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 VS 신파극, 왜 관객의 반응은 엇갈렸나?

조회수 2019. 9. 14. 1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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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자의 영화영수증] <힘을 내요, 미스터 리> (Cheer Up, Mr. Lee, 2018)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영화 <힘을 내요, 미스터 리> 표지 및 이하 사진 ⓒ (주)NEW
* 영화 <힘을 내요, 미스터 리>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1998년)이나, <리베라 메>(2000년)처럼, '웃음'보다는 진지한 캐릭터로 충무로에 입성한 모델 출신의 배우 차승원은, <신라의 달밤>(2001년)의 흥행 성공을 시작으로, <라이터를 켜라>(2002년), <광복절 특사>(2002년), <선생 김봉두>(2003년), <귀신이 산다>(2004년)와 같은 코미디 영화에서 승승장구했었다.

꽤 오랜 시간이 흐르고, 예능 프로그램 <삼시세끼>에서 자신만의 끼를 뽐낸 그에게 '코미디' 장르 연기는, "배우 연기를 하면서 나오는 목마름을 채워주는 것" 그 자체였다.

<하이힐>(2013년), <독전>(2018년)과 같은 누아르 장르부터, 유머와 정극을 오가려고 했던 <고산자, 대동여지도>(2016년)까지, 다양한 작품에서 필모그래피를 확장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힘을 내요, 미스터 리>는 그런 '목마름'이 있던 차승원과 이계벽 감독이 의기투합해 만든 작품이다.
이계벽 감독은 2016년 10월, 상대적으로 영화 비수기라고 여겨지는 그 시기에 약 700만 관객을 불러 모았던 <럭키>를 연출하면서, 자신만의 B급 감성을 마음껏 보여줬다. 하필이면, <삼시세끼>에서 차승원과 함께 호흡했던 '참바다' 유해진이 '원 톱'의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에, 당연히 이 작품은 서로의 '니즈'가 합쳐져 만들어질 수 밖에 없었다.

<힘을 내요, 미스터 리>의 연출 방식은 크게 <럭키>와 벗어나지 않았다. <럭키>는 유해진의 '원맨쇼'에 가까울 정도로, 유해진의 유머 완급 조절이 빛을 발했던 작품이었다.

10~20년 전에는 통했을지 몰라도 지금은 어렵겠다고 생각한 '유치하거나 촌스러운 개그'를 완벽히 소화한 것이 유해진이었기 때문. 덕분에 <럭키>는 전체적인 스토리의 '완성도'나, 유해진과 대척점을 이루는 이준의 분량은 따로 놓고 보고 싶을 정도의 생각까지 들게 했다.
<힘을 내요, 미스터 리> 역시, 배우의 '과장된 표현'이나, '잔개그'로 관객을 웃기려 할 때가 많다. 드라마를 활용한 상황 설정은 기본이며, 심지어 이번 작품에서는 차승원이 '지적장애인'을 연기해 이를 통한 개그 포인트를 선보이기까지 한다.

연기한 배우의 고심이 많았을 것이고, 캐릭터를 소화하기 위해 노력한 것은 충분히 이해한다. 허나 잦은 근육 자랑 장면이나 "밀가루가 몸에 좋지 않다"라는 대사를 한 번 관람했으면 몰라도, 두 번 이상 반복한 것은 여러모로 아쉬웠다. 당연히 '지적장애' 인물을 '희화화'하지 않았다고 설명했지만, 이는 관객의 호불호를 낳은 가장 큰 요소이기도 했다.

천만 이상의 관객이 2013년 설 연휴에 찾았던 <7번방의 선물> 속 류승룡의 연기에서 나온 '비판'과도 일맥상통한 부분이었다. 게다가 소아 백혈병에 걸린 '샛별'(엄채영)을 다룬 방식 역시 호불호 요소였다. 부녀가 타인의 연민을 억지로 자극해서 무언가 얻어낸다는 서사를, 영화는 반복해서 보여준다.

다행스럽게도, '샛별'이 대구에서 만나는 한 학생이, '샛별'의 모습을 보고 당당히 '일진'들에게 맞서 싸우는 모습을 담아내어, '사회적 약자'가 단순히 연민의 자세가 아니라, 상호 간 연대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한 지점은 좋았다.
한편, 이 작품은 '전반부'와 '후반부'에서 완벽히 다른 이야기를 보여준다. 마음 놓고 웃고 싶어서 명절 극장가를 찾았는데, 갑작스럽게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를 등장시켰기 때문.

물론, 대구로 딸 '샛별'이 내려간다는 설정이나, 라이온스파크가 아닌 시민운동장에서 열리는 삼성 경기(덕분에 작품의 시점과 딸의 나이 등을 계산할 수 있게 된다), 지하도를 보고는 겁에 먹는 '철수'(차승원), 2003년 대구에서 열린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광고 등이 '대구 지하철 참사'가 나올 것을 계속 암시하지만, 전혀 유추하지 못한 관객이라면 그야말로 '망치'로 머리를 맞는 느낌이 들 가능성이 높다.

한국에서 일어난 실제 '인재'를 보여준 작품들의 공통점이 있다. 최소한 '코미디' 장르로 인재를 접근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1995년 삼풍백화점의 붕괴로 '소중한 사람'을 잃고, 그 사람을 기억하는 남자 '현우'(유지태)의 이야기를 다룬 <가을로>(2006년)나,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아들을 잃은 한 가족의 생일 잔치를 보여준 <생일>(2019년) 등이 그러했다.
하다못해 '대구 지하철 참사'를 소재로 한 작품인 <로봇, 소리>(2016년)도 '(참사 당시) 실종된 딸'을 찾으려는 아버지(이성민)와 인공지능 로봇(심은경 목소리)의 여정을 담았는데, 관객을 억지로 울리려 하지 않고도 충분히 감정을 전달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힘을 내요, 미스터 리>도 이런 사건을 '기억'하고자 하는 선의가 충분히 담겨 있다. 지금도 대구 중앙로역 '기억의 공간'에서 볼 수 있는 사람들의 손자국, 이와 연결되는 휴대폰 문자와 통화 알림은 가장 인상적인 시퀀스. 물론, 이 장면들 역시 <생일>처럼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아도 충분히 상황 설명이 가능한 만큼, 좀 더 책임감 있는 자세로 연출했어야 했다는 지적도 있을 수 있겠다.

결국, <힘을 내요, 미스터 리>는 '코미디'라는 장르의 특성상 극장에서 마음껏 웃어야 하는 장면에도, 후반부 들어선 차마 웃을 수 없었던, 주고 싶은 '메시지'가 '코미디'에서는 잘 어울릴 수 없었던 영화가 됐다.

2019/08/29 CGV 용산아이파크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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