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왕 '참수 장면' 그대로 나오는 영화!

조회수 2018. 10. 13. 1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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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자의 영화영수증] <원 네이션, 원 킹> (Un peuple et son roi, One Nation, One King, 2018)
글 : 양미르 에디터
피에르 쉘러 감독과 파비앙 페논 프랑스 대사가 상영을 앞두고 대형 무대에서 인사말을 남겼다. "안전띠를 매고, 프랑스로 시간 여행을 떠나자"라는 메시지였는데, 영화는 1789년 프랑스 혁명의 시발점이 된 '바스티유 감옥 습격'부터, 1793년 루이 16세가 국고 낭비 및 국가에 대한 음모 등 죄목으로 '단두대'에 의해 처형되는 적나라한 장면까지 '다큐멘터리 형태의 드라마'로 담아낸다.

이는 마치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부터 시작해 6월 항쟁에 이르는 과정을 담아낸 <1987>(2017년)과 유사한데, 주변 인물들이 모여 큰 불씨가 되어가는 과정을 좀 더 드라마틱하게 구성했다면, 이 작품은 "무언가 중학교 사회 교과서를 그대로 읽는 느낌이 크며, 이상하게 프랑스의 자부심인 혁명이라는 매우 뜨겁고 좋은 소재를, 지루하고 싱겁게 만들지 않았는가"라는 평이 상영 후 떠나는 객석 사이에서 나오고 말았다. 무엇이 한국 관객의 마음을 흔들지 못했을까?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첫 번째로, 부연 설명이 없이 그냥 파리 시민들의 '바스티유 감옥 습격'이 나왔기 때문이다.

세계사에 크게 관심이 없는 관객이라면, 왜 '루이 16세'가 죽어야 마땅한 인물인지를 알아야 하고, 왜 감옥을 습격해야 했는지에 대한 어느 정도 설명이 있어야 감흥이 높아질 터. 그런 내용이 하나도 등장하지 않기 때문에, 이 작품은 처음부터 높은 진입 장벽으로 '시간 여행'을 떠났다.

한편, '인간과 시민의 권리선언'이나,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 일가가 국외 탈출을 결정하다 잡힌 '바렌 도주사건', 1792년 파리 시민들이 튈르리 궁으로 들어가게 된 봉기(그 과정에서 나온 스위스 용병들의 옷이 벗겨진 사체들이 카메라에 잡힌다), 로베스피에르가 중심으로 나온 국민공회 과정이 연이어 나오지만, 사실 이런 내용을 사전에 접하지 않은 관객이라면 '지루한 다큐멘터리'라는 느낌이 클 것이다.
여기서 나오는 두 번째 이유는 '필리버스터'와 같은 '루이 16세' 처형 투표 장면이다. 프랑스는 '바켈로레아'라는 중등과정 졸헙시험으로 유명하다. 대부분의 필기시험이 '논술'로 이뤄지기 때문에, 그 시즌만 되면 언론 매체나 사회단체들이 철학 과목의 문제에 관해 토론하는 문화가 뿌리 깊게 퍼져 있다.

왜 갑자기 토론 이야기를 하냐면, 작품의 후반부가 의원들이 한 명씩 등장해 '루이 16세'를 처형해야 하는지 논하는 장면과 작중 떠돌이였던 '바질'(가스파르 울리엘)이 유리 공장에서 병을 만드는 과정이 오버랩되어 등장하기 때문이다.

세계사에 조예가 깊다면 당연히 흥미진진하게 보겠지만, 일반 관객이 보기엔 너무나도 지루한 장면으로, 영화가 끝나고 머문 화장실에서 한 중년 관객이 "뭐라고 하는지 하나도 모르겠다"라는 말을 듣기도 했으며, "제발 좀 빨리, 왕 목 자르는 걸 보여주지"라는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어쩌면, 한국처럼 객관식 문제에 출제자의 의도대로만 따라가는 형식의 교육 제도에서는 이런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왔지만, 그래도 이 작품이 가진 미덕도 존재한다. 바로, 프랑스 혁명의 3대 이념인 '자유, 평등, 연대(Liberte, Egalite, Fraternite)'라는 이미지에 걸맞게 여성 시민혁명가의 이야기 역시 최대한 동등하게 구성했다는 점이다.

작품에 나오는 파리의 노동자 계급인 세탁부 '프랑수아즈'(아델 하에넬)는 1789년 7,000여 명의 부녀자들이 주축으로 한 '베르사유 행진'에 참여하며, 점차 프랑스 시민 혁명의 일원으로 활동하게 된다.

글도 읽을 줄 모르고, 운동 중에는 친구까지 죽게 되는 상황 속에서도 혁명을 이끄는 기수가 된 것이다. 당시 여성의 활동이 제약을 받고, 여성이 시민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해서 조롱을 받는 상황에서도 '프랑수아즈'는 묵묵히 자신의 신념을 위한 투쟁을 이어간다. 물론, 그사이 '바질'을 만나며 이뤄지는 로맨스도 작품은 빼놓지 않고 포함한다.

2018/10/06 영화의전당 야외상영장
- 23rd BIFF 상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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