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국제영화제가 '포스'와 함께한 이유는?

조회수 2019. 5. 7. 1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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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자의 영화영수증]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 '스타워즈 데이'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표지 사진 ⓒ 전주국제영화제 / 이하 기사 본문 사진 ⓒ 양미르 에디터
올해로 성년을 맞은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가 지난 5월 2일 개막해 11일까지 열린다. 본래 전주국제영화제가 "동시대 영화 예술의 대안적 흐름이나, 독립, 예술영화의 최전선에 놓인 작품을 소개한다"라는 모토로 시작된 것과는 다르게, 지난해부터 전주국제영화제는 그와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작품을 선보였다.

2018년에는 '스페셜 포커스 - 디즈니 레전더리' 섹션을 통해 디즈니와 픽사의 애니메이션 역사를 재조명할 수 있는 28편의 작품들이 상영됐는데, 덕분에 에디터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라따뚜이>를 다시 보기도 했다.

2019년에는 여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대중문화의 전설인 <스타워즈> 시리즈를 재조명하는 '스타워즈 아카이브: 끝나지 않은 연대기'를 진행했다.

지금까지 나온 '스타워즈 사가' 8편을 전편 초청 상영하면서, '포스가 함께 하길'(May the force be with you)에서 따온 5월 4일 '스타워즈 데이'(May the Fourth)를 기념하는 다양한 이벤트를 열었다. <스타워즈> 영화들이라면 N차는 기본인 에디터가 이 자리를 빼먹을 리가 없었다. 그러나 처음부터 난제가 발생했다.
5월 4일은 단순히 스타워즈 팬들의 날이 아닌, 전 국민이 쉴 수 있는 '5월 연휴'의 본격적인 첫날이었기 때문이었다. 보통이면 서울에서 넉넉히 3시간이면 충분히 갈 수 있는 전주였겠지만, 이날만큼은 불가능했다.

오전 8시 30분에 출발한 버스는 오후 1시 30분이 넘어서야 도착했고, '전주 돔'에서 열리는 <스타워즈> 시리즈의 첫 작품, <스타워즈 에피소드 4 - 새로운 희망>(1977년, 이하 <새로운 희망>) 상영은 놓치고 말았다. "왜 이럴 때 KTX를 타지 않았을까"라는 푸념을 했지만, 영화제 주 행사장인 '전주 라운지'에 마련된 '스타워즈 컨테이너'를 보며 그런 안타까움을 어느 정도 털어낼 수 있었다.

'스톰 트루퍼'들이 지키고 있던 '스타워즈 컨테이너' 안에는 각종 전시들이 펼쳐졌다. <새로운 희망>의 첫 장면, 화면을 가득 채우는 압도감을 선사했던 '임페리얼급 스타 디스트로이어'와 함께, 그 뒤로는 이에 추격당하던 반란군의 '탄티브 IV'를 '디오라마'로 만날 수 있었고, '한 솔로'의 분신과도 같은 '밀레니엄 팔콘'과 <스타워즈 에피소드 5 - 제국의 역습>(1980년, 이하 <제국의 역습>)의 '호스 전투'에서 제국군의 보행병기 'AT-AT' 등도 함께 볼 수 있었다.

맞은편 부스에는 <스파이더맨: 홈커밍>(2017년)에서 '피터 파커'의 친구 '네드'가 만들다 부셔버린 레고 '데스 스타' 전시를 비롯한 '레고 체험 이벤트'가 열렸다.
부스 2층에는 국내 작가와의 협업으로 만들어진 '스타워즈 아트'들도 볼 수 있었다. 가장 인상적인 아트는 2012년 <스타워즈>의 제작사인 '루카스 필름'이 40억 5천만 달러에 '월트 디즈니 컴퍼니'에게 인수되면서 나온 팬들의 아이디어 중 하나였던, '미키 마우스'와 '스톰 트루퍼'의 합성 모형이었다.

