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로만 보기엔 아까운 올해의 걸작!

조회수 2018. 12. 11. 1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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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자의 영화영수증] <로마> (Roma, 2018)
글 : 양미르 에디터
출처: 영화 <로마> 이하 사진 ⓒ 넷플릭스
이제는 명실상부한 세계 최대 규모의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의 야심작이 도착했다. "극장에서 상영하지 않는 영화는 영화가 아니다"라며 세계 3대 영화제(베를린, 칸, 베니스) 중 하나인 '칸 영화제'의 넷플릭스 영화 후보 제한을 두고 논란이 일어난 가운데, <로마>는 당당히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이라는 최고상을 받아 화제의 중심에 섰다.

<로마>가 주목받은 또 다른 이유로는 바로 <이 투 마마>(2001년),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2004년), <칠드런 오브 맨>(2006년), <그래비티>(2013년) 등으로 연출하는 작품마다 평단의 호평을 받았던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신작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로마>는 <이 투 마마> 이후 오랜만에 그가 모국 멕시코에서 만든 작품으로, 그가 연출했던 모든 방식이 집약되어 만들어졌다.
알폰소 쿠아론은 이번 작품을 연출했을 뿐 아니라, 직접 대본을 쓰고, 메가폰과 동시에 카메라를 잡았다. 그런데도 그는 2019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유력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촬영상, 외국어영화상 등 후보로 모두 이름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천재적인 감각을 보여준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로마>를 통해 자신이 겪었던 유년시절을 회상했다. 직접 가족들이 사용한 소품들이 작품에 들어간 것은 물론이며, <그래비티> 제작에 영감을 줬던 영화 <우주 탈출>(1969년)을 극장에서 관람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포함되기도 했다.

제목만 보면 이탈리아의 수도 '로마'가 떠올려지겠지만, 이 작품은 1970년대 멕시코의 수도 멕시코시티의 '로마' 지역을 무대로, 가정부 '클레오'(얄리차 아파리시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놀라운 점은 이 배역은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유년시절 가정부인 '리보 로드리게즈'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으며(그래서 마지막엔 "리보를 위하여"라는 멘트가 나온다), 전문 배우도 아닌 교사를 꿈꾸던 청년 얄리차 아파리시오를 캐스팅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꾸밈없이 진솔한 연기 덕분에, 유수 해외 언론에선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로 얄리차 아파리시오를 거론했다.

작품은 '클레오', '클레오'가 모시는 '소피아'(마리나 데 타비라) 가족, 그리고 멕시코 사회의 급변을 동시에 다뤄냈다. 특히 1970년 멕시코 월드컵이 열리고 1년 후, 민주화를 열망하던 멕시코 학생 시위 중 일어난 '성체 축일 대학살'은 마치 한국의 1980년대를(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1988년 서울 올림픽) 떠올리게 한다.

또한, <박하사탕>(1999년)의 '김영호'(설경구)를 연상케하는 '페르민'(호르헤 안토니오 게레로)이 등장하는데, '사무라이 정신'을 본받아 무술을 연마하고 싶었던 '페르민'은 이후 우익 세력의 정치깡패가 되며 '폭력'을 휘두르는 인물로 변하게 된다.
이 작품은 1970년대 당시의 가부장적인 남성성도 끊임없이 비판한다. '페르민'은 '클레오'를 임신시키지만, 책임은 지지 않은 후 도망쳐버린다. '소피아' 역시 남편 '안토니오'(페르난도 그레디아가)의 '출장'으로 인해 혼자 남은 처지가 된다.

더욱이 '안토니오'의 자동차는 집 안 차고에 들어가기도 버거울 정도로 큰 것으로 묘사되고, 그만큼의 권력을 상징하는 의미하기도 했다. 하필이면 그 차고에는 집에서 키우는 개가 싸놓은 똥으로 가득 차 있는데, 이를 치우고자 매일 같이 바닥에 물청소를 하는 '클레오'의 모습을 영화의 첫 장면으로 넣은 것은 묘했다.

또한, <로마>는 알폰소 쿠아론이 사랑하는 '롱테이크'를 절묘하게 사용했다. 이는 <칠드런 오브 맨>, <그래비티>을 맡은 엠마누엘 루베즈키 촬영감독의 힘도 있었는데, <로마>는 촬영 일정의 한계로 부득이하게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직접 촬영을 진행했고, 전체적인 작품은 엠마누엘 루베즈키가 맡았던 것만큼이나 인상적이었다.
좌에서 우로, 혹은 우에서 좌로 이동하는 시선의 흐름이 적재적소로 사용됐으며, 특히 흑백 화면에서 나오는 공간감 활용이나 미장센 설정은 기가 막히게 아름답다.

특히 파도가 몰아치는 바다에서 이뤄지는 장면들은 집에서 넷플릭스 플랫폼을 통해 듣기엔 아쉬운 사운드와 함께 펼쳐지는데, 어떻게 바다 위에서 그런 롱테이크를 촬영했는지 궁금할 정도로 정교하게 촬영된 장면이 일품이다.

한편, <로마>는 국내에서 "미국에서는 넷플릭스 공개 전까지 3주 정도 극장 상영기간을 줬으나, 한국은 2일 정도 밖에 주지 않아 형평성에 어긋난다"라는 멀티플렉스의 주장으로 상영이 불발됐다. 개인사업자 운영 극장을 중심으로 상영되는 <로마>를 두고, 지난해 <옥자> 상영을 앞두고 벌어진 같은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018/12/10 메가박스 코엑스 M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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