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세 노인은 왜 '마약'을 운반해야 했나?

조회수 2019. 3. 19. 1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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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자의 영화영수증] <라스트 미션> (The Mule, 2018)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영화 <라스트 미션> 표지 및 이하 사진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입에는 시가를 물고, 무언가 먼지가 수북히 쌓여 있을 망토를 둘렀으며, 무언가 우수에 찬 눈빛이 가득한 '착한 놈(The Good)'을 향해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이 들려 온다.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석양의 무법자>(1966년)로, '착한 놈'인 '블론디'를 연기한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세계적인 서부극 스타가 됐다. 하지만 그는 그러한 서부극의 '영웅 서사 형태'를 경계한 작품인 <용서받지 못한 자>(1992년)를 통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을 받아낸 이후, '어른의 책임'에 무게를 둔 작품을 여러 편 연출해왔다.

대표적인 작품이 두 번째 아카데미 시상식 감독상을 받게 한 <밀리언 달러 베이비>(2004년)으로, 이 시대의 아버지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보여줬다. <그랜 토리노>(2008년)에서도 원칙주의자이면서 인종차별주의자였던 노인이 관용을 깨우치게 된다는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담아냈다.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2016년)에서는 재난이 일어났을 때, 모두가 '직업 정신'과 '윤리 의식'을 갖춰 행동하면, 비록 피할 수 없는 재난이지만, 그 속에서도 기적이 일어날 수 있음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랜 토리노> 이후엔 주로 '메가폰'을 잡으면서, 세상을 바라봤던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10년 만에 연기와 동시에 연출하게 됐다. <라스트 미션>의 원제는 '더 뮬(The Mule)'로, 노새라는 뜻도 의미가 있겠지만, '마약 운반책'이라는 속어로 사용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 작품은 왜 <라스트 미션>으로 국내에 소개된 걸까? 물론, '노새', '운반책', 아니면 음차 그대로 발음한 '더 뮬'이라고 하면 딱히 구미가 당겨지지 않는 것도 사실이긴 하다.

영화는 제2차 세계대전 참전 용사로 2011년 멕시코 카르텔을 위해 마약을 공급하던 원예가 '레오 샤프'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는데,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연기한 87세 노인 '얼 스톤'의 이야기는 시간대를 좀 더 뒤로 늦춰 진행했고, 그 덕분에 '얼 스톤'은 '6.25 전쟁 참전 용사'로 설정을 변경해야 했다.

'얼 스톤'은 이혼한 전 부인을 비롯해 가족을 돌보는 데 평생을 소홀히 한 인물인데, 딸의 결혼식에는 참석도 하지 않았고, 덕분에 딸과는 말 한 마디 섞기도 어려워진다.
설상가상 '인터넷'의 발전으로 인해 원예 농장 일이 풀리지 않게 된 '얼 스톤'은 주변인의 추천으로 '마약 운반일'을 하게 되는 과정을 통해, 아버지이면서 남편으로 자신이 실패한 것에 대한 과오를 돌이켜보고, 어떻게든 그 일을 통해 자신의 실패를 만회하고자 하는 '마지막 임무'를 하는데, 그래서 이 작품의 제목이 국내에선 <라스트 미션>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작품은 그가 출연하거나 연출한 영화 중에서 특출난다는 인상은 받지 못하게 흘러간다. 다만, 확고한 주제 의식을 선포하는데, 이 시대의 냉혹한 사회적 시스템으로 인해 노인들이 사회의 주류로 활동할 수 없는 상황을 '마약 운반'이라는 '범죄'를 해서라도 보여주고자 한 것이다.

물론, '얼 스톤'의 범죄를 단순히 '미화'하는 내용으로 흘려보내지 않는 것도 좋은 연출이었다. 자신의 범죄를 온전히 인지하고, 그것에 대해 반성하는 자세는 '요즈음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보다 한 살 어린, 한국 사회의 누군가'와 비교될 수 밖에 없었다.
이는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이 흔히 "내가 예전엔 말이야"라고 시작되는 '꼰대'임을 인지하면서도, 어느 정도 자신이 부족함을 깨닫고 그것에 대해 반성을 해가는 '어른'의 자세를 보여주기도 한다.

대표적인 장면이 '인종차별적인 어휘'를 사용하다가 그것이 옳지 않다는 것을 지적받고는 수용하고자 하는 '자동차 타이어 펑크' 시퀀스, 백인 경찰이 멕시코 사람들에게 대하는 차별적 상황을 유하게 넘기고자 하는 시퀀스 등이 있다.

이처럼 계속해서 '어른의 자세'는 무엇인지 계속해서 고민하는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은 이번에도 관객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건드릴 수 있는 성숙한 영화를 들고 찾아왔다. 이 작품이 부디 마지막이 아니길 바란다.

2019/03/15 CGV 목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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