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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쏟아내기'로만 이 영화를 보면 안 된다

[양기자의 영화영수증] '허스토리' (Herstory, 2017)
부끄럽다니까
글 : 양미르 에디터

2015년 12월, '한-일 위안부 문제 협상 합의' 이후 크고 작은 일본군 '위안부' 소재 영화가 소개됐다. 약 3개월 후에 개봉한 <귀향>이 358만 관객을 동원했으며, 다음 해 3·1절엔 TV 드라마 <눈길>이 극장가를 찾았다.

그리고 나문희 배우가 각종 여우주연상 수상자로 영예를 안은 <아이 캔 스피크>가 지난 추석 연휴를 앞두고 등장했다. 세 작품 모두 나름의 성과를 내며, 앞으로 더 다양한 흐름의 일본군 '위안부' 영화가 나올 것을 예상케 했다.

그 시점에서 등장한 <허스토리>는 1992년부터 1998년까지 6년간 이어졌던 '관부재판'을 다뤘다. 피해 할머니들은 직접 부산과 시모노세키를 오가며, 총 20회의 구두변론을 진행했다. 이 작품은 '관부재판'이라는 소재에 포커스를 두며, 강직하게 걸어간다.

어쩌면 '클리셰'라고 말할 정도로, 다양한 일본군 '위안부' 소재 작품이 쌓였기 때문에 내린 결정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 영화엔 '위안부'로 지내야 했던 할머니들의 과거 회상은 단 한 차례도 등장하지 않는다. 흔적만 남아 있는 장소, 재판 중 이뤄지는 증언, 몸에 있는 흉터만으로도 이미 그 현장에 온 것처럼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영화 제목 <허스토리>에도 드러나듯, 이 작품은 대부분 장면이 철저히 여성 캐릭터의 이야기로 진행되는데, 작품에 등장하는 '일부 남성'들의 시선은 곱지 못하다. 한국 택시 기사의 모욕적인 발언부터, 재일교포 3세 배우 김인우가 연기한 '재판장'의 태도, 일본 우익단체 남성의 폭력, 일본 숙박업소 직원의 숙박 거부 등 다양하다.

물론, 예외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김준한이 연기한 재일교포 변호사 '이상일'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훌라 걸스>, <분노> 등을 연출한 '이상일'이라는 재일교포 감독과 동명으로, 작품에 숨은 이스터에그 역할을 하고 있다. 일본에서 할머니들처럼 '일부 세력'의 차별을 받는 재일교포 '자이니치'에 대한 간접 조명도 작품은 충실히 했다.

여성 캐릭터의 이야기로 돌아가, 이 작품의 중심엔 관부재판을 이끈 김희애가 있다. 일본어와 부산 사투리 사용, 최근 작품과는 다른 헤어스타일 등의 표면적인 변화뿐 아니라 연기 역시 <우아한 거짓말> 이후 오랜만에 연말 시상식 자리에 후보로 볼 수 있을 기대감이 생길 정도로 뛰어나다.

또한, 김해숙, 예수정, 문숙, 이용녀로 이어지는 배우 조합은 절로 그 재판 현장에 온 착각을 줄 정도로 먹먹한 마음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단지 스크린에서만의 '눈물 쏟아내기'로 끝내기엔 아쉽다. '문정숙'(김희애)의 딸이 자라 '수요 집회'에 참석하는 장면만 보더라도, 과거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앞으로 현재에도 계속 진행되고 목소리를 내야 할 사안임을 대변해준다. 다만, 이런 메시지가 너무나 강하고 끊임없이 들어오기 때문에, '영화적 작법'으로 인한 피로감을 받을 순 있다. 마음의 준비를 하고 극장에 들어갈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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