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이 영화는 '불행 포르노'일까? '감동 대작'일까?

조회수 2019. 2. 3. 11:00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양기자의 영화영수증] <가버나움> (Capharnaum, Capernaum, 2018)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영화 <가버나움> 이하 사진 ⓒ 세미콜론 스튜디오, 그린나래미디어(주)
* 영화 <가버나움>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레바논은 우리에게 어떤 나라로 기억되고 있는가? 가장 큰 기억이라면, 2011년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베이루트 원정에서 1-2로 패할 당시 레바논 선수들이 월드컵 우승을 한 것처럼 뛰어다니던 순간인데, 당시 축구팬들은 "내전으로 고통받던 레바논 국민들에게 축구로 한 줄기 평화의 희망을 안겨줬다"라는 우스개를 남기기도 했다.

여기서 레바논 영화 <가버나움>이 주목해야 할 표현은 '내전'이다.
'내전'으로 인해 경제적 위기에 봉착한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를 적나라한 '부감 쇼트'로 보여주고, 아이들이 가짜 총을 들고 길거리에서 노는 모습을 보여주던 영화 <가버나움>은, 이어 구속된 '출생 신고도 이뤄지지 않아' 나이를 정확히 알 수 없는 10대 초반의 소년 '자인'(자인 알 라피아)의 한 마디 "부모님을 고소하고 싶어요"라는 말과 함께, 그 발언이 나온 이유를 거슬러 올라가 보여준다.

밝은 화면과는 동떨어진 삶을 살아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여준 <플로리다 프로젝트>(2017년)가 그러했던 것처럼, <가버나움>은 더 삭막한 분위기와 가난 속에서 아이들이 겪는 각종 학대의 흔적을 적나라하게 담아낸다.

주인공 '자인'은 처방전을 위조해서 구하는 약을 주스로 만들어 길거리에서 팔며, 여동생 '사하르'(하이타 아이잠)는 생리가 시작되는 동시에 11살이라는 어린 나이로 가족이 거주하는 건물주 '아사드'(누르 엘 후세이니)에게 팔려가게 된다. 이러한 비참한 상황을 견디지 못한 '자인'은 가출을 하게 된다.
초반 줄거리만 들어도 잔혹한 상황이 눈에 그려지기 때문에, <가버나움>은 계속해서 '자인'과 아이들의 고통을 다뤘다는 이유로 "피해자의 고통을 '필요 이상'으로 전시하면서, 관객들에게 일종의 경각심을 작용하게 해주는 '불행 포르노'"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대표적인 '불행 포르노'(사실상 포르노에 가까웠지만)로 지적받았던 작품으로는 청각 장애인 학교에서 벌어진 아동 성폭행 사건을 극화한 <도가니>(2011년), 역시 10대 성폭행 사건을 다룬 <한공주>(2013년),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을 소재로 한 <귀향>(2016년) 등이 있으며, 이는 작품성이 좋고 나쁨을 떠나 '관객이 볼 때 느낄 수 있는' 윤리적 시선에서 나온 의견이다.

이들은 한 번은 봤지만, 두 번 보기엔 머리가 아찔한 작품들로, <가버나움> 역시 그러한 궤를 그릴 것 같아 걱정됐다.
그래도 <가버나움>은 앞서 언급한 작품과는 차별점이 있으니, 누가 이러한 상황에서 '자인'을 구원해 주었는가다.

'자인'을 구원한 이는 인권변호사도, 가족도, 가게 상인도, 인권변호사도, 단순한 연민의 감정을 넘어서 죄책감의 심정으로 작품을 보는 관객도 아닌, 처절하게 움직이던 '자인' 자신이었다.

결국, '자인'은 여동생이 어린 나이에 임신 중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아사드'를 찾아가 칼을 들이대고, 소년원으로 끌려가게 된다. 그리고 TV 방송에 전화 연결을 진행하며, '나를 태어나게 한 죄'라는 이름으로 부모를 고소하겠다는 발언을 하게 된다.
법정에서 그의 부모는 흔히 가해자들이 1순위로 주장하는 "우리도 먹고살기 위해 그랬고, 피해자다"라는 일념으로 반박을 하고, '자인'은 "배 속의 아이도 나처럼 될 것이다. 아이를 그만 낳게 선고해달라"라는 말을 한다.

그래서 첫 장면부터 수시로 등장하는 '부감 쇼트'는 단순히 레바논의 참상만을 보여주려고 하진 않았다. 영화의 제목인 '가버나움'이라는 지명 자체는 어쩌면 낯설지 않은 곳일 수 있다.

예수가 병자를 치료하던 기적을 행한 장소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파멸에 대한 경고를 내린 곳이기도 때문이다. 흔히 중동 국가 하면 무조건 이슬람교를 믿는다고 생각하겠지만, 레바논은 기독교, 이슬람교 등 다양한 종교와 종파들이 존재하는 국가다.
'자인'은 법정에서 "신은 이러한 상황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어떠한 특정 종교가 아닌, 그러한 신이 존재한다면, 기적도, 파멸도 아닌, 그저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최소한의 무언가를 원하지 않았을까? 그래서 '부감 쇼트'는 그 신이 하늘에서 이러한 세상을 바라보는 의도로 만들어졌을지 모르겠다.

'자인'이 영화의 가장 마지막이 되어서야, 그나마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환경으로 떠날 때, 활짝 웃는 모습은, 그래서 영화의 가장 밝은 장면이었지만, 역설적으로 가장 슬픈 장면이었다. 작품을 홍보할 때 '감동 대작'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부착한 것도 어쩌면 클라이맥스 시퀀스 때문은 아니었을까?

한편, 작품을 연출한 나딘 라바키는 '자인'의 변호인으로 직접 출연하기도 했고, 지난해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그리고 최초의 아랍 여성 감독이 아카데미 시상식 외국어 작품상 후보에 올랐다는 영예도 안게 됐다.
나딘 라바키 감독은 작품을 통해 '난민 위기'를 겪는 레바논이 왜 이 지경까지 됐을까를 고민하면서, "우리가 아무런 관심을 받지 못한 아이들의 머리엔 어떤 생각이 있는지 알고 싶었다"라는 제작 의도를 밝혔다.

또한, 작품 속 모든 인물이 전문 배우가 아닌 실제로 비슷한 처지에 있는 인물들이 연기했다는 것도 이 작품이 좀 더 다큐멘터리처럼 볼 수 있게 몰입감을 높였던 이유로 작용했다.

특히 '자인'을 연기한 자인 알 라피아는 현재 유럽에 살고 있는데, 반항적인 그의 모습은 마치 1950년대 명배우 '제임스 딘'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대단한 연기를 펼쳤다. 혹여나 그가 배우라는 삶을 살길 원한다면, 그의 활약을 기대할 만하다.

2019/01/09 대한극장

▲▲▲▲▲▲▲▲▲▲▲▲▲▲▲▲

'알지' 3개월 무료 이용 쿠폰을 원하시면

알지 페북 페이지

로 메시지를 보내주세요.

(2019년 2월 28일까지)

Copyright © 알려줌 알지미디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18-2024 ALLYEOZUM INC. All Rights Reserved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