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 영화는 흥행에서 실패했나?

조회수 2018. 12. 29. 1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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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자의 영화영수증] <스윙키즈> (Swing Kids, 2018)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영화 <스윙키즈> 이하 사진 ⓒ (주)NEW
* 영화 <스윙키즈>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무리 못해도 손익 분기점(370만)은 넘길 것이다"라는 느낌이 왔었지만, 뚜껑을 열어 보니 <스윙키즈>는 그에 절반도 못 미치는 관객을 동원했고(27일 현재 97만), 첫 주 상영관 경쟁 구도에서 완벽히 밀리며, '2018년 연말연시 극장가 결전'에서 사실상 패배를 한 작품이 되고 말았다.

하다못해 서울 도심 일부 극장에서는 2주차 평일 저녁(프라임 시간대)에 <스윙키즈>를 상영하지 않는 경우도 발생했다.
이는 <염력>이나 <인랑> 등 2018년 한국영화에서 볼 수 있었던 흐름과 유사하다. 최근 멀티플렉스의 운영상 첫 주말 입소문을 타지 않는다면, <보헤미안 랩소디>(27일 현재 881만)처럼 극장 장기 흥행은커녕 IPTV와 같은 부가 판권 시장으로 이동하는 것이 당연한 흐름이 되었기 때문에, <스윙키즈>도 그렇게 될 공산이 커졌다.

그렇다면, <스윙키즈>가 흥행에 실패한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그 원인에 대한 '나름의 변론'을 해봤다.

먼저, 영화에서는 가장 큰 두 가지의 호불호 요소가 있었다. 첫 번째로, <스윙키즈>의 시대적 배경인 195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한, 할리우드 뮤지컬 영화에서 볼 수 있는 '뜬금없는 음악 전환' 장면이다.
특히 1980년대 노래인 정수라의 '환희'가 나오면서 '스윙키즈'와 미군들이 댄스 겨루기를 벌인다는 설정은, 분명 강형철 감독이 자신만의 시그니처인 위트를 살리는 연출 포인트였을 텐데, 오히려 그것이 극에 몰입한 관객들에게 역효과를 냈다는 것이다.

이는 강형철 감독의 전 작품인 <써니>(2011년)에 등장하는 시위 진압 장면에서, 디스코 음악인 조이의 'Touch by Touch'가 흘러나오며, 전경과 학생의 대치와 '써니'와 '소녀시대'의 맞대결이 동시에 펼쳐진다는 내용이, 자칫하면 당시 민주화 운동을 펼친 세대에 대한 '검열적 묘사'에 가깝다며, 관객에게 호불호가 갈렸다는 점을 떠올려볼 수 있다.

다행히 다른 시대의 음악인 데이비드 보위의 '모던 러브', 엔드크레딧에 삽입된 비틀즈의 '프리 애즈 어 버드'를 통해 이념을 넘어선 그들의 춤과 열정, 꿈을 나타냈다는 점은 흥미로웠다.
두 번째 호불호 요소는 전형적인 한국 코미디 영화가 그러하듯이 '선웃음, 후눈물'을 유도하기 위한 장치를 넣지 않았는가에 대한 지적이다.

특히 '스윙키즈' 멤버들이 전원 총살되는 장면은 '12세 관람가' 치고는 꽤 잔인한 장면이 아니었냐는 우려도 있었고, '잭슨'(자레드 그라임스)이 한국전쟁 참전 용사가 되어 다시 거제 포로수용소를 방문한다는 내용이 이미 <태극기 휘날리며>(2003년) 때부터 계속 이어진 전통이지 않으냐는 의문도 있었다.

사실 총살 장면은 예고편 등 홍보 과정에서는 크게 언급되지 않은 부분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흥 나는 분위기'만 기대하고 무거운 내용을 원치 않았던 관객이라면 깜짝 놀랄 장면이었을 것 같다. '한국전쟁' 소재 자체에서 나오는 비극을 강조하기 위한 장치였던 셈인데, 이를 통해 음악 영화가 아닌 반전 영화였다는 것을 관객들은 알아차리게 된다.

문제는 그렇게 되면서, 앞서 언급한 춤을 통한 열정과 자유에 대한 갈망의 전반부와 후반부가 따로 펼쳐졌다는 인상을 받게 되는데, 이러한 관객들의 평가들이 자연스럽게 입소문이 퍼진 게 아니냐는 추측도 해본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스윙키즈>가 상대적으로 관객의 외면을 받은 이유는 '결정적인 한 방'이 부재했다는 점도 있다. 마치 <위플래쉬>(2014년)의 마지막 연주 장면의 화면 전환 편집을 레퍼런스한 클라이막스 탭댄스 장면은 배우들의 엄청난 노력이 함께 했기에 가능한 장면으로, 아름다웠다.

하지만 900만을 향해 질주 중인 <보헤미안 랩소디>의 '라이브 에이드' 장면처럼 큰 한 방은 아니었다. 여기에 비극이라는 상징을 동시에 보여주려다 보니 이야기는 재미와 감동 사이에서 힘겨운 줄타기를 하고 말았다.

DC가 가장 잘하는 것만 보여주며 '물붐'을 일으키고 있는 <아쿠아맨>, 작품의 내용은 안타깝지만, 배우들의 연기만큼은 확실한 <마약왕>, 귀여운 오토봇이 인간 소녀와 교감을 한다는 확고한 목표 설정이 있는 <범블비>, 한국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리얼타임급' 액션을 보인 <PMC: 더 벙커> 등 동시기 경쟁작들이 자신만의 색채가 뚜렷했다는 점에서, 결국 <스윙키즈>는 입소문 전쟁에서 가장 힘겨운 작품이 되고 말았다. 차라리 큰 경쟁작이 없었던 시기 개봉을 했더라면 어땠을까?

2018/12/07 롯데시네마 월드타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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