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놈을 쫓아냈는데, 알고 보니 더 나쁜 놈이라면?

조회수 2019. 10. 12. 1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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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자의 영화영수증] <우리마을> (Our Village, 2019)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영화 <우리마을> 표지 및 이하 사진 ⓒ ㈜콘텐츠판다
일제강점기가 막 끝난 무렵(인물 대사로 대충 짐작하건대), 산골 마을인 '우리마을'에는 엄청난 무공을 지닌 사내가 모든 걸 지배하고 있다. '이장'도 선뜻 쫓아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동렬'(백승환)이라는 남자가 마을을 찾는다. '동렬'은 동네 사람 '태식'(고성완)에게 자초지종을 듣고, 그 사내를 흠씬 두들겨 패고는 쫓아낸다.

'이장'은 '동렬'을 극진히 모시고 음식을 준비하라고 지시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음식 그릇을 대충 내팽개치고 사라진다. 마치 그 사내처럼, '동렬'은 다시 마을을 지배하고 '상납'을 요구하기에 이른다. 결국, '태식'은 '이장'의 지시로 '동렬'을 쫓아내고자, 다른 '무술 고수'를 찾아 나서는 '전국 투어'를 떠난다.

<델타 보이즈>(2016년)부터 <튼튼이의 모험>(2017년), <다영씨>(2018년), <갈까부다>(2018년)까지, 자신이 만들어낸 모든 장편 영화의 첫 공식 상영을 '전주국제영화제'로 선보였던 고봉수 감독. 코미디 영화를 만들면서도 약자들의 고달프면서도, 좌절하지 않는, 희망 있는 웃음을 선보였던 그의 신작이 처음으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됐다.

그가 처음으로 동생 '고민수 감독'과 함께 의기투합해 연출한 작품 <우리마을>이다. 지금까지 '동시간대'의 이야기를 다뤄냈던 그는 처음으로 '시대극'에 고개를 돌렸다. 그 시기에서 하고 싶었던 말이 분명 있었기 때문이었고, 그 하나의 계획만큼은 충실히 이행된다.
<우리마을>은 일제강점기가 끝난 이후, 혼란한 '우리나라'의 상황을 '우리마을'로 대입해 만들어진 '주성치식'(감독이 '주성치 스타일'이라고 밝혔다) 코미디다. 유심히 작품을 보다 보면, 이 작품은 권력과 계급 사회에서 오는 인간의 탐욕을 돌려가며 꼬집어댔다.

'이장'은 전형적인 '강약약강'의 모습을 대변하고 있으며, '동렬'도 처음엔 노모를 모시는 '효자'처럼 보였으나 이내 이전 사내와 똑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앞서 언급한 마을 사람들이 그릇을 대충 놓는 것 또한, 철저히 '계급의 수직화'를 비판하는 의도처럼 느껴졌다. 어차피 '그놈이 그놈이다'라는 반응 그 자체였기 때문.

또한, 전국에서 온 무술 강호들은, 마치 신탁 통치로 혼란스러웠던 분위기에 등장한 '세계열강'의 모습과 유사해 보였다. '소림사 주방'에서 일을 하던 무술인, '택견' 무술인, '검도' 무술인, 그냥 '맨주먹' 무술인까지. 그들은 '선의의 목적'을 위해 달려들었지만, 그들이 이긴다 한들 '동렬'과 똑같은 상황이 되리라는 것을 영화는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이 작품은 '권력의 희화화' 과정도 놓치지 않았다. 예를 들면, 잔뜩 분위기를 잡는 '동렬'이 방 안에서 일어나는 순간, 카메라는 따라 움직이지 않고 그의 '내복' 사타구니 부분을 잡아낸다. 고 감독은 진지하고 무거운 장면이기 때문에, 의도적인 선택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감독이 말하고 싶은 바는 확실히 전해지기 때문에, 다시 한번 고봉수 감독 사단의 팬들이라면 '필람작'이 될 가능성이 높겠지만, 저예산에서 오는 '쌈마이' 스타일에 거부 반응을 부를 관객도 분명 있을 것 같다.

한편, 고봉수 감독은 처음으로 동생과 함께 한 작업에 만족스러웠으며, 앞으로 '코엔 형제' 스타일의 작품들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내비치기도 했다. 또한, 이 영화에서 참조한 레퍼런스는 서부 영화의 대표작인 세르지오 레오네 연출, 클린트 이스트우드 주연의 <황야의 무법자>(1964년)로, 마지막 결투 장면의 눈빛 싸움을 오마쥬했다고 고 감독은 소개했다.

2019/10/04 CGV 센텀시티
- 24th BIFF 상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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