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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 치매에 걸린 노부부 이야기, 뻔하다고요?

[양기자의 영화영수증] <로망> (Romang,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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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닥토닥
글 : 양미르 에디터

'치매'를 소재로 한 영화는 세대를 불문하고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사랑하는 사람의 기억이 어느 순간 조금씩 사라진다면, 그만큼이나 슬픈 이야기 소재는 없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정우성과 손예진의 애달픈 이야기였던 <내 머리 속의 지우개>(2004년)나,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미카엘 하네케 감독의 <아무르>(2012년), 줄리안 무어가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주연상을 받은 <스틸 앨리스>(2014년) 등이 떠올려질 정도다. <로망>은 언급한 세 작품의 공통점으로, 아내가 치매에 걸린 상황을 뛰어넘는다. 바로 남편도 아내의 뒤를 이어 치매가 걸리는, 이른바 '동반 치매'를 다룬 것이다.

75세 '조남봉'(이순재)은 으레 이런 영화가 그러하듯이 가부장적이면서 무뚝뚝한 인물로, 젊은 시절부터 '개인택시'를 통해 가족들을 먹여 살려온 인물이다.

'개인택시'를 몰고 있지만, 가계에 그나마 보탬이 되는 일을 하는 인물은 '박사 과정'까지 밟은 '백수' 아들 '조진수'(조한철)의 아내, '정희'(배해선)였다. 그렇다고 시골 '학원강사'의 수입이 넉넉한 형편도 아니며, 시부모 집에 얹혀사는 처지에, 둘째까지 낳아야 하는 상황이니 '정희'의 마음은 복잡했다.

출처영화 <로망> 표지 및 이하 사진 ⓒ (주)메리크리스마스

그러던 중 '조남봉'의 아내 '이매자'(정영숙)가 조금씩 어지러움을 호소하더니, 손녀 '은지'(이예원)를 돌보다 혼자 어디론가 가는 일이 일어난다. '이매자'는 냄비를 태워버리는 사고를 내면서, 젊은 시절 연탄가스 중독으로 인해 죽은 첫째 딸의 이름을 연신 불러대기까지 한다.

결국, '조남봉'은 '매자'를 요양병원에 보내게 된다. '치매'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다시 '매자'를 퇴원시킨 '조남봉'은 직접 돌보기로 결심을 해보지만, 이윽고 본인도 치매에 걸려 버리게 된다.

비록, 명절에 TV에서 하는 2부작 특집극에 나올 법한 전개, 한 에피소드와 다른 에피소드가 페이드 아웃 등으로 인해 툭툭 끊기는 편집 등이 이순재와 정영숙이라는 연기 인생 도합 114년 베테랑이 빚은 연기에 비해 턱 없이 부족함을 느끼게 하지만, 적어도 그 연기 하나 만이라도 이 영화는 존재의 가치가 있다.

이미 두 배우가 2017년 <사랑해요 당신>이라는 연극을 통해서 치매에 걸린 부부를 연기한 바 있었는데, 그 작품에서 우러나온 연기가 이번 영화에서도 그대로 나온 느낌이었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부부가 치매가 걸린 후, 손편지를 남기면서, 서로의 기억을 되찾기 위한 노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렇게 무뚝뚝했던 '조남봉'이 다정하게 변하는 모습에 '이매자'가 '진작 치매에 걸릴 것 그랬어요'라는 메모는 관객에게 웃음을, '나한텐 당신 뿐이야. 먼저 가면 안 돼. 미안하다' 등의 메모들은 눈물샘을 자극했다.

'조남봉'의 대사 "오래되고 고장 나면 무조건 폐차냐. 오래됐으면 새 걸로 바꾸고, 고장 나면 고치면 되는 거지"라는 대사도 어느덧 노년 세대에게, 비하 발언을 섞어 가면서 비아냥을 하는 현시대에 충분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조남봉'이 '이매자'와 함께 한 결심은 그래서 더 안타까웠고, 서글펐다.

한편, 작품의 제목인 <로망>은 흔히 늙어서 망령이 들었다는 '노망'(老妄)과 동시에 12~13세기 중세 유럽에서 시작되어, 현재는 '로맨스'로 더 알려진 통속 소설 '로망'(Roman)을 의미하는 것처럼 보인다. 두 의미가 절묘하게 결합한 영화는 중년 부부부터, 현재의 젊은 커플까지 모두가 손 꼭 잡고 볼 만한 소재임엔 틀림없다.

2019/04/06 CGV 영등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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