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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토로'는 왜 이웃집에 살았나?

조회수 2019. 6. 10. 1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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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자의 영화영수증] <이웃집 토토로> (となりの トトロ, My Neighbor Totoro, 1988)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영화 <이웃집 토토로> 표지 및 이하 사진 ⓒ (주)스마일이엔티
'스튜디오 지브리' 애니메이션 작품의 시작을 알리는 로고 화면 속 캐릭터이자, 현재 지브리를 '레전드 애니 스튜디오'로 만들게 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 <이웃집 토토로>가 지난 6일 재개봉했다. 영화는 첫 주말 박스오피스에서 10만 관객을 동원하며, 같은 시기 개봉한 <로켓맨>보다 더 많은 관객을 불러 모았고, 지브리의 위력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했다.

넷플릭스 등 OTT 서비스로 스트리밍되는 것을 거부하고, DVD나 블루레이와 같은 2차 판권 서비스 형태로 새로운 관객을 유치하고 있기 때문에, 지브리 스튜디오가 폐쇄적이라는 이야기도 있으나, 오히려 그러한 전략이 재개봉의 흥행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할 수 있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1984년)가 성공한 후,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스튜디오 지브리를 설립했다. 설립 후 첫 작품인 <천공의 성 라퓨타>(1986년)가 성공한 후, 그는 자신이 연출한 작품과는 다른 시도를 진행했다.

전작 <미래소년 코난>(1978년)이나, <루팡 3세: 칼리오스트로의 성>(1979년)처럼 지구의 디스토피아 세계관을 보여줬거나, 일본보다 유럽에서 볼 법한 배경 속에서 이뤄지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들과 다르게, 제2차 세계대전 이후 1950년대 초 일본의 시골을 배경으로, 두 자매와 숲속에 사는 신비로운 생명체 '토토로'(타카기 히토시/박상일 목소리)의 동화 같은 이야기를 그린 것이다.
두 자매인 '사츠키'(히다카 노리코/최덕희 목소리)와 '메이'(사카모토 치카/김은아 목소리)의 모습은, 기존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에 등장하는 여성 주인공 특유의 주체적이고, 강인하면서, 지혜로운 면모를 그대로 유지했다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흥미롭게도, 일본에서 '사츠키'는 음력 5월(さつき)을 의미하며, '메이'는 영어로 5월(May)을 뜻한다.

11살 소녀 '사츠키'는 엔드 크레딧 장면에서도 볼 수 있듯이 다른 남자아이들에게 지지 않는 씩씩한 캐릭터로 나온다. '사츠키'는 집에서는 도쿄에 있는 대학 연구원으로 일하는 아버지 '타츠오'(이토이 시게사토/홍시호 목소리)와 입원 중인 어머니 '야스코'(시마모토 스미/배정미 목소리)를 대신해 동생 '메이'를 돌보는 언니다.

4살 소녀 '메이' 역시 호기심도 많은 아이로 등장하는데, 낯가림이 많은 캐릭터처럼 보이나 숲속에서 마주한 '토토로'를 본 후 무서워하지도 않아 하며 장난을 친다. 결국, '토토로' 덕분에 아이들은 한 차례 더 성장하는 힘을 얻는다.
단순히 '토토로'를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존재로, 단순히 영미권에서 '유모'의 대명사로 알려진 <메리 포핀스>로 인식하기엔 거리가 있다. 흔히 "일본에는 800만의 신이 살고 있다"라는 말을 한다. 일본에는 집 근처에 있는 자연 만물을 신 혹은 정령(요정 등)으로 여기면서, 그들에게 축복을 기원하는 '신토 신앙'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교토의 대표적 관광지로, <게이샤의 추억>(2005년)에도 나오는 '후시미이나리 신사'는 여우와 관련된 농업과 성공의 신 '이나리'를 모시는 곳이다. 영화에 나오는 '토토로' 역시 '이웃집'에 사는 도토리나무의 요정으로 나온다.

작품의 원제인 'となり'(토나리)가 '이웃집'인 이유로, 일본에 뿌리 깊게 내려온 문화인 '신토 신앙'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이웃집 토토로>는 아이들을 위한 보편적인 민담이나 전설에서 따온 이야기, 숲을 중심으로 한 환경주의, 가족의 소중함 등 세계인에게 맞물리는 무언가를 제공하면서, 동시에 '신토 신앙'을 토대로 일본인이 현재까지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캐릭터로 남게 했다.
마치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2019년)으로 계급주의라는 세계인에게 보편적인 소재를 사용하면서, 한국인에게 무언가 더 잘 맞는 '특수성'을 전달한 것과 유사하다.

한편,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이 작품을 기반으로, 환경주의(특히 여성의 억압과 착취는 자연의 그것과 같다는 '에코 페미니즘'에 가까운 내용이 많다)와 '신토 신앙'을 소재로 한 작품을 여러 차례 선보였다. 대표적으로, 신과 인간의 대결을 다룬 <모노노케 히메>(1997년)와 아카데미 시상식 장편 애니메이션 작품상과 베를린 영화제 황금곰상을 받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1년)이 있다.

또한, 음악감독인 히사이시 조 역시 이 작품의 서브플롯에 해당하는 음악인 '바람이 지나가는 길'을 <모노노케 히메>와 같은 지브리 작품에서 편곡해 오케스트라 연주로 들려주는 등 하야오 감독과 같은 길을 걸어 나갔다.

2019/06/08 메가박스 코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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