의 삶으로 태어날 고양이를 뽑는 축제일에 벌어지는 일을 다뤘다. 작품은 각 고양이의 'Pick Me', '나야 나'에 가까운 내용으로 전개되는데, 이렇게 부족한 서사는 '현장성'에서 나오는 역동적인 움직임이 가득한 노래로 채워진다.

톰 후퍼 감독은 이 <캣츠>를 <레미제라블>처럼 안정적으로 연출하길 원했다. 그나마 다른 점이 있다면, 아카데미 주제가상 후보에 넣을 새로운 노래 'Beautiful Ghosts'를 넣기 위해 단역에 가까운 '빅토리아'를, '제마이마'의 분량까지 합쳐가며 주인공 격으로 각색했다는 점.

(하지만 제작진의 바람과 달리, 이 노래는 아카데미 주제가상 1차 후보에도 오르지 못했다) 주인공을 새롭게 소개한 것은 <캣츠> 원작 자체가 주연이라고 할 만한 캐릭터가 없는 '군상극'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군상극' 형식은 뮤지컬 <캣츠>의 장점이면서, 동시에 단점이기도 했다.

뮤지컬은 앞서 언급한 인터뷰처럼, "마음의 문을 '무대'라는 공간에서 활짝 열고, 같이 즐기면 되는 장르"이기 때문. 그런데 영화 <캣츠>는 함께 즐기기엔 부적절한 면이 많았다. 단연 '안타까운 CG' 활용을 언급할 수밖에 없다. 뮤지컬 <캣츠>는 연기를 하는 배우가 직접 분장을 하는 전통이 있었고, 그 전통은 관객과 함께 호흡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을 마치 자랑이라도 하듯, 이번 영화는 배우의 모션 캡쳐를 통한 그래픽으로 고양이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차라리 '분장'이라도 하고, 연기하면 모를까? 덕분에 인간도, 고양이도 아닌 이상한 동물이 움직이는 모습에 속이 거북한 관객이 등장할 정도였다.

심지어 '연관검색어'의 대상이기도 한, 인간의 모습을 한 '바퀴벌레'를 인간의 모습을 한 '고양이'가 잡아먹는 장면은 섬뜩하기까지 했다. 어떤 대상을 삼켜 먹는 것을 즐기는 '변태적인 장르물' 중 하나, '보어' 장르가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아무리 신나는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하더라도, 그것이 온전히 관객에게 전파되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나마 한정적인 무대의 분위기를, CG와 실사가 혼합된 다양한 장소를 통해 재해석하는 것은 인상적이었으나, 그것이 어쩌면 유일한 영화화 된 <캣츠>의 장점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힐링'이 불가능한, '불쾌한 골짜기'에 가까운 CG로 꾸며진 고양이들의 모습이 익숙해진 관객에게, 또 다른 문제점이 발견된다. 바로, 전체적인 캐스팅의 다운그레이드다. 어차피 뮤지컬 장르이니, '음악' 하나라도 승리한다면 모르겠지만, 이 영화는 원작 뮤지컬의 하향 평준화로 제작됐다.

앞서 언급한 '빅토리아'를 진주인공처럼 포장하는 데 성공했지만, 진정한 <캣츠>의 주인공은 단연 대표 넘버인 'Memory'를 불렀던 주인공 '그리자벨라'였다. 초연, '1998년 공연 실황' 등 기념비적인 공연 때마다 늘 그 자리에 있었던 일레인 페이지의 'Memory'를 들어봤다면, 그 진가를 느낄 수 있을 것.

물론, 이번 영화에서 '그리자벨라'를 맡은 제니퍼 허드슨은 고생했다. <드림걸즈>(2006년)에서 '에피 화이트'를 맡으며 아카데미 여우조연상까지 받은 디바 배우에 대한 비난을 위해 언급한 것은 아니다.

뮤지컬에서 '그리자벨라'는 노쇠한 이미지로, 과거 토트넘 근처 싸구려 유흥가를 전전했다는 이유 등으로 다른 고양이와는 어울릴 수 없는 신세로 등장하지만, 영화처럼 울먹이는 모습으로는 등장하진 않는다. 이는 당당한 모습으로 등장했지만 이내 다른 젊은 고양이들에게 버림받은 뮤지컬 버전과는 전혀 다른 각색이었다. 그리고 다른 젊은 고양이들과 '그리자벨라'의 나이 차이가 커 보이지 않은 점도 미스였다.

다른 캐릭터들도 아쉬웠는데, '럼 텀 터거'(제이슨 데룰로)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누가 봐도 홍록기가 연상되는 '럼 텀 터거'를 맡은 배우들은 자신의 넘버인 'The Rum Tum Tugger'에서 확실한 인상을 선보인다. 꽉 끼는 타이츠를 입으면서, 수사자처럼 갈기를 한 배우들의 모습에선 남성미가 대폭 느껴진다.

그런데 '엉성한 CG'로 만들어진 '럼 텀 터거'는 전혀 그런 느낌이 하나도 나지 않는다. 심지어 제이슨 데룰로는 직접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성기가 CG로 대폭 지워졌다"라고 밝히기까지 했다. 쉽게 말해, '고양이 중성화' 수술을 CG로 진행한 것.

CG, 배우들의 캐스팅 문제 외에도 "고양이들의 픽 미"를 그대로 가져온 각색도 문제가 있었다. 하다못해 썩을 대로 썩은 그 오디션 프로그램도, 노래만 나오지 않고, 출연진들의 전사 등을 공개하면서 '(속은)시청자'들이 해당 아티스트에게 투표를 할 수 있는 설득력을 갖춘 바 있다.

하지만 <캣츠>는 '관객'에게 어필을 할 시간도 주지 않고, 노래로만 일관된 전개를 펼친다. '털 달린 CG 캐릭터'들이 뮤직비디오처럼 연속적으로 나오는 영상들에 피로감을 느끼는 관객이 등장한 것도 이 때문. 뮤지컬은 관객이 무대의 곳곳을 볼 수 있기 때문에 피로감이 덜하지만, 스크린만 쳐다볼 수밖에 없는 영화는 그럴 수 없다.

이 영화에는 또 하나의 실수가 등장한다. 원작에도 있는 마지막 넘버, 'The Ad-dressing Of Cats'은 '그리자벨라'를 보낸 후에 등장하는 마무리 곡이다. '듀터러노미'(주디 덴치)는 원작처럼 고양이들을 쳐다보고 노래를 부르지 않고, '제4의 벽'을 이용해 관객에게 노래를 부른다.

이 메시지는 고양이들에게 할 때는 몰랐지만, 관객한테 전달하다 보니 일종의 훈계조처럼 들리며, 덕분에 이 작품의 주제가 '젤리클 고양이'들의 '하늘 보내기'인지, '개보다 고양이가 최고다'인지 모를 정도로 변하고 만다.

기껏 'Memory'로 그나마 없던 감동을 심어주더니, 톰 후퍼 감독은 이 마지막 장면으로 모든 감동을 하늘로 날려버렸다. 정녕 <킹스 스피치>(2010년), <대니쉬 걸>(2015년) 등 수작을 만들어 낸 감독이 맞느냐는 의심까지 생길 정도로. 결국, 약 1억 달러의 제작비로 만들어진 이 작품은, 현재 전 세계 4,000만 달러를 벌어들이고 말았다.

그리고 이 참혹한 실패는 앞으로 할리우드 제작사에게 큰 교훈이 될지 모르겠다. "뮤지컬을 함부로 영화화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2019/12/28 메가박스 충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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