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점 대박난 대형마트 직원의 사랑 이야기!

조회수 2018. 12. 14. 1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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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자의 영화영수증] <인 디 아일> (In den Gangen, In the Aisles, 2018)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영화 <인 디 아일> 이하 사진 ⓒ M&M 인터내셔널
"대형마트에서 일하는 내성적인 청년 '크리스티안'(프란츠 로고스키)이 옆 칸에서 일하는 '마리온'(산드라 휠러)과 사랑에 빠진다"는 '표면적 내용'을 담은 <인 디 아일>은 지난 11월 22일 개봉 후 적은 상영관 배정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IPTV로 옮겨질 줄 알았지만, 이동진 평론가가 별 다섯 개로 만점 평을 주면서 재조명받으며, 추가 상영 기회를 얻은 독일 영화다.

이 작품이 좋은 평을 받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으나,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내용을 이용해 사회적 현상 설명과 동시에 철학적인 내용도 함유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시작부터 작품은 SF 걸작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년)의 OST로 유명한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를 이용해 대형마트가 열리기 전의 풍경을 마치 '소우주'로 표현했다.
이윽고 <배틀로얄>(2000년)의 처절한 생존 게임 중 연주된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를 활용해 노동자들의 야간작업 움직임을 보여줬다. 그러면서 손님들이 다니는 시간대의 매장에서는 '터키 행진곡', '라데츠키 행진곡'처럼 경쾌한 분위기의 곡들이 들려온다.

그런 상황에 온몸에 문신한 '크리스티안'이 신입 사원으로 대형마트에 들어오게 된다. <인 디 아일>에서 문신의 의미는 중요한데, 작품의 원작 소설을 쓴 클레멘스 마이어 작가와 함께 작품을 집필한 토머스 스터버 감독은 모두 '통일 이전 동독' 출신의 인물들이다.

통일된 독일에서는 아직도 서독과 동독의 갈등이 남아 있으며, 특히 경제적인 문제로 희망을 잃은 젊은 층 중 일부는 '네오나치'로 활동하며 사회적 문제로 남아 있다. '크리스티안'의 친구들이 등장하는 장면으로 그들의 모습을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다. '크리스티안'도 혼자 사는 동독 출신으로, 사회적으로 무기력함을 느끼는 인물로 묘사된다.
그런 상황에서 멘토이자 선배인 '브루노'(피터 쿠스)가 등장하는데, 그는 트럭 운전을 하던 인물로 이제는 작은 지게차를 끌고 매장을 돌아다닌다. 젊은 시절 동독을 누비던 인물이 어느덧 '자본주의'의 상징에서 일하게 되지만, 그렇다고 그는 그 시절을 '추억팔이'로 삼으려 하진 않는다.

이제는 다음 세대로 '통일 독일'을 이끌 '크리스티안'이 적응하길 도와줬으며, 그래서 위험한 지게차 운전 중에도 항상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를 요청한 '브루노'의 마지막 결정은 안타까웠다.

분단된 독일의 상황 차이에서 일어나는 현상도 영화는 짚고 넘어갔다. 개인주의와 경쟁, 성과 위주의 서독과 다르게, 동독은 집단의 단합이나 공동체를 강조했다.

그래서 <인 디 아일>에서는 '크리스티안'이 '지게차 자격증' 시험을 보는 과정을 지켜보며, 통과할 때 주변 모든 직원이 '크리스티안'을 격려해준다거나, '크리스티안'과 '마리온'의 연애 문제에 대해서 조언을 해주거나, 크리스마스를 앞두고는 소소하게 '유통기한이 살짝 지난 폐기 음식물'로 파티를 여는 모습 등을 통해 '직장 동료' 이상의 따뜻한 무언가를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이렇듯 작품은 <자유로운 세계>(2007년), <나, 다니엘 블레이크>(2016년)와 같은 사회에 날카로운 시선을 드러낸 켄 로치 감독의 연출과 <패터슨>(2016년)의 짐 자무쉬 감독처럼 인간의 감정을 시적으로 표현한 연출에서 절충안을 찾은 인상을 줬다.

또한, 이 작품은 1.66:1 화면비를 사용해 좀 더 통로의 높이를 부각하는 카메라 구도를 보여줬는데, 특히 지게차로 통로를 누빌 때 나오는 테이크는 '지게차로도 아름다운 무빙을 보여줄 수 있구나'라는 탄성을 하게 만든다.

한편, 지난해 아카데미 시상식 외국어영화상 후보작인 <토니 에드만>(2016년)을 통해 독일의 현재와 과거를 잇는 인물 '이네스'를 맡았던 산드라 휠러는 <인 디 아일>에서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프란츠 로고스키와 산드라 휠러의 '에스키모 인사' 장면은 작품에서 가장 차가운 곳에서 만들어진 가장 뜨거운 몸짓이었다.

2018/12/13 CGV 압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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