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로는 별로였는데, 마음으로는 웃은 영화

조회수 2019. 1. 14. 1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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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자의 영화영수증] <내안의 그놈> (Inside Me, 2018)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영화 <내안의 그놈> 이하 사진 ⓒ TCO(주)더콘텐츠온, (주)메리크리스마스
첫 줄부터 뭘 써야 할지 고민한 영화는 2019년 들어서 처음이었다. 엄청난 강점과 엄청난 단점을 한 번에 보유한 영화라면 특히 그런데, <내안의 그놈> 역시 그러한 분류에 들어가는 작품이었다.

아마 '마법의 모자'가 '해리 포터'를 '슬리데린'으로 보내버릴지, '그리핀도르'로 보내야 할지를 두고 고민했던 일에 버금가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반반씩 의견을 써보기로 했다. 그래야 '내안의 그놈'이라는 이름처럼, 편하게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으니.

먼저, 시원하게 단점부터 언급하자면, 이제는 투자사, 제작사로부터 참아달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로 뻔한 소재다. 다양한 이유로 인해 '바디체인지'라는 소재는 비단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사랑하는 소재인데, 한국만 놓고 본다고 하더라도 <체인지>(1997년), 드라마 <시크릿 가든>(2010~11년), <아빠는 딸>(2017년)이 있고, 일본 애니메이션으로는 <너의 이름은.>(2016년), 할리우드 영화로는 <핫 칙>(2002년) 등이 있다.
이처럼, 코미디의 대표 주자로 '바디체인지'를 사용하는 이유는 당연하다. 최소한의 기본은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장르물에서는 '역지사지'의 정신이 그대로 투여되는데, 이는 연출을 맡은 강효진 감독의 뚝심도 한몫을 했다.

이미 전 연출 작품인 <미쓰 와이프>(2015년)에서 잘나가던 싱글 변호사가 갑자기 '아줌마'의 일상을 살게 되면서 변화하는 모습을 가족 코미디로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 작품 역시 뻔한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관객을 웃고 울릴 수 있는 포인트를 꽉 잡아놔 소기의 성과를 냈었다.

<내안의 그놈>은 조직 보스 '판수'(박성웅)가 옥상에서 떨어진 고등학생 '동현'(진영)과 부딪친 후 서로의 영혼이 바뀌게 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뤘다.
그러다 보니 기본적인 사건의 축은 1990~2000년대 초반 유행한 '조폭 코미디'의 슬랩스틱 개그들과 더불어 학교 폭력을 당하는 왕따 주인공이 어느덧 아무도 건드릴 수 없는 학생으로 변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학교 폭력'이라는 나름 무거운 주제는 '폭력은 폭력으로 대응한다'라는 개그 포인트로만 등장하며, 사채 관련 이야기도 역시 '협박은 협박으로 응수한다'라는 이야기로 마무리된다.

좋은 '바디체인지' 영화들이 가진 기본적인 힘은 '몸이 바뀌어버린 설정'이 아닌 그 속에 담긴 아이디어들이다. 앞서 언급한 <너의 이름은.>이 단순히 '바디체인지'로의 재미로만 머무르지 않고, 대형 참사라는 현실에 치유라는 희망을 제시했다는 것을 떠올린다면, <내안의 그놈>은 그런 변화는 없이 '웃음'만을 주고자 하며, 무언가 안일한 기획 영화처럼 보일 때가 종종 있다.
물론, 그 웃음을 주려는 기획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얼마나 사람들이 요즘 웃음이라는 감정에 메말라가며 살고 있는가를 떠올린다면, 가끔은 이런 영화가 나와서 얼마든지 웃어도 좋다는 생각이다. 특히 <내안의 그놈>은 '줄타기'를 나름 잘하는 편이었다.

위에 언급한 학교 폭력이나 사채 관련 이야기 정도를 뺀다면, 딱히 선을 넘는 불쾌한 개그 포인트는 보이지 않았다. '동현'처럼 학교 폭력을 당하던 '현정'(이수민)이 운동을 통해 체력과 함께 자신감과 용기를 키워나간 후 위기에서 자발적으로 헤쳐나가는 모습을 넣은 것도 나쁘지 않았다.

어쩌면 그래서 더 뇌에 든 잡다한 생각들을 놓아둔 후, 마음 놓고 웃을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생각도 해본다. 그 중심에는 코미디 연기도 능숙하게 소화할 수 있는 박성웅과 '아이돌 출신'이라는 선입견을 탈피할 정도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진영이 있었다. 연기 잘하는 배우와의 힘에서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진영의 차기작도 기대된다.

2018/12/20 메가박스 코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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