뿐만 아니라 이번 영화제 기간에는 뇌 과학자 정재승 교수, 로봇 공학자 데니스 홍 교수가 참석한 '스타워즈: 토크', 데이비드 콘발럼 월트 디즈니 컴퍼니 부사장의 GV 등 다양한 이벤트가 진행됐다.

하지만 가장 많은 관객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행사는 '전주 돔' 영화 상영 전, 약 30분간 열린 '스타워즈: 뮤직 퍼포먼스'였다. 코리아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나오는 존 윌리엄스 음악감독의 주요 테마들은 전주 돔을 추억으로 물들였다.

인상적인 것은 음악과 함께 나오는 영화 장면들이 싱크로를 잘 맞추고자 노력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제국군의 메인 테마인 'The Imperial March'에서는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2016년)에서 '다스 베이더'가 '일당백'으로 라이트 세이버와 포스를 사용하는 장면이 들어갔다.
여기에 '레아 공주'와 비슷한 하얀색 드레스를 입은 피아니스트가 'Princess Leia's Theme'을 연주하기도 했다. 오리지널 3부작뿐 아니라 '시퀄 트릴로지'를 이끈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2015년)의 OST도 포함됐는데, '밀레니엄 팔콘'의 비행 장면에는 '저항군'의 테마인 'March of the Resistance'가 연주됐다.

다만 훌륭한 연주 후에 나온 본편 상영은 다소 아쉬움이 있었다. 아무리 야외 상영이라고 하지만, 다음날 상영된 <미드 90>이나 지난해 관람한 <서치>만큼의 사운드가 들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일부 대사와 존 윌리엄스의 테마 음악이 들리지 않아서, 자막으로만 대사를 확인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연출됐다.

그렇다면, 전주국제영화제는 왜 2년 연속으로 대중 문화, 특히 디즈니와 협력한 프로젝트들을 진행해왔을까? 지난해부터 영화제는 작가, 장르, 지역 등을 특별전으로 기획한 다수 국제영화제의 일반적인 틀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그래서 영화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 스튜디오 혹은 영화사조에서 특정 시기를 조명하는 '아카이빙' 기획을 냈고, 그 첫 이야기가 '디즈니 레전더리' 특별전이었다. 디즈니에서도 영화제의 특별한 취지에 공감하면서, 작품을 비롯해 관계자 초청 및 포럼 진행에 도움을 준 것이었다. 덕분에 지난해엔 세계 최초의 풀컬러 장편 애니메이션인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1937년)이 상영됐었다.
이번 '스타워즈 아카이브'도 지난해 기획의 연장선상으로 진행됐다. 영화제 측은 "<스타워즈> 시리즈는 과학적 상상력과 신화적 상상력을 결합한 판타지 서사를 구축해 전 세계적으로 두터운 팬덤을 이루고 있다"라며, "독창적인 표현 양식과 캐릭터, 웅장한 서사는 '스타워즈'의 독보적인 세계를 형성했고, 영화의 경계를 넘어 동시대 대중문화에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이번 아카이브에서는 대중문화의 기념비로 '스타워즈'의 가치를 입체적으로 조명하고자 했다"라고 밝혔다.

물론, 이번 기획이 단순히 전주국제영화제 '아카이브'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캡틴 마블>과 <어벤져스: 엔드게임>를 필두로, <토이 스토리 4>(한국 6월 예정), <라이온 킹>(한국 7월 예정), <겨울왕국 2>(한국 12월 예정)로 이어지는 애니메이션과 '디즈니 라이브 액션'까지 전 세계 박스오피스 싹쓸이를 노리는 디즈니의 2019년 마지막 야심작인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를 위한 홍보의 장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스타워즈>의 이번 영화제 초청이 적어도, 현재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그러한 것처럼, "서브컬처 장르도 블록버스터가 될 수 있다"라는 '영화사적 의미'를 더욱더 각인시켜준 것은 아니었을까?

2019/05/04 전주 돔
- 20th 전주국제영화제(JIFF) 상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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