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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르렁' 꿀잠각 VS 자아 성찰 보여준 '수작 SF'

조회수 2019. 9. 21. 1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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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자의 영화영수증] <애드 아스트라> (Ad Astra, 2019)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영화 <애드 아스트라> 표지 및 이하 사진 ⓒ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근미래, 우주 안테나에서 임무 수행 중 미 육군 소령 '로이 맥브라이드'(브래드 피트)는 이상 현상으로 인해 추락 사고를 당한다. 간신히 살아남은 '로이'는 이 이상 현상이 '써지'라 불리는 '전류 급증 현상'이라는 것을 듣게 되고, 상부로부터 '써지' 사태의 원인이 '영웅'이라고 믿은 아버지 '클리포드 맥브라이드'(토미 리 존스)의 실험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29년 전, 태양계 너머의 우주 지적생명체를 찾는 '리마 프로젝트' 수행 중 교신이 끊겼던 '클리포드'가 생존해있다는 것을 알아챈 건 덤. '로이'는 아버지가 '해왕성' 근방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기밀 프로젝트'를 수행하고자 수 십억km 여정을 떠난다.

<애드 아스트라>는 세계 3대 영화제인 칸과 베니스, 그리고 베를린이 사랑하는 미국 출신 영화감독 제임스 그레이의 신작이다. 지난 베니스 영화제 경쟁부문에서 상영되어 호평받은 작품. 이 감독의 작품 세계를 간단히 표현하자면 "'인간 감정의 본질'을 다양한 소재로 접근했다"는 점이다.

두 남녀의 '사랑'이라는 감정의 본질을 보여준 <투 러버스>(2008년)나,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던 여인의 비극을 담은 <이민자>(2013년), 아마존 탐사를 통한 인간의 집념과 소신을 보여준 <잃어버린 도시 Z>(2016년) 등이 그러했다. 그러면서도 작품의 호흡이 다소 '엄숙하면서, 잔잔한 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랬던 제임스 그레이 감독이 처음으로 '우주 배경 SF' 영화를 연출했다. 대중들이 '우주 SF' 영화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생각하는 경우의 수는 대략 두 가지다.

전자는 <스타워즈> 시리즈, <스타트렉> 시리즈처럼 무언가 머나먼 우주에서 일어나는 모험을 다뤘거나, 후자는 <그래비티>(2013년)나, <인터스텔라>(2014년), <마션>(2015년)처럼, 가까운 미래에 있을 법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인간의 내면 심리'를 녹여냈다는 점이다. 그래서 후자의 결을 따라가는 <애드 아스트라>의 포스터를 보면, "SF, 현실이 되다"라는 글귀를 만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엄숙하고, 잔잔한' 영화의 톤이 어려울 것이라는 부담감 때문인지, 이 영화는 개봉 전 개그맨 유민상을 활용한 바이럴 영상까지 만들기도 했다. 조금이나마 영화가 친숙해 보이도록 노력했다는 지점이다. 역시 개봉 첫날 등장한 반응은 엇갈릴 수밖에 없었다.

평론가들의 극찬처럼, 'SF'가 인간의 자아를 성찰하는 장르라면, 이 작품 역시 수작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는 반응이 있었다. 또한, '간단명료'하지 않은 이야기 탓에, 약 한시간 정도 지난 시점부터는 '피곤한 상태'에서 영화를 관람하면 바로 '수면 상태'에 돌입할 수 있다는 반응도 등장했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어떤 면에서 찬사를 받았을까?
기본 틀에서 이 영화는 '로이 맥브라이드'의 독백이 상당량 존재하는 만큼, '로이'라는 1인칭 시점으로 작품을 접할 수밖에 없다. '로이'는 고독하면서도 단독적인 행동을 좋아하는 인물로, 평소 '심박수'가 80 이상은 뛰지 않을 정도로 냉철한 감정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연인인 '이브 맥브라이드'(리브 타일러)와의 관계도 '영화에서 보이기'에는 그렇게 소통이 원활해 보이지 않는 인물이다.

그러던 '로이'가 지구적인 '소통' 마비 현상 '써지'를 막고자, 아버지와의 교신을 위해 화성에 갔는데, 화성에서 그토록 냉철했던 '로이'는 '심박수'가 뛰어오르면서 그 감정을 주체할 수 없게 된다. 그 후 해왕성으로 향해, 아버지를 만나 '소통'한다는 과정은 '한 남성의 재탄생' 과정처럼 보인다.

제임스 그레이 감독은 그런 재탄생 과정을 보여주기 위한 훌륭한 소재로 'SF' 장르를 선택했던 것. 그는 스탠리 큐브릭의 걸작,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년)의 주제이기도 한 '인류의 기원은 무엇인가'와 유사한 방식으로, 관객이 작품을 해석하도록 연출 포인트를 잡게 했다.
또한, '아날로그적인 미니어처'와 동시에 최신 CG 기술을 절묘하게 결합했는데, 이를 시각적으로 잘 보이게 하는 촬영 감각이 인상적이었다. 이는 <인터스텔라>의 촬영을 맡았고, <덩케르크>(2017년)를 통해 생애 첫 아카데미 촬영상 후보에 이름을 올린 호이트 반 호이테마 촬영감독의 힘도 컸다.

브래드 피트의 내면 연기를 탁월하게 잡아내는 클로즈업 장면부터, 망망대해의 우주에서 항해하는 우주선의 모습, 해왕성에서 벌어지는 '영화에서 가장 밝은 장면'까지, 특유의 영상미는 내년 아카데미 시상식 촬영상 후보에 다시 한번 그의 이름을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 브래드 피트의 연기는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뱀파이어와의 인터뷰>(1994년) 만큼이나 많은 '내레이션'을 소화한다. 홀로 우주에서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했던 <그래비티>의 산드라 블록이 그러했던 것처럼, 브래드 피트 역시 내년 아카데미 시상식 레드 카펫을 밟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노예 12년>(2013년)의 제작자로는 트로피를 받은 바 있지만, 연기로는 '3회 무관'에 그쳤던 그에게, 이번 작품은 중요한 전환점이 될지도 모르겠다. 물론, 강력한 수상 후보로 떠오르고 있는 <조커>의 호아킨 피닉스와의 맞대결은 불가피해 보이지만.

2019/09/19 CGV 목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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