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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불호 확 갈리는 것마저 '신의 한 수'였다

조회수 2019. 11. 21. 1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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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자의 영화영수증] <신의 한 수: 귀수편> (The Divine Move 2: The Wrathful, 2019)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영화 <신의 한 수: 귀수편> 표지 및 이하 사진 ⓒ CJ 엔터테인먼트
2014년 <신의 한 수>를 처음 봤을 때가 떠올랐다. <이웃사람>(2012년), <은밀하게 위대하게>(2013년) 등 웹툰 원작이 영화의 흥행을 이끌던 시절, <신의 한 수>도 어떤 웹툰의 원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성인용 웹툰'을 소재로 해서 내가 본 적이 없었나 싶었을 정도로. 물론, 아니었다.

350만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한 <신의 한 수>는, 만화가 원작인 <타짜>(2006년)보다 더 만화 같은 구성으로 꾸며졌다. '무협 만화'처럼 그려진 '태석'(정우성)의 여정이나, 오마주에 가까운 <타짜>의 대사들이 장르적 재미를 안기기엔 충분했지만, '가벼워 보인다'라는 불호평도 함께 등장했다.

그래도 '좋은 세계관'의 토대를 만들었으니, 후속작에 대한 논의가 진행된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게 제작된 <신의 한 수: 귀수편>은 <신의 한 수>의 다음 이야기라기보다는 스핀오프에 가까웠다. <신의 한 수>에서 '태석'이 교도소에 수감됐을 때, 옆방에서 머리로만 바둑을 둔 남자 '귀수'의 과거를 다뤘기 때문.

바둑으로 인해 친누나 등 모든 것을 잃게 되면서, '귀수'(권상우)가 성장 끝에 차근차근 도장을 깨가는 과정은 <킬 빌>(2003년)의 복수를 연상케 했다. 그러면서 '바둑'은 거둘 뿐, 영화는 액션에 초점을 맞춘다. 바둑의 수를 모르더라도, 관객이 직관적으로 영화를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이유이기도 하다.
'귀수'는 다양한 캐릭터들을 성장 과정 혹은 도장 깨기 과정에서 만나는데, 이 캐릭터는 저마다의 개성이 있다. 예를 들어, '허일도'(김성균)는 바둑판이 없더라도, 머릿속으로 좌표를 외워서 진행하는 '맹기 바둑'을 '귀수'에게 가르친다. '맹기 바둑'은 내기 바둑판의 세상에서는 필수 요소로 등장한다.

'귀수'는 이를 통해 투명한 바둑돌 하나로만 진행하는 '일색 바둑'을 기반으로, 상대방을 현혹하는 '장성무당'(원현준)을 제압한다. 이후엔 '초속기 바둑'을 바탕으로, 대국을 진행할 때마다 끈질기게 판돈을 거는 내기 바둑을 일삼는 '부산잡초'(허성태)를 제압한다.

클라이맥스엔 '귀수'처럼 바둑으로 아버지를 잃은 후, 직접 제작한 바둑판을 통해, 바둑돌이 죽을 때마다 저울 위에 돌을 올리면 특수 장치가 가동되어 상대가 목숨을 잃는 '사석 바둑'을 연마한 '외톨이'(우도환)와의 맞대결이 펼쳐진다. (앞서 설명한 대로, 권상우와 우도환의 육체 대결이 바둑 대국만큼 길다)

이렇게 캐릭터들을 '복기'하면,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1편만큼이나 핵심 주연들이 대부분 남성으로 꾸려져, 수컷 냄새가 물씬 풍기는 작품의 색채가 그대로 유지한다는 점이다. 그러면서, 1편의 김인권이 맡았던 '꽁수'는 김희원의 '똥선생' 캐릭터로 이식되며, 무거운 분위기를 가볍게 하려 했다.
결국, 앞서 언급한 1편의 '호불호' 관람평처럼, <신의 한 수: 귀수편> 역시 같은 '호불호'를 남겼다. 어쩌면 이런 호불호 덕분에 이 영화는 지금의 성적을 만들어냈는지 모르겠다. 전작의 장르적 특성이 그대로 옮겨진 작품인 만큼, 전작의 느낌을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충분히 볼만한 작품이었기 때문.

하지만 도장 깨기 전후로 펼쳐지는 서사 구조의 빈약함, 단순히 일대일 바둑(백 대 일의 만화적 상황에 당황할 수 있겠다) 자체로만 상대방을 제압하는 통쾌함을 보고 싶은 관객에게 느껴질 허무함 등은 여전히 불호 포인트로 남아 있다.

한편, '귀수' 캐릭터도, 한 차례 시련을 겪은 이후, 줄곧 '데우스 엑스 마키나'(사기적인 캐릭터 능력을 보여주는 연출)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줘 황당하기까지 했다. 혹여나 속편이 나온다면 과연 '귀수'는 어떤 능력치를 보여줄 수 있을까?

2019/11/07 CGV 목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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