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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액츄얼리' 감독이 비틀즈로 만든 로맨틱 판타지!

조회수 2019. 9. 19. 1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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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자의 영화영수증] <예스터데이> (Yesterday, 2019)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영화 <예스터데이> 표지 및 사진 ⓒ 유니버설 픽쳐스
마약 중독자의 성장 이야기를 보여준 <트레인스포팅>(1996년)을 시작으로, 좀비 영화의 걸작 중 하나인 <28일 후>(2002년), 감독상을 포함해 그해 아카데미 주요 부문을 석권했던 <슬럼독 밀리어네어>(2008년), 실화를 바탕으로 한 생존기 <127 시간>(2010년), 그리고 세상을 바꾸고 싶은 혁신가의 세 차례 프레젠테이션 직전 이야기인 <스티브 잡스>(2015년)까지.

대니 보일 감독은 '특이점이 없어 보이는 소재'에서 특별한 이야기를 끌어당기는 마력이 있는 '이야기꾼'이었다. 그래서 그의 신작인 <예스터데이>는 꽤 오랜 기간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지난 연말만 하더라도, 비틀즈의 음악이 사라진 세상이라는 발칙한 상상을 다룬 <예스터데이>의 제목은 '미정'이었다. 그저 "제목 미정의 대니 보일·리차드 커티스 뮤지컬 프로젝트"였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었다. 제작사가 '영국 로맨틱 코미디'의 감성을 가장 잘 보여준 '워킹 타이틀'이었다는 점과 그 워킹 타이틀이라는 이름을 각인시킨 리차드 커티스가 각본가로 합류했다는 점이었다.

작가의 이름은 정확히 몰라도, <노팅 힐>(1999년), <브리짓 존스의 일기> 시리즈, <러브 액츄얼리>(2003년/감독도 겸), <어바웃 타임>(2013년/감독도 겸) 등 이름만 들어도 "아!"라는 말이 나올 '로코물'을 쓴 인물이 바로 리차드 커티스다.
어느 영국인이 '비틀즈'를 좋아하지 않겠느냐만, 리차드 커티스는 론 하워드 감독의 다큐멘터리, <비틀스: 에잇 데이즈 어 위크 - 투어링 이어즈>(2016년)에 출연해 자신의 비틀즈 사랑을 고백하기까지 했다.

결국, <예스터데이>는 '비틀즈'에 관한 본인의 사랑을 고백하는 자리였으며, 이와 함께 <어바웃 타임>과 같이 '판타지' 소재를 '로맨틱 코미디'에 버무린 자리였다. 당연하지만, 그 전략이 맞아떨어지려면, 두 사람의 호흡이 중요했다.

2012년 런던 올림픽 개막식 중 <불의 전차>의 패러디를, '미스터 빈'으로 알려진 로완 앳킨슨이 연기하는 장면이 있었다. 두 사람은 그 때 함께 처음 인연을 맺게 됐고, '올림픽'이라는 성대한 행사에서 코믹한 장면을 만들어 찬사를 받았다.

리차드 커티스는 대니 보일 감독이 마치 '비틀즈'의 고향, '리버풀'을 연고로 하는 동명 축구팀의 감독 위르겐 클롭 감독과 유사하다고 소개했다. "클롭 감독의 전술로 유명한 전방 압박, '게겐플레싱'을 잘 활용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 리차드 커티스는, 가능한 마지막 하나까지 쥐어짜서 공격하려는 클롭 감독처럼, 대니 보일은 마지막까지 그런 연출을 선보인다고 이야기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예스터데이>의 내용은 간단하다. 무명 뮤지션 '잭 말릭'(히메쉬 파텔)이 전 세계적으로 일어난 정전 사태로 인해 '교통사고'를 당하고, 깨어난 '잭'의 세상에서 '비틀즈'라는 존재는 지워져 있었다.

그저 '자동차 이름'이거나 '벌레 이름'으로 알고 있는 것이 전부인 세상에서, '잭 말릭'이 '비틀즈'의 명곡들을 자신의 노래인 것처럼 부르며 '인기 스타'가 된다는 과정을 담았다. '인기 스타'가 되는 과정에서 무언가 죄책감을 쌓은 '잭 말릭'이 어떻게 변하는가가 작품의 주요 '갈등 소재'다.

<예스터데이>는 비틀즈의 주옥같은 명곡들을 '플레이 리스트'로 쌓아두는데, 역대 극 영화 사상 가장 많은 비틀즈의 노래들이 작품에 등장한다. 영화 내 비틀즈의 음악이 사용된다는 것은 상당히 까다로운 일이다.

저작권료를 내더라도, 원곡 사용을 '승인'받아야 하는 구조이기 때문인데, 지난해 개봉한 <스윙키즈>도 원작자 측이 영화에서 주는 '반전 메시지'에 공감해 승인 과정을 거쳤고, 한국 영화 최초로 비틀즈의 원곡인 'Free as a bird'를 사용할 수 있었다. 이 작품 역시 생존한 뮤지션들과 세상을 떠난 멤버들 가족의 지지 덕분에 '저작권 보장'을 받을 수 있었다.
결국, 어마무시한 '저작권'을 보장받았으니, 남은 일은 어떻게 '치트키 재료'들로 '요리'를 하는가였다. 예를 들어,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Yesterday'는 '잭'이 비틀즈가 지워진 세상에서 처음 친구들에게 부르는 노래였다. 비틀즈 멤버, 폴 매카트니가 이 곡을 썼을 때 사람들은 '기적'과도 같다고 이야기했는데, '잭'의 친구들도 마치 '기적'과도 같이 '잭'의 노래를 들었던 것.

이처럼 영화는 '잭'의 상황에서 알맞은 비틀즈의 노래를 집어넣기 위해 애를 썼다. 'Back in the USSR'을 러시아 공연에서 부르는 것도 '좋은 요리' 중 하나였고, 루프톱 바에서 '잭'이 부르는 'Help!'는, 절박한 그의 심정이 고스란히 담긴 노래이기도 했다.

하지만 <예스터데이>의 핵심은 '리차드 커티스 감독'의 전작인 <러브 액츄얼리>에도 등장한 'All You Need Is Love'다. 오랜 기간 '잭'을 도와왔고, 무명 시절 매니저로 함께 해왔으며, 알고 보니 '사랑했던 사람'이었던 '엘리'(릴리 제임스)를 향한 노래였다. 결국, 리차드 커티스는 <예스터데이>를 통해 '비틀즈를 믿는 것은 사랑을 믿는 것'이라는 자신의 마음을 표출해냈다.
이처럼 두 감독이 <예스터데이>를 위해 모인 이유는 분명하다. '성공'이라는 가치만이 최우선시되는 최근 사회에서, 그래도 자신의 초심, 혹은 사랑과 우정, 가족이라는 다른 가치도 중요하지 않겠냐는 생각을 주기 위해서였다.

한편, 영화는 'Hey Jude'의 원곡을 모두 재생하면서 막을 내린다. 지난해 천만 영화의 대열에 오를 뻔했었던, <보헤미안 랩소디>의 마지막 노래 'Don't Stop Me Now'가 장식했던 것처럼, 'Hey Jude'는 작품의 여운을 남길 수 있게 해 준 노래였다.

"그녀를 네 마음속에 들여야 한다는 걸 기억한다면, 더 좋은 노래를 만들 수 있게 될 거야"라는 노래 가사는 무명인 '잭'에게도 너무나도 잘 맞았다.

2019/09/10 CGV 용산아이파크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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