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왜 사람들의 외면을 받았나?

조회수 2018. 12. 15. 1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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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자의 영화영수증] <모털 엔진> (Mortal Engines, 2018)
글 : 양미르 에디터
* 영화 <모털 엔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예고편부터 이 영화가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예고편만 본다면 <하울의 움직이는 성>(2004년), <설국열차>(2013년), 심지어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2015년)까지 떠올리니 당연할 만했다.

게다가 영화를 본 관객 중엔 "두 번 다시는 '못 탈 엔진'"이라는 비아냥까지 나왔다. 도대체 <모털 엔진>은 어떤 영화였길래 이런 이야기가 나왔을까?

먼저, 작품의 세계관 설정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필립 리브가 쓴 소설 <견인도시 연대기>의 4부작의 첫 작품인 <모털 엔진>은 이른바 '60분 전쟁'으로 지구가 멸망한 후, 약 10세기가 흐른 시점을 배경으로 한다.
지구에 생존한 인류들은 자체적으로 살아남기 위해 '도시진화론'을 맹신하게 되는데, '도시진화론'은 움직이는 도시를 만들어 힘 있는 도시가 그 반대로 약한 도시들을 잡아먹으며 살아가는 '약육강식'의 형태로 구성됐다.

그러나 이러한 '도시진화론'도 지구가 어느 정도 회복이 됐기 때문에, 정착을 통한 농경이 가능하다고 믿는 '반 견인 도시주의자들'이 나타나며 위기를 맞이한다.

결국, 힘 있는 이들이 중심인 도시 '런던'의 실세 '테데우스 발렌타인'(휴고 위빙)을 막기 위해 '반 견인 도시주의자들'인 '헤스터 쇼'(헤라 힐마), '안나'(지혜) 등이 '테러 활동'을 감행한다는 내용이 <견인도시 연대기>의 초반 설정이다.

피터 잭슨 감독이 10여 년 전에 소설의 판권을 구입했지만, <호빗> 3부작 등으로 힘든 세월을 보낸 바람에, 그는 자신이 믿을 수 있는 크리스찬 리버스 감독에게 맡기고 제작에만 참여하게 됐다. 크리스찬 리버스는 <킹콩>(2005년)을 통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시각효과상을 거머쥔 만큼, 최첨단 기술에는 일가견이 있는 인물이었다.
덕분에 초반 '런던'이 '헤스터 쇼'가 있는 소형 도시를 잡아먹는 사냥 장면은 그야말로 눈이 호강되는 장면으로 이뤄졌다. 로우 앵글부터, 부감 샷까지 다양한 시점이 연결되면서, 빠른 전개와 구성으로 사냥의 과정을 보여준 것이다.

그러나 딱 여기까지였다. 이후 작품은 앞서 언급한 세 편의 영화보다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걸작 애니메이션 시리즈 <미래소년 코난>(1978년)과 조지 루카스 감독의 <스타워즈> 오리지널 3부작이 오마주됐다는 인상이 깊었다.

<미래소년 코난>은 인간의 야욕으로 지구가 멸망한 후, '남겨진 섬'에 있던 '코난'과 '반 견인 도시주의자들'의 이상에 가까운 사회 공동체 마을 '하이하바'에서 태어난 소녀 '라나'가 등장하고, 두 주인공과 친구들이 '런던'처럼 첨단 기술을 보유한 '인더스트리아'의 독재자 '레프카'의 야욕을 막으려는 모험을 다룬 작품이다.
<스타워즈> 오리지널 시리즈 3부작에서 '제국군'이 행성 하나를 날려버릴 수 있는 '데스 스타'를 개발해 '반란군'을 제압하려는 것처럼, '테데우스 발렌타인'은 '반 견인 도시주의자들'을 한 번에 무너뜨릴 수 있는 강력한 무기 '메두사'를 만들기 위해 총력을 다한다.

또한, <제국의 역습>(1980년)에 등장하는 공중 도시 '클라우드 시티'와 유사한 '에어 헤이븐'이 나오며, 작품에서 가장 충격적인 설정이 고스란히 등장해 혹여나 <스타워즈> 시리즈를 재밌게 관람한 관객이라면 실소를 터뜨리게 된다.

물론, 이 정도의 스토리 유사성은 '스팀펑크' 장르를 비롯한 '디스토피아' 작품들에서 충분히 볼 수 있다. 문제는 독창적으로 풀어갈 수 있는 여러 플롯들이 꿰어지지 않은 구슬처럼 흩어졌다는 것이다.

이 작품에서 나오는 플롯은 크게 '헤스터 쇼'와 무자비한 사이보그 '슈라이크'(스티븐 랭)의 관계, '발렌타인'의 야욕과 '헤스터 쇼'와의 연관성, 역사학자를 꿈꾸는 '톰 내츠워디'(로버트 시한)가 조금씩 진실을 알아가는 과정, 여기에 '테데우스 발렌타인'의 딸인 '캐서린 발렌타인'(레일라 조지)이 비밀을 풀어가는 내용 등으로 구성됐다.
이렇게 언급만 해도 버거운 내용들이, 막판에 가면 갈수록 하나의 접점을 향해 간다기보다는 질질 끌려다니며, 작품의 속도감을 저하시킨다는 느낌을 받았다. 게다가 원작에 있던 중요한 설정들을 잘라내는 아쉬운 각색을 보여줬다.

대표적인 예로, '런던'의 시민들도 '인더스트리아'처럼 계급이 구분되어 있으나, 그런 계급에 대한 묘사가 부족하다 보니 그저 도시만 파괴된 것을 보며 환호만 하는 '악당들'처럼 느껴졌고, 그러다보니 마지막 장면에서 서로가 구원의 손길을 내미는 부분이 이해되지 않을 수 있다.

그래도 큰 이질감이 들지 않는 CG나,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때처럼 '디스토피아' 세계관에 어울리는 작곡을 맡은 정키 XL의 스코어, 그리고 앞으로가 기대되는 한국계 배우 지혜의 활약은 끝까지 <모털 엔진>에 탑승할 수 있도록 만드는 힘이 되어줬다. 하지만, 이 작품의 2편 <사냥꾼의 현상금>이 만들어질 가능성은 잘 모르겠다.

2018/12/05 CGV 용산아이파크몰 IMA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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