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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 영화는 '괴작'이라는 말을 들어야 했나?

조회수 2019. 8. 10. 1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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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자의 영화영수증] <사자> (The Divine Fury, 2019)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영화 <사자> 표지 및 이하 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사자>는 격투기 챔피언 '용후'(박서준)가 구마 사제인 '안신부'(안성기)를 만나면서, 악에 맞서게 된다는 이야기를 담았다.

<퇴마록>(1998년)을 기점으로, <검은 사제들>(2015년), <곡성>(2016년), <사바하>(2019년)로 이어진 한국 오컬트 영화의 계보를 따라가고 싶어 한 <사자>는, 그러나 최근 만들어진 작품들보다 얕은 작품성을 보여주면서, 평단에 이어 대중에게도 혹평을 받아야 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감독의 기획 의도와 그렇게 따라가지 못한 연출을 모두 정리해본다.

<사자>는 <청년경찰>(2017년)로 장편영화 첫 연출작을 흥행작으로 만든(565만/손익분기점 200만) 김주환 감독의 신작이었다.

김 감독은 중학교 시절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조지타운 대학교에서 국제정치학을 배워 한국에 돌아와, 영화 배급사 쇼박스 홍보팀과 투자팀에서 활동했다. 이후 그는 대학 시절 전공 외로 시나리오 공부를 했던 것을 떠올리며, 영화 제작에 꿈을 이루고자, 사비로 단편 영화를 만들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단편 <안내견>(2016년)은 조선족 노동자가 유기견이 우정을 쌓는다는, 차별받는 인간과 동물의 이야기였다. 이 작품이 칸 영화제 단편 비경쟁 부문에 초청받으면서, 자연스럽게 그에게 장편영화 연출의 길이 열리게 됐다.

김 감독은 공군 통역장교 복무 시절 사관생도들이 겪었던 딜레마인 "멋있는 파일럿이 되고 싶었지만, 치열한 경쟁으로 되지 않는 경우"를 바탕으로, 경찰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이 추리하는 실종 수사극을 만들게 됐다.

<청년경찰>이 흥행한 후, 좀 더 많은 예산을 투자받은 김주환 감독은, 자신이 미국 유학 시절 보고 자란 할리우드 작품이나, 만화책과 같은 대중문화에서 착안한 아이디어들을 짜 맞춘 <사자>의 각본을 직접 집필해 나갔다.

본인도 스스로 기자간담회에서 "어떤 한 사람이 힘을 얻게 되어, 사람을 구하는 영웅이 되는 것에 초점을 뒀다"라고 밝힌 만큼, 이 영화는 DC 코믹스 원작(산하 버티고 작품인 <헬블레이저> 속 등장 캐릭터 '콘스탄틴'이 주축이다)인 <콘스탄틴>(2005년)처럼 선과 악의 이야기를 빌려 마치 '슈퍼 히어로'의 탄생기로 제작됐다.
하지만 <사자>는 선과 악의 단순한 '이원론' 구도를 만들었으면서도, 흐름을 늘리는 전개를 통해 통쾌함보다는 안타까움을 줬다. 대표적으로, '용후'가 부모의 죽음으로 믿음을 져버리는 장면을 통해, 신과 같은 초인간적인 존재는 없다고 믿는 '무신론 사상'을 자신의 신념으로 사는 대목이 너무나 길고 구구절절 설명됐다.

덕분에 작품의 초반 약 1시간은 '액션'이나 '구마'를 기대한 모든 관객을 만족시키기엔 아쉬웠다. 더욱이 '가족애'라는 의미로 등장하는 몇몇 신파 장면도 지루함을 증폭시켰다. 오컬트 장르 특유의 오싹한 분위기나, <콘스탄틴>처럼 액션을 기대한 관객에게는 공허한 시간일 수도 있었다.

게다가 이 작품의 연출 방식은 <검은 사제들>과 <사바하>를 연출했던 장재현 감독의 작품들이, 쉽고 빠르게 관객들에게 극의 세계관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서, 몰입감을 높였던 것과는 달랐다.

그나마 특이할 점은 '지신'의 설정을 '강남의 클럽 사장'으로 했다는 것으로, 클럽을 악의 소굴로 만들어낸 것은 현실의 그것이 연상됐다. '지신'의 많은 출연 분량을 통해 강력한 빌런임을 증명하려 했지만, 잦은 검은 제단의 등장은 인물의 성격을 보여주기엔 부족할뿐더러 우스꽝스러워 보였다.
한편, <사자>는 캐릭터의 '고뇌'보다는 '맵시'에만 더 집중하려 애쓴 것이 보인 영화였다. 전작 <청년경찰>에서 강하늘과 박서준이 악당들을 제압하기 전 몸을 단련하는 대목처럼, 김주환 감독은 어떻게 하면 배우들이 영화에서 멋지게 보일까를 잘 구상했다.

'안신부'가 다친 후, '용후'가 마치 '슈퍼 히어로'의 수트를 입은 것처럼 변신하는 과정은 일종의 팬서비스처럼 보였다. 덕분에 작품의 대다수 호평은 영화의 내용보다는 배우들의 얼굴 구경을 잘했다는 이야기 위주로 꾸며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감독은 배우들이 이렇게 잡은 무게감을 제대로 연출하지 못했다.

그 대표적인 대목이 '서비스 컷' 이후 나오는 '클럽 싸움' 장면이었다. 드디어 액션다운 액션을 볼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본 이 장면은 클럽 내부를 한 바퀴 도는 형태의 롱테이크로 구사됐었다. 그러다 보니 배우들의 싸움 합이 그대로 노출됐고, 일부 장면에는 '타격감'을 느낄 수 없는 액션이 나오면서 긴박함을 느낄 수 없게 했다.
이어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 부모가 준 '사랑'의 힘으로 '해리 포터'가 '퀴렐' 교수를 가루로 만드는 장면이나,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서 '해리'가 '덤블도어'를 만나는 장면 등 판타지 영화에서나 볼 법한 마지막 '용후'와 '지신'의 대결은 일부 팬들의 실소를 자아내기까지 했다.

결국, <사자>는 다양한 아이디어가 있었으나, 오히려 정체성이 없는 결과물을 내놓은 것처럼 안타까웠다. 같은 날 개봉한 <엑시트>가 간단하게 자신이 원하는 목표 지점을 향해 나아가 호평을 받았다면, 이 영화는 그렇지 못한 셈. 이것이 <사자>가 팬들로부터 괴작이라는 평가까지 받은 주요 이유였다.

과연 <사자>가 총제작비 147억(순제작비 115억)으로 만들어져, 손익분기점 약 350만을 넘기고, 이후 자신이 원하던 '다크 유니버스'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아니면 톰 크루즈의 <미이라>(2017년)처럼 '다크 유니버스' 계획 자체가 끝나고 말지 궁금해진다.

2019/08/01 CGV 목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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