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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가 부진한 이유? 이영애 때문이 아니다

조회수 2019. 12. 7. 1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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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자의 영화영수증] <나를 찾아줘> (Bring Me Home, 2019)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영화 <나를 찾아줘> 표지 및 이하 사진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 영화 <나를 찾아줘>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2018년, 이영애의 스크린 복귀작인 영화 <나를 찾아줘>라는 제목을 처음 들었을 때, 문득 들은 생각은 하나였다. 설마 데이빗 핀처 감독 작품의 리메이크인가? 그러니까 '로자먼드 파이크가 연기했던 '에이미'를 이영애가 연기하나?'라는 생각을 잠시 가졌었다.

하지만 완전히 다른 내용이라는 걸 알았고, 심지어 영문 제목도 'Gone Girl'(사라진 여자)이 아닌, 'Bring Me Home'(나를 집으로 데려와)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한편으로는 기대감을, 한편으로는 걱정이 들었다. 그저 할리우드 명작 영화의 이름을 따와 관심을 유발하는 노이즈 마케팅으로 끝나면 안 될 터라는 걱정 말이다.

결과적으로, 이 작품은 우려했던 걱정의 길로 향해가고 있다. 176만 관객을 불러 모은 2014년 당시의 <나를 찾아줘>와 비교하면 약 반절 이하의 관객을 동원하고 있기 때문. 그렇다면 왜 이 영화는 흥행과는 연을 맺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작품의 초반부는 나름 깔끔하게 진행된다. 실종된 지 6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아이를 찾을 것 같은 희망을 놓지 않는 '정연'(이영애)과 '명국'(박해준). 그나마 생계유지를 위해 간호사 생활을 하는 '정연'과 달리, 직장도 그만두고 전국을 돌아다니던 '명국'은 아이들의 장난 전화 제보를 믿고 가던 중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다.

아이에 이어 남편까지 잃어버린 '정연'에게, 한 낚시터에서 아들 '윤수'를 봤다는 제보가 전해지고, '정연'은 부리나케 그 장소로 향한다. '윤수'라는 아이는 본 적이 없다며 자신을 경계하는 사람들 사이에 놓이자, '정연'은 이곳에 '윤수'가 있음을 직감하고, 그 장소에서 단서를 파헤친다.

한편, 그런 '정연'을 경찰인 '홍경장'(유재명)은 잔뜩 경계한다. 이 낚시터가 경찰인 자신의 권력으로 유지되고 있었고, 혹여나 '윤수'가 있다는 것이 들통나면 자신의 이미지에도 큰 타격이 오기 때문. '홍경장'은 '정연'을 조용히 돌려보내려 하지만 실패하고, 결국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 사단을 처리하려 한다.
기자간담회에서도, 보도자료에서도, 한결같이 김승우 감독은 실종된 아이들을 찾고, 그들이 안전히 집으로 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자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했다는 소감을 남겼다. 다행히 이 영화를 본 대다수의 관객은 사라진 아이들에 대한 어른들의 반성, 적어도 실종 가족들의 마음에 공감했으면 좋겠다는 '선의의 반응'을 보여주고 있다.

그 '선의의 반응'을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지만, 영화는 자극적인 선택을 시도했다. '민수'(이시우)에 대한 '아동 성폭력'은 이 작품에서 간접적으로 다뤄진다. 이는 관객의 분노를 유발케 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지만, 자극적인 음식이 몸에 좋지 않듯이, '투 머치'한 대목이었다.

김승우 감독은 오히려 "현실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데, 영화에서 다 숨기는 것은 능사가 아니다"라고 한 기자의 질문에 답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런 현실의 표현은 충분히 탐사 보도 프로그램들이 해야 할 몫이며, 돈을 내고 극장에서 보는 관객들에게 그대로 전달하기엔 과하다.

이 영화는 분노의 감정만 담아낼 뿐, 현실성과 개연성이 다소 떨어지는 전개 방식을 선택한다. 낚시터 사람들은 하나같이 기능적으로 움직이는 빌런, 그 이상의 역할을 수행하지 않는다. 아무리 경찰이라도, 그 정도 낚시터의 상황이라면 '홍경장' 한 명 저세상 보내는 건 일도 아닌 것 같은데, 그를 믿고 따르는 것에 대한 설득력이 떨어진다.
통쾌해 보여도 실상으론 무리수투성이인 장면이 이어 등장한다. '윤수'를 닮은 '민수'가 세상을 떠나고, 복수를 택하는 '정연'의 서사다. 간호사라는 직업을 살려, 약을 '넙치'(종호)에게 투여하는 것은 좋은 발상이었다. 나머지 낚시터 사람들에게도 똑같이 복수를 해야 했는데, 이 영화는 마치 판타지 영화처럼 '정연'에게 강력한 힘을 부여한다.

"여자는 약하다. 하지만 어머니는 강하다"라는 스테레오 타입 발언을 그대로 행하는 것처럼 보였다. 심지어 '홍경장'과의 맞대결에서도 지지 않는 모습인데, 이는 현실성이 더욱 떨어진다. 그렇게 사슴을 잘 쏘는 '홍경장'도 '정연'에게는 타이밍 놓치는 헛총질만 하는 것 역시 그렇다.

심지어 그렇게 '정연'의 복수극이 끝났지만, '민수'는 '윤수'가 아니라는 것이 마지막 장면을 통해 드러나는 순간 관객은 무언가 배신감을 당한다. 심지어 멀쩡한 다른 제보자의 도움으로, '윤수'로 추정되는 아이의 뒷모습이 나오는 대목은 더욱더 그렇다.

이영애의 전작 <친절한 금자씨>(2005년)가 사랑받은 이유는 '현실을 본뜬' 세계관에서 펼쳐진 판타지 스릴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현실이라고 주장하는' 세계관에서 펼쳐진 스릴러다. 그랬다면 앞서 언급한 현실성과 개연성을 챙겨야 함이 옳다. 계속해서 '선의의 반응'을 주장하지만, 분노의 감정만 부추기는 꼴이 된 것도 이 때문.
차라리 스스로 판타지임을 인정하는 복수극을 생각해보자. 대표적으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과 우마 서먼의 <킬 빌>(2003년)이 있을 것이고, 키아누 리브스를 다시 제2의 전성기로 만들어 놓은 <존 윅> 시리즈가 있다. 이 작품들은 시각적 만족감을 극대화하면서, 피가 터지는 것을 오히려 카타르시스로 느낄 수 있는 판타지 색채를 띠고 있다.

그러니 관객도 분노하는 주인공 앞에서 함께 싸워나가는 공감대를 형성하게 된다. 그런데 <나를 찾아줘>에서 뜬금없는 전사 캐릭터가 된 '정연'은 그런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 채 일당백으로 싸우려 하니, 물음표를 세울 수밖에 없었던 것.

그래도 '정연'의 캐릭터에 '조금이나마' 빠져들 수 있었던 것은 당연히 이영애의 힘 덕분에 가능했다. 전체적으로 작품의 출연하는 주요 캐릭터들이 모두 '연기 구멍'이 없었다는 것도, 그나마 허점이 많은 시나리오를 채워 넣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또한, 어두운 낚시터와 바다의 분위기를 차가운 톤으로 그려냈으며, 인물의 미세한 표정 변화까지 세밀하게 잡아낸 이모개 촬영감독의 힘도 작품의 때깔을 곱게 해준 요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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