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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터스포츠 불모지 한국, 이 영화는 잘 될까?

[양기자의 영화영수증] <포드 V 페라리> (Ford v Ferrari,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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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언 부릉
글 : 양미르 에디터

영화 <러시 : 더 라이벌>(2013년)은 F1 레이서 '제임스 헌트'(크리스 헴스워스)와 '니키 라우다'(다니엘 브륄)라는 전설적인 라이벌이자, 친구인 두 선수의 1976년 시즌을 다룬 영화였다. 박진감 넘치는 레이싱 장면과 배우들의 호연은 영화의 흥행을 기대케 했다.

하지만 전 세계 9,200만 달러를 동원한 것과 달리, 한국에선 12만 관객을 동원하는 것에 그쳤다. 여기서 특이점을 볼 수 있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개봉하지 않은 중국을 제외하면, 일본, 호주, 뉴질랜드에서 이 영화가 한국보다 더 흥행했다는 점. 이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직접 활약하는 F1 드라이버가 있으며, 특히 일본과 호주는 서킷도 보유 중이라는 것.

2010년부터 2013년까지 F1 경기가 전남 영암에서 열렸었지만, 여전히 한국은 '모터스포츠의 불모지'라는 기사들이 아직도 등장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 스포츠이며, 스타 드라이버들은 축구, 야구, 농구, 테니스 선수에 버금가는 돈을 버는 종목임에도 불구하고 왜 이런 일이 벌어진걸까?

가장 큰 이유로는 '사회적 인식'이 잘못된 것이 크겠다. 안전하게 레이싱을 즐기려는 레이서, 동호인들과 다르게, 항상 보도로 등장하는 뉴스는 '터널 내 분노의 질주'와 같은 안 좋은 소식들만 잔뜩인 것이 현실. 국내 자동차 생산 회사들도 국내 대회가 아닌 이상, 국제적인 메이저 모터스포츠에 차량 제작 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

출처영화 <포드 V 페라리> 표지 및 이하 사진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결정적으로, 직접 현장에서 보는 맛이 TV로 시청하는 것(심지어 F1의 경우엔 제대로 된 생중계를 외국 위성방송 채널이 아닌 이상 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보다 훨씬 더 세다는 점도 한몫을 했다.

그나마 위안이면, 게임으로 레이싱을 즐기는 사람들의 수는 꽤 있다는 것. 캐쥬얼 게임인 <카트라이더>나, 서울을 달릴 수 있는 <시티레이서>가 공개 15년이 지난 현재에도, 불모지에 가까운 한국 레이싱 게임의 마지막 보루로 자리 잡고 있다. 모터스포츠와 관련된 영화 역시 한국에선 불모지인데, 그나마 <뺑반>(2019년)이 있었으나, 그마저도 좋은 슈퍼카를 두고 화끈한 액션을 보여주기엔 아쉬움이 많았다.

그런 형국에 <포드 V 페라리>는 개봉 3일 만에 <러시 : 더 라이벌>의 흥행 기록을 깨면서 질주 중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흡입력 있는 서사 구조에 있다. 이 작품은 <러시 : 더 라이벌>처럼, 두 사람의 이야기에 집중한다.

1950년대 유일하게 '르망 24시' 레이스를 우승한 미국인 '캐롤 셸비'(맷 데이먼)는 건강이 좋지 않아 선수 은퇴를 결정한다.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탱크를 지휘하던 '켄 마일스'(크리스찬 베일)는 노장 레이서가 되어 가족을 위해 은퇴를 준비한다. 그런 두 사람은 '포드'의 새로운 계획을 위해 만나게 되고, 서로 싸우면서 크는 아이들처럼 한 뼘 더 성장한다.

