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극장 매너가 폭발한 영화

조회수 2019. 10. 8. 1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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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자의 영화영수증] <잔 다르크> (Jeanne, Joan Of Arc, 2019)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영화 <잔 다르크> 표지 및 이하 사진 ⓒ 럭스박스
들린 것만으로도 '9번'이었다. '핸드폰'을 비롯한 물건들이 극장 바닥에 떨어진 소리. 영화 전용 상영관이 아닌 공연 전용 상영관에서는, '바닥이 딱딱해서' 그 소리가 잘 울릴 수밖에 없다. 중간에 코를 고는 소리까지 들려오니, 이것은 분명 잠시 졸던 관객이 무의식 상태에서 들고 있던 물건을 떨군 소리였을 터.

결국, 중간마다 약 수십 명의 관객이 이례적으로 중도에 관람을 포기하며, 극장 밖을 빠져나가기까지 했다. 과연 부산국제영화제에선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물론, IMDB 등 다른 국가 관객의 감상 후기에도 극장 밖을 나가고 싶었다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잔 다르크>는 2019년 칸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서 상영되어 '심사위원 특별 언급'을 받은 영화다. 작품을 연출한 브루노 뒤몽 감독은 애초에 독특한 작품 세계를 구축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예를 들어, 장르에서 주는 기본적인 관습의 틀을 거부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그러했다. 칸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수상작인 <휴머니티>(1999년), 두 번째 칸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수상작 <플랑드르>(2006년), 줄리엣 비노쉬 주연의 <까미유 끌로델>(2013년) 등이 그의 대표작들이다.
<잔 다르크>는 2년 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선보였던 <잔 다르크의 어린 시절>(2017년)의 후속작으로 봐도 무난하고, 완전히 연결되는 느낌의 작품도 아니다. <잔 다르크의 어린 시절>은 그야말로, '파격적인' 작품이었다. 밀라 요보비치 주연의 <잔 다르크>(1999년) 등 이미 다룰 만큼 충분히 다 보여준 '잔 다르크' 소재를 랩과 록이 가득한 '뮤지컬' 작품으로 만들었던 것.

프랑스 작가 샤를 페기의 원작 희곡을 각색해 만든 이 작품은, '잔 다르크'의 8살 시절을 바탕으로, 어떻게 '쟈넷'이 '잔 다르크'가 되는지를 색다른 시선으로 보여줬다. 그런 기발함에 로튼 토마토 '전문가 지수'는 76%를 기록했고, '팝콘 지수'도 85%를 기록하며, 비평가와 관객을 모두 만족시키는 영화로 <잔 다르크의 어린 시절>은 기억됐다.

물론, 관객에 따라 '헤드뱅잉'을 하는 수녀들처럼, '상모돌리기'를 하면서 관람을 한 관객도 있었겠지만, 그래도 '쟈넷'을 맡은 리즈 르플랏 프뤼돔은 마치 김새론을 닮은 외모라며 놀라움을 표시한 관객이 있었다.
문제는 후속작 <잔 다르크>는 로튼 토마토 '전문가 지수'가 47%로 대폭 떨어졌다는 점이다. 후속작 역시 원작 희곡의 후반부를 각색해 만든 것이지만, 전체적인 톤 자체는 '뮤지컬'보다는 '연극'의 틀로 변화된 감이 없지 않았다.

이전 작품처럼 랩과 록을 기대하며 온 관객이라면 '충격'을 받았을지도 모르겠다. 노래가 있더라도 '배우가 직접' 부르는 장면보다는 '하늘의 목소리(신의 계시)'가 대신하는 경우가 많았다.

영화는 영국에 점령된 파리를 되찾으려는 '잔'이 오히려 체포되어 재판을 받고, 화형당하기까지의 과정을 137분의 상영 시간을 통해 보여준다. 전작처럼 들판과 모래 언덕에서 시작되는 영화는, 약 1시간이 넘는 시간을 교회 내 재판 과정을 담아낸다.
분명 '잔'의 깊은 믿음과 영웅적인 면모를 제대로 표출하기 위해서, 브루노 뒤몽 감독은 재판 장면을 길게 설정한 것처럼 보인다. 게다가 교회를 담아내는 탁월한 카메라 앵글은 마치 관객이 교회의 옥상에서 재판 현장을 느끼게끔 해준다. (어쩌면 이 영화의 몇 없는 미덕일 수도 있겠다)

문제는 '잔'의 이단을 주장하는 이들의 끊임없는 자백 요구와 '잔'의 '지루한 공방전'이 계속된다는 점이다. 한국에서 최근 열린 청문회들에서 나오는 '고성과 막말' 따위는 없다. (물론, '가짜 뉴스'를 연상케 하는 성직자들의 억지 주장과 그에 대처하는 '잔'의 모습은 등장한다.

하지만 그게 이 영화를 보는 즐거운 요소는 아니다) 게다가 이 장면을 연기하는 배우들의 모습이 '전문가의 그것'처럼 느껴지기에 어색한 부분이 많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관객은 '인내심 테스트'(혹은 믿음 테스트)를 받게 될 수밖에 없었다. 이는 칸 영화제 상영 당시에도 비슷한 비판의 비평을 통해서도 드러난 것이었다.

2019/10/04 소향씨어터 센텀시티
- 24th BIFF 상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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