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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찍힌 섹X 엑스레이 사진, 이건 시작이었다

[양기자의 영화영수증] <메기> (Maggie, 2018)
오구오구
글 : 양미르 에디터

한 병원 엑스레이실에서 '어느 남녀'가 성관계를 맺고있던 그때, '누군가'가 엑스레이 촬영 버튼을 누른다. 그렇게 성행위 자세가 찍힌 엑스레이 필름을 모든 직원들이 보게되면서 병원은 발칵 뒤집힌다.

촬영을 한 사람보다, 촬영을 당한 사람들이 누구인지 더 궁금해진 분위기가 형성될 무렵, 간호사 '윤영'(이주영)은 남자친구 '성원'(구교환)에게 그 엑스레이를 보여준다. 필름에 찍힌 그것과 자신의 그것을 비교한뒤 자신이 맞다고 생각하게 된 '성원'. 이에 '윤영'은 다음날 병원에 사직서를 들고 출근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날 병원엔 '윤영'과 부원장 '경진'(문소리)만이 출근한 상황. 결근한 직원들 모두가 '성관계 엑스레이 사진이 자신의 것'이란 생각에 출근하지 않았다고 여긴 두 사람은 '믿음과 의심' 사이에서 출근하지 않은 직원들을 찾아가려 한다.

한편, 이러한 '믿음과 의심'은 '윤영'과 '성원'의 관계에서도 벌어지는데, '윤영'은 '성원'의 전 여자친구가 전한 이야기들 때문에 고민을 하기 시작하고, 도심에 발생한 다량의 '싱크 홀' 덕분에 '백수'에서 벗어난 '성원'은 '윤영'이 선물한 반지를 공사 현장에서 잃어버린 뒤 함께 일하던 동료를 도둑으로 '의심'하기 시작한다.

이처럼 <메기>는, '엑스레이 사건'에서 출발해 다양하게 파생된 '믿음과 의심' 사이의 고민들을 점층적으로 확대해간 작품으로, 지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CGV 아트하우스상, KBS 독립영화상, 시민평론가상, 올해의 배우상(이주영)까지 4관왕을 차지한 바 있다.

<메기>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믿음이 생겨났으며, 그 믿음이 혹여나 '메기가 점프하면 곧 지진이 일어난다'라는 속설이나, '싱크홀이 일어나는 순간' 등 당장 확인할 수 없는 두려움이나 의심에서 온 것은 아닌지를 묻는 영화다.

"우리가 구덩이에 빠졌을 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더 구덩이를 파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 얼른 빠져나오는 일이다"라는 쪽지와 내레이션의 반복은 진실을 마주한 이후, 우리가 어떤 태도를 보여야 할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만든다.

국가인권위원회의 14번째 인권영화 프로젝트인 <메기>를 연출한 이옥섭 감독은 이번 작품을 통해 재개발 문제부터 '월세 인상'으로 인한 빈번한 이사나, 청년 실업까지,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들을 거침없이 노출한다.

GV에서 이옥섭 감독은 "불안함이라는 감정에서 청년들이 무엇을 선택하고 사는지에 대한 생각에서 작품을 만들었다"라며 연출의 변을 밝혔다.

흥미로운 점은, '메기'(천우희 목소리)가 내레이터로 등장하여 이야기를 풀어나간다는 점인데, '메기'는 병원의 탄생 과정부터, 작품의 인물 소개 등 다양한 역할을 맡고 있다. 그렇다고 이 작품이 '메기'가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전지적 메기 시점'은 아니다.

"우주선을 타지 않고, 우주로 가려면 인간의 몸이 우주이니 방사선과에 취직하면 된다"라는 오프닝과 함께 '메기'가 언급하는 병원 이야기는 마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2014년)처럼 키치함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묘한 상상력을 끌어 올려주는데, 작품의 주연과 동시에 제작, 각본에 참여한 구교환의 솜씨가 전체적으로 빛을 발하는 대목이었다.

2018/12/01 CGV 압구정
- 제44회 서울독립영화제(SIFF) 상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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