자연스럽게 이 작품은 영화의 제목처럼, '포드'와 '페라리'가 싸우게 된 이유를 매끄럽게 영화에 녹여 설명해낸다. 20세기 초중반 일어난 두 차례의 큰 전쟁을 통해 '포드'는 급속도로 성장했다. 컨베이어 벨트를 통해 생산 라인을 구축한 '소품종 대량생산' 전략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이는 기업을 운영하는 자본가에게는 최적의 전략이지만, 노동자의 자유 의지를 철저히 제거한 체제인 '포디즘'이라는 말을 태어나게 했다. 이런 '포디즘'이 무너져가기 시작한 시기가 영화의 배경인 1960년대로, '켄 마일스'처럼 획일화된 부속품에서 벗어나며 기성세대의 주류 가치관을 거부했던 '비트족'이 증가하던 시기였다.

반면, 장인 정신으로 무장한 '페라리'는 '소량생산'이라는 희소성을 통해 현재까지도 그 가치를 인정받은 기업이다. 한 대의 자동차라도 철저히 만든 덕분에, '페라리'는 현재 F1 최다 우승 컨스트럭터가 됐으며, 1960년부터 1965년까지 내리 '르망 24시'에서 우승하는 기염을 토해냈다.

그러나 기업의 이윤적인 측면에서 '페라리'는 위기를 맞이했고, '포드'는 이를 틈 타 '페라리'를 인수하려 한다. 하지만 '포드'라는 시스템에 문제가 많은 것을 인지한 창립자 '엔초 페라리'(레모 기론)는 '피아트'의 인수 제안을 받아들이고, '헨리 포드 2세'(트레이시 레츠)에게 악담을 전달하기에 이른다.

다양한 사연이 있으나 영화만 놓고 본다면, '포드'가 '페라리'를 인수하려던 이유는 간단하다. 세계적인 레이싱 대회인 '르망 24시'에 출전, 우승으로 브랜드 가치를 상승시키기 위해서였다. 앞서 언급한 '비트족'을 겨냥한 신차들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이기도 했다.

'르망 24시'는 그야말로 24시간 동안 가장 긴 거리를 달린 자동차가 우승하는 대회로, 빠른 속도는 기본이며, 동시에 그 빠른 속도를 달릴 수 있게 버티는 내구성도 중요한 대회다. 지금이야 차량 1대당 드라이버 3명이 교대로 운전을 해야 하지만, 1960년대만 하더라도 드라이버 2명의 교대 운전으로 구성된 그야말로, 정신력 싸움이기도 하다.

그런 싸움에 '캐롤 셸비'와 '켄 마일스'가 투입된다. 그렇기 때문에, 제목과 지금까지의 설명을 들으면 과거 할리우드에서 만들어진 실화 소재 스포츠 영화에서 나온 '미국 영웅주의 서사'가 나올법한 소재다. 실베스터 스탤론을 스타로 만들어 준 <록키> 시리즈나, 냉전기인 1980년 동계올림픽에서 미국과 소련의 아이스하키 대결을 다룬 <미라클>(2004년) 등이 대표적인 예.

그러나 이 영화는 대기업 '포드'의 임원들과 이들에게 고용된 주인공들의 충돌을 계속해서 보여준다. 실제로는 없는 '캐롤 셸비'의 회장님 모시고 드라이빙하는 장면 등이 가장 큰 비유로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는 "미국적인 질서를 거부한다"라는 '안티 히어로'적인 냄새가 난다. 하필이면 작품을 연출한 제임스 맨골드 감독의 전 연출 작품이 <로건>(2017년)이라는 점은 흥미롭다. 그의 연출 특징인 일정한 거리에서 '캐릭터'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잡아냈다는 점이 이번에도 빛을 발한다.

실화이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한계가 분명 있었음에도, 큰 무리수가 없는 각색을 통해 훌륭한 작품으로 만들어냈다. 특히 '안티 히어로'에 가까운 '영웅'을 보내는 과정만큼은 인정해야 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뛰어난 배우들의 연기와 착 달라붙는 서사, 그리고 뛰어난 레이싱 연출은, 우리 관객에게도 통할 것 같다.

2019/12/04 CGV 용산아이파크몰 IMA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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