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를 폭탄 테러하려던 목사에게 일어난 일

조회수 2019. 4. 18. 1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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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자의 영화영수증] <퍼스트 리폼드> (First Reformed, 2017)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영화 <퍼스트 리폼드> 표지 및 이하 사진 ⓒ (주)올스타엔터테인먼트
* 영화 <퍼스트 리폼드>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연기뿐 아니라 극작에도 뛰어난 솜씨를 보여준 배우 에단 호크는 지금까지 총 4차례 아카데미 시상식에 이름을 올렸으나, 수상 인연은 없었다.

그는 <트레이닝 데이>(2001년)로 생애 첫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으며, 자신의 이름을 확고하게 알린 로맨스 3부작 중 <비포 선셋>(2004년)과 <비포 미드나잇>(2013년)으로 리차드 링클레이터 감독, 줄리 델피와 함께 각색상 후보에 올랐고, 한 작품을 12년 동안 촬영하며 영화사에 한 페이지를 장식한 프로젝트 <보이후드>(2014년)로 남우조연상 후보에 다시 한번 이름을 올렸었다.

그를 대중적으로 알려준 작품으로는, <죽은 시인의 사회>(1989년) 속 '존 키팅'(로빈 윌리엄스)의 제자 '토드 앤더슨'과 안데스산맥에서 일어난 비행기 추락 재난 영화 <얼라이브>(1993년)의 주인공 '난도 파라도' 역할이었다.
에단 호크는 단순히 '잘생긴 배우'라는 타이틀에서 벗어나기 위해 상업 영화와 예술 영화를 오가며 다양한 캐릭터 변신을 시도했고, 그 연기 정점에 오른 작품이 <퍼스트 리폼드>였다. 에단 호크는 이 작품으로 전미 비평가 협회상을 비롯해 런던, 뉴욕, 시카고, LA 등 유수의 비평가 협회상을 받으며,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 가능성도 높였으나, 정작 후보에 오르지도 못했다.

사실 <퍼스트 리폼드>를 연출하고 각본을 쓰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 후보로 이름을 올렸던 폴 슈레이더 감독은, 에단 호크를 비롯해 제이크 질렌할과 오스카 아이작을 눈여겨보면서 시나리오를 써 내려갔다.

언급한 세 배우 모두 기복이 없는 꾸준한 연기를 보여왔으나, 배우들의 일정 문제로 인해서 최종적으로 '톨러' 목사를 연기한 배우는 에단 호크였다. 그는 이번 작품에서 완벽히 '톨러'의 생각과 감정에 몰입된 '메소드 연기'를 펼쳤는데, 화룡점정은 몸을 사리지 않은 마지막 선택을 다룬 시퀀스였다.
메가폰을 잡은 폴 슈레이더 감독도 <택시 드라이버>(1976년), <성난 황소>(1980년) 등 마틴 스콜세지 작품의 각본을 써왔던 작가로 국내 영화팬들에게 알려져 있다. 하지만 유난히 아카데미와는 인연이 없었고, 72세라는 나이가 되어서야 아카데미 시상식에 처음 후보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영화는 예배를 하는 곳이라기 보다는 그저 유적지 혹은 기념품 가게처럼 변모한 '퍼스트 리폼드' 교회를 정적으로 바라보면서 시작한다. 그곳에서 일하는 46세 목사 '톨러'는 자신의 하루를 고촬하는 일기를 작성한다. 일기는 내레이션의 형태로 차분하게 읊어지는데, 모든 내용은 컴퓨터나 스마트폰이 아닌 직접 노트 필기로 구성된다.

그는 500석의 '퍼스트 리폼드' 교회를 운영하며, 250주년 재봉헌식을 준비하려던 '제퍼스'(세드릭 더 엔터테이너) 목사와 의견 차이로 대립한다. 그러던 중 신도 '메리'(아만다 사이프리드)가 임신한 몸으로 등장, 자신의 남편 '마이클'(필립 에팅거)을 꼭 만나 달라는 말을 '톨러'에게 남긴다.
폴 슈레이더 감독은 대중영화에서는 보기 힘든 4:3 화면 비율을 선택했다. 이는 그가 파벨 포리코브스키 감독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을 받았던 작품 <이다>(2013년)를 통해 영감을 받아 이뤄진 결정이었다. <이다>는 인물이 문이나 창문 같은 프레임 속에 서 있는 모습을 담아낼 때, 좁은 프레임과 정적인 움직임으로 잡아낸 화면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퍼스트 리폼드> 역시 큰 움직임이 없는 카메라 앵글을 통해서, 어떠한 틀에 인물들의 사고가 갇혀버린 느낌을 받게 된다. 작품에서 주목할 장면은 '톨러'와 '메리'가 손을 맞잡은 이후의 풍경인데, 4:3 비율임에도 그 틀을 벗어나고 싶은 시도로 보였다.

한편, 이 작품은 단순히 개인의 고통을 안고 살던 '톨러'가 급진적인 환경주의자 '마이클'이 자살하면서, 그 계기로 인해서 교회가 타락했다는 것을 알게 된 '톨러'의 시선을 통해, 종교의 상업화를 경계하는 모습을 담아낸다.

이는 <퍼스트 리폼드>라는 제목과도 연관이 있는데, 언약의 관점에서 성경을 해석하면서 그 성경의 원리에 충실하고, 참된 경건을 전반적인 삶에서 실천하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특권이자 의무로 여기며, 여러 방법으로 복음을 전파하는 개혁교회(Reformed Churches)의 의미도 있지만, '처음으로 돌아가는 개혁'의 의미로 풀이할 수도 있다.
앞서 '톨러'와 '메리'가 손을 맞잡을 때 나오는 화면들은 지구 온난화로 인한 파괴된 자연을 위주로 등장하는데, 이를 통해 무언가 환멸을 느낀 '톨러'는 극단적인 선택인 '자살 폭탄 테러'를 실천에 옮기고자 한다.

폴 슈레이더 감독은 총 3가지의 결말을 집필해놨는데, '톨러'가 교회를 폭탄 테러하는 극단적 상황, '톨러'가 '세제'를 마시고 자살하는 장면을 염두했었다. 그러나 영화는 '예수의 면류관'처럼 가시돋힌 철조망으로 온 몸을 감은 '톨러'가 자살하기 직전, '메리'가 그를 꼭 안아주는 장면으로 끝난다.

그렇다면 마지막 장면은 어떻게 봐야할까? 열린 결말처럼 구성한 <퍼스트 리폼드>의 마지막 장면을 놓고, 가장 쉽게 추측할 수 있는 것은 '사랑'이다. '톨러'에게 마지막으로 남은 한 줄기 희망도 사랑이었다.

결국, 인간에 의해 파괴된 자연 역시 사랑을 품은 인간들이 '새롭게 고쳐 나가야 한다(Reform)'라는 과제를 안기면서 영화는 막을 내린 것이 아닐까?

2019/02/23 CGV 용산아이파크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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