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야 산다! 그래야 바꾼다!

조회수 2019. 3. 22. 1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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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자의 영화영수증] <이스케이프 룸> (The Escape Room, 2019)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영화 <이스케이프 룸> 표지 및 이하 사진 ⓒ 소니픽처스코리아
* 영화 <이스케이프 룸>과 <큐브>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최근 극장가에 "나가야 산다"라는 포스터 문구와 함께 선전 중인 <이스케이프 룸>은 어느샌가 '필수 데이트 코스' 중 하나가 된 '방탈출' 게임을 소재로 한 스릴러 영화다.

밀폐된 공간에서 생존하는 내용을 다룬 영화들은 이미 다양한 작품들이 등장했는데, 가장 유명한 작품은 <큐브>(1997년)로 다양한 직업과 성별, 연령, 인종, 장애 여부, 심지어 성격까지도 천차만별인 사람들이 함정이 들어 있는 정육면체 방에서 살아남는 과정을 다뤘다.
<큐브>가 '밀실'에서 펼쳐지는 공포 영화로 현재까지 많은 이들의 이름에 오르내리는 이유는 작품에 나오는 기본 갈등이나 함정 등이 우리 사회에서 충분히 겪는 일이기 때문이다. 움직이는 '큐브'를 통해 세상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면서도, 그 변화로 인한 갈등은 인류가 발달하면서 사라지기는커녕 끊임없이 늘어난 것을 보여주기도 했다.

"역사는 반복된다"라는 격언처럼, '증오'로 인한 '혐오 범죄'가 끊이지 않는데, 이를 영화에서는 탈출구가 좀처럼 보이지 않거나, 어렵게 나타난 탈출자의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신원을 보면서 깨닫게 해준다.

약 20년 후에 나온 <이스케이프 룸>도 모양은 '방탈출'이지만, <큐브>와 유사한 형태로 시작된다. 한 사람이 토막 나는 비참한 최후로 시작되는 <큐브>처럼, <이스케이프 룸>은 '벤'(로건 밀러)이 방탈출에 실패해 최후에 몰리는 위기의 장면으로 시작된다.
이윽고 주요 캐릭터들이 '방탈출 게임' 회사인 '미노스'의 초대장을 받는 장면이 펼쳐진다. '미노스'는 그리스 신화 속 '크레타'의 왕에서 따온 것 같은데, 그가 만든 '미궁' 안에 '미노타우로스' 괴물을 풀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방탈출 게임'에는 친구들과 어울리기 보다는 혼자 수학 공식을 푸는게 더 좋으나 자신의 소심한 성격을 극복하고 싶었던 '조이'(테일러 러셀), 펀드 매니저로 승부욕이 불타는 성격의 '제이슨'(제이 엘리스), '방탈출 게임'에는 일가견 있는 게임광 '대니'(닉 도다니), 폭발물 사고로 인해 부상을 입고 퇴역한 '아만다'(데보라 앤 윌), 마트 창고에서 아르바이트를 하지만 인생에 회의감을 느낀 알콜 중독자 '벤', 전직 광부 출신으로 트럭을 마련하기 위해 나선 '마이크'(타일러 라빈)이 참여하게 된다.

이들의 성별과 인종 분포는 백인 남성(청년과 중년)과 여성, 흑인 남성과 여성, 아시아인 남성까지, 마치 미국의 현재를 보는 것처럼 꾸며져 있고, 이는 <큐브>보다 더 엄격하게 짜여있다.
게다가 그들이 만난 장소는 시카고(영화가 촬영된 곳은 정 반대편인 남아공이다)로, 미국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는 공간이다. 스파이크 리 감독이 시카고 총기 실태를 다룬 영화 <시라크>(2015년)를 연출할 정도로 치안이 위험한 곳으로, 주민들이 자신들이 사는 곳을 시카고와 이라크가 혼재한다는 의미인 '시라크'라 부른 것에서 유래한 제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영화는 <큐브>처럼 서로의 갈등과 이기심으로 인해 일어난 인물들의 연이은 죽음, 그리고 <쏘우> 시리즈처럼 제한된 시간 내에 '게임 마스터'가 만들어낸 미션을 수행하지 못한 인물들의 죽음 등 다양한 상황을 섞어서 탈출에 앞서, 서로가 '공존'해야 할 것을 주장한다.

서로가 생존을 위해서라면 연대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 잠시나마 중반부 주제로 등장하지만, 후반을 향해가면서 자신들의 과거가 되새겨지는 순간, 다시 한번 '각자도생'을 하는 시나리오로 급변하게 된다.
앞서 언급한 '미노스'의 '미궁' 이야기를 다시 꺼내 보자. '미노타우루스'를 죽이고 미궁을 탈출한 인물은 왕자 '테세우스'였는데, 이 작품에서 '테세우스'를 맡은 인물은 '용기 있는 왕자'라기 보다는 누가 봐도 가장 소심하거나, 가장 보잘것없어 보인 사람들이었다.

비록 '방탈출'에는 성공했으나 작품의 '메시지'처럼 들려오는 마지막 'No Way Out(나갈 곳 없음)' 문구는 두 사람과 관객들에게 '부유층의 갑질'로 인한 분노를 느끼게 해준다. 결국, 그들은 다시 한번 자신들을 이렇게 만들게 한 '미노스'들을 잡기 위한 여정에 나서게 되고, 이는 현재 우리 사회를 떠올리게 한다.

<이스케이프 룸>은 '뉴스를 가득 채우고 있는 그들의 악행에 단순히 '탈출'하기에만 급급하지 말고, 결국 그 악행에 모두가 맞서 싸워야 하는 것이 우리의 현재가 아닐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묘한 영화가 됐다.
한편, 미국에서 지난 1월 4일 개봉한 후, 900만 달러의 저예산으로 만들어진 영화는 전 세계 1억 4,191만 달러라는 엄청난 흥행 기록을 세우며, 국내 개봉 이전에 속편 제작을 확정지었다. '10대' 관객층을 잡을 수 있도록 '청소년 관람불가'인 'R 등급'이 아닌 'PG-13 등급'으로 수위 조절을 택했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였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큐브>와 <쏘우> 등 유사 장르와의 차별성이 딱히 두드러지지 않기 때문에, 일부 관객에게는 '장르적 쾌감'을 크게 얻기엔 부족한, 맹물 같은 영화가 될 수 있다.

또한, 관객에게 긴장감을 끌고 가기 위해서 일부 설정이 억지스러운 면도 분명 있었다. 예를 들어, 심장충격기 앞에서 "어차피 죽는 거, 자신이 죽고 다른 사람이라도 살아야지"처럼 말하는 '제이슨'과 그 말에 바로 설득당하는 '마이크'의 모습은 가장 공감하기 힘든 장면이었다.

2019/03/15 CGV 목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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