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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에 이런 '조폭 우상화' 영화가 나오다니!

[양기자의 영화영수증] <얼굴없는 보스> (The faceless boss,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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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놀라움
글 : 양미르 에디터

* 영화 <얼굴없는 보스>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지난 주말, <겨울왕국 2>가 역대 일일 최다 관객 수를 동원하던 그 날. 그나마 하나 있는 상영관에서 황금같은 시간을 쪼개며, <얼굴없는 보스>를 관람하던 7명의 관객이, 상영 도중 밖으로 빠져나갔다. 나간 관객층도 다양했다. 커플도 있었고, 혼자 온 경우도 있었고, 일행이 있는데도 그 자리를 이탈한 관객도 있었다.

영화를 끝까지 보면서, 상영관을 나간 관객의 선택에 '리스펙트'를 하고 싶었던 순간이 수없이 반복됐다. '한국영화 100주년'이자, 2010년대의 끝자락에서 만난 영화 <얼굴없는 보스>는 관객들을 만족시킬 상품 가치가 철저하게 떨어진 작품이었다. 시대착오적인 감성으로 만들어진 <클레멘타인>(2004년)처럼.

송창용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은 꾸준히 보도자료 등을 통해 "건달들의 비참한 말로를 통해, 혹시라도 어둠의 길로 발을 디디려는 청소년층과 젊은 세대들에게 올바른 선도가 될 수 있는 영화가 되길 염원한다"라는 바람을 드러냈다. 하지만 '조폭 미화'가 아니라고 했음에도, 누가 봐도 '조폭 미화' 장면이 등장한다.

출처영화 <얼굴없는 보스> 표지 및 이하 사진 ⓒ (주)좋은 하늘

게다가 하필이면 동시기 개봉한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느와르 영화 <아이리시맨>과 너무나 비교됐다. <아이리시맨>은 마피아와 연결된 한 청부살인업자의 비참한 말로를 통해, 인생의 덧없음을 너무나도 제대로 표현했으며, '선도'라는 목적에서 만들어진 영화가 아님에도 '선도의 길'이 더 선명히 드러났기 때문.

본론으로 돌아가, <얼굴없는 보스>는 무엇이 부족했던 것일까? 가장 큰 단점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서사 전개였다. 심지어 <아이리시맨>의 3시간 30분에 가까운 상영 시간보다 더 적은 1시간 54분의 상영 시간이 상대적으로 더 길어 보일 정도였다.

영화는 몇 분도 안 되어서, 행동대장 '권상곤'(천정명)이 배신한 선배를 물러나게 하며 보스가 되는 과정으로 시작하더니, 갑자기 과거로 방향을 튼다. 체대생인 '상곤'이 선배의 제안(<원피스>의 "너, 내 동료가 돼라"급 대사가 나온다)에 덜컥 조직의 세계로 들어선다는 것. 아무리 경제가 어렵다지만, 체육인을 꿈꾸는 전공 학생들이 보면 '들고 일어날 분위기'로 영화는 전개된다.

이윽고 '조폭의 비참함'을 보여주고자, 보스 '권상곤'과 살해 현장에 있던 부두목 '박태규'(이하율), 직접 다른 조직의 조직원을 살해한 부하 '곽상구'(곽희성)를 모두 감옥에 집어넣는다. 제작진이 "21세기 초를 배경으로 했다"고 밝혔지만, 영화는 살인죄로 사형이 구형된 '상구'를 이윽고 교수형시켜 죽여버린다.

"현실성을 무기로 한다"고 말한 작품인데, 우리나라에서 1997년 이후 사형은 집행되지 않았다. '영화적 상상력'이라고 말하면 그렇다 쳐도, 두목에게 10년 형을, 부두목에게 무기징역을 내리는 이유는 현실성이 완벽히 떨어져 보인다. 문제는 현실성이 떨어지는 부분이 이 영화엔 한둘이 아니라는 것.

예를 들어, '권상곤'은 애초에 보스가 될 필요가 없었다. <아이리시맨>만 하더라도 제2차 세계대전 참전용사였던 주인공은 정작 전쟁 이후 큰 벌이가 되는 일을 하지 못하던 인물이었고, 착실하게 일을 하던 중 좀 더 많은 벌이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하지만, '권상곤'은 건설회사 아버지 밑에서 경영 수업만 착실하게 받더라도, '조폭'보다 더 폼나는 생활을 했을 인물이다. <베테랑>의 '조태오'가 될 수도 있었을 터. '상곤'은 선배와의 '의리' 때문에 '조폭'에 들어가 아버지와 연을 끊었지만, 다시 나타나 조직의 자금이 부족하다며 도와달라는 말에, 아버지는 기꺼이 철거 용역을 맡긴다.

이해가 되지 않는 두 번째는, 법대생 '정민정'(이시아)이 남자친구가 조폭이 됐다는 걸 알면서도 '사랑'이라는 감정에 기다려주며, 심지어 '권상곤'에게 유죄 판결을 내린 판사가 됐음에도 직접 '감옥 바라지'까지 한다는 것이다. '권상곤'의 출소 후, '민정'은 판사복까지 벗으며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결혼까지 한다.

판사 일을 던지고, 변호사일로 바쁜 새벽에 밥까지 차려주는 건 덤. 불과 한 달 전, <82년생 김지영>(2019년)이 개봉해 흥행에 성공한 이 시점에 보기에 참으로 민망한 장면이 아닐 수 없으며, 그 상황에서 갈등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글을 쓰다 보니 이 지점 즈음에 상영관을 빠져나간 관객이 떠올려졌다.

'상곤'이 출소한 이후의 상황도 아이러니가 가득했다. '미화 없음'을 보여주기 위해서인지, '상곤'은 "연장을 챙겨가지 말라"며 지시내리며, 후배들의 돈을 어떻게든 챙겨주기 위해 사업 계획을 접는 모습까지 보여준다. 심지어 밤거리를 배회하는 고등학생 무리를 흠씬 패면서(도발은 고등학생들이 했다), 건달에 대한 환상을 버리라는 말까지 한다.

하지만 '상곤'의 행동은 오히려 조직에 대한 환상을 심는 모양새다. 게다가 조직의 비참한 말로를 <친구>(2001년), <신세계>(2012년) 등 본 관객에게는 어색함이 넘쳐난다. '미화 없음'을 위해 '수위 조정'까지 이뤄졌으니, 당연히 관객의 니즈를 잡는 데 실패하고 만다.

서사와 캐릭터 설정, 여기저기서 등장하는 오글거리는 대사나, 매우 친절하게 모든 걸 다 읊어주는 상황 설명 대사 등 '작품적 요소'만 문제였다면, 그나마 양호했을 텐데, <얼굴없는 보스>는 기술적으로도 안타까웠다. 먼저, 편집이다. 영화는 '컷과 컷', '시퀀스와 시퀀스' 사이가 매끄럽게 연결되지 않았다.

예를 들어, 교도소에서 조연들이 대화하는 장면을 보여 줄 때, 같은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는 배우의 위치가 달라지는 대목도 있으며, 갑자기 생뚱맞은 다음 시퀀스가 나와 당혹감을 주기까지 한다. 마치 과거 영사실의 편집 기사가 필름을 가위로 마구잡이로 자른 것처럼, 갑작스러운 시점 전환이 나올 때도 있었다.

그 당혹감에는 음악도 한몫을 한다. 아침 드라마에서도 요즘은 그렇게 음악을 쓰면 욕을 먹는 것이 십상일 텐데, 이 영화에는 음악이 밑도 끝도 없이 너무나 과잉적으로 등장한다. 어떤 특별한 상황이든 아니던 간에 음악이 등장하며, 심지어 어떤 장면에선 음악이 페이드 아웃처럼 볼륨이 줄어들지 않고 컷 편집처럼 툭 끊겨버리더니, 바로 다음 음악으로 넘어가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또한, 이 영화에서 음악의 사용은 앞서 언급한 <친구>나, <신세계>처럼 영화의 전체 주제를 표현하는 것이 아니며, 그저 감정의 자극을 위한 수단으로만 사용됐다.

대사의 녹음 상태도 온전히 관객에게 전달될 정도로 고르지 않았으며, 후반 작업의 믹싱도 제대로 되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요즘엔 대학교 졸업 작품도 그렇게 후반 믹싱이 불균질하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다. 그렇다고 이 영화에서 '액션 스턴트'라도 제대로 나왔으면 볼거리라도 있었을 텐데, 앞서 언급한 영화들의 액션을 차라리 다시 보는 것을 추천한다.

한편, 이 영화의 제목인 <얼굴없는 보스>는 대사 중에 잠깐 언급되는 것으로 묘사됐는데, 정확히 왜 이 제목이 영화 전체의 주제를 대변하는지에 대한 이유는 알 수 없었다. 만약 부하들을 도와준 '키다리 아저씨'의 의미였다면, 그것만큼의 '조폭 미화'는 없을 것이다.

2019/11/23 CGV 용산아이파크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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