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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분 넘게 쓴 '원더 우먼'은 뭘 말하고 싶었나?

[알지 미디어 투고] <원더 우먼 1984> (Wonder Woman 1984,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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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Rabbitgumi

누구나 원하는 소원이 하나씩은 있다. 사람들은 그 소원을 자신의 마음속에 넣어두고 종종 그 소원을 꺼내어 그것이 이루어지기를 빈다. 어떤 사람에게는 재물을 얻는 것이 소원이고, 또 어떤 사람에게는 건강을 회복하는 것이 소원이다. 죽은 누군가를 한 번 더 본다거나, 자신이 원하던 이상향의 모습으로 변하길 빌기도 한다.

소원 그 자체는 삶을 보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끄는 힘을 준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 소원을 늘 생각하고 또 이루어달라고 빌면서 살아가고 또 그것을 자신의 힘으로 얻어내기 위해 노력한다. 길다면 긴 인생에서 원하는 것을 하나씩 이루어 나가는 것이야말로 삶을 더 풍요롭게 해주는 과정일 것이다.

하지만 모든 소원을 모두가 다 가질 수는 없다. 어떤 것은 포기해야 하는 반면 어떤 것은 죽을힘을 다해 얻어내야 한다. 그 취사선택을 하는 과정도 본인 스스로 해야 하는 것이고, 다른 사람이 그것을 대신해 줄 수는 없다.

출처영화 <원더 우먼 1984>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누군가의 소원을 쉽게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아마도 신이거나 사기꾼일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원을 단번에 들어준다는 말에 사람들은 현혹된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최단기간 내에 얻어낼 수 있는 기회이고 그것이 이루어졌을 때 그것으로 인해 빼앗기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대부분은 알아채지 못한다.

사람들의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소원에 대한 이야기
영화 <원더우먼 1984>는 사람들이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강력한 소원들에 대한 영화다. 영화에는 사람들의 소원을 딱 하나씩만 들어준다는 드림 스톤이 등장하고 그 주변부에 원더우먼/다이애나(갤 가돗)와 바바라/치타(크리스틴 위그) 그리고 맥스 로드(페드로 파스칼)가 자신의 소원으로 인해 드림 스톤과 연결된다.

다이애나는 과거에 죽은 스티브 트레버(크리스 파인)를 다시 만나길 원하고, 바바라는 자신감이 넘치는 다이애나와 똑같이 되길 원한다. 맥스 로드는 원하는 것이 많아 소원을 이루어주는 드림 스톤 자체가 되려고 한다.

다이애나는 1차 세계대전이 벌어지던 시기 이후 수십 년을 혼자 외롭게 살아온 인물이다. 주변 사람과의 관계를 포기하고 위기에 처한 사람들에게 몰래 도움을 주면서 자신의 감정과 원하는 것을 어느 정도 포기하고 살아왔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에게 과거의 연인인 스티브 트레버에 대한 그리움은 꽤 강력한 소원을 만들어낸다. 반면 바바라는 다이애나와는 보다 더욱 외로움을 느낀다. 주변 인물들에게 늘 왕따를 당하거나 무시당하는 그는 자신감 넘치고 위트 있는 다이애나를 보면서 자신도 그런 자신감과 외모를 가지길 소망한다. 그것은 그가 가진 외로움이 이끌어낸 강력한 소원이다.

영화의 주요 악당으로 등장하는 맥스 로드는 미국의 엄청난 경제적 호황기였던 1980년대에 소비를 부추기는 일종이 몰이꾼이다. TV 브라운관에 나오는 광고에서 그는 원하는 것은 다 가질 수 있다고 호탕한 웃음을 지으면서 소비자들을 유혹한다.

그런데 그런 그의 웃음 뒤에 그가 가진 실제 모습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큰 사무실은 텅텅 비어있고, 사업은 파산 직전이다.

마치 1980년대 경제 버블을 보여주는 것처럼 맥스 로드는 자신이 원하는 모든 것을 얻기 위해 드림 스톤 자체가 되어 버린다. 욕망 그 자체가 되어버린 그가 드림 스톤이 된 이후 그는 사람들의 모든 꿈을 이루어 주는데 그렇게 그는 수많은 버블을 양산해나가서 결국 사회의 혼돈을 야기한다.

경제적 호황기 개인들의 욕망이 야기하는 혼돈
이 세 등장인물은 자신의 소원을 이루고 나서 각자 무언가를 빼앗긴다. 다이애나는 원더우먼이 가지고 있던 능력이 약해지고, 바바라는 따뜻하고 인간적인 감정을 잃어간다. 맥스 로드는 자신이 원하는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지만 자신의 아들로부터 점점 멀어져 간다.

세 인물이 본격적으로 얽히는 중반 이후가 흥미로워지는데, 기본적으로 다이애나와 바바라는 비슷한 능력을 보여주며 강력하게 충돌한다. 또한 다이애나는 맥스 로드를 막으려 하지만, 바바라는 그를 지키려고 다이애나와 싸운다. 이러한 대결 구도는 영화 끝까지 이어져 영화적 긴장을 만드는 강력한 요소가 된다.

영화 속에서 소원을 단번에 얻는 인물들은 대부분 순순한 기쁨을 맞는다. 다이애나도 스티브가 다시 돌아왔을 때 엄청난 기쁨과 반가움을 표현한다. 다시 잃고 싶지 않은 그와 다시 데이트를 하고 또 미션을 수행하는 둘의 모습은 꽤 감성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특히 다이애나와 스티브가 전투기를 타고 가다 목격하게 되는 폭죽 장면은 그 둘의 만남을 축하하는 것처럼 매우 로맨틱하게 느껴진다.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관객들도 오랜 외로움 끝에 연인을 다시 찾은 다이애나의 행복이 끝나지 않길 빌게 된다.

악당 맥스 로드는 성공에 미친 사람이지만 그 성공은 아들에게 좀 더 당당한 아빠가 되겠다는 의도도 있다. 영화 속에서 그는 아들에게 내줄 시간마저 아까워하는 인물이지만 아들과 만나는 짧은 시간에 그가 아들을 대하는 모습에서는 아들을 사랑하는 감정을 볼 수 있다.

또한 그의 아들은 맥스 로드가 소원에 대해 이야기 한 이후, 자신의 아빠가 위대해지면 좋겠다는 소원을 빈다. 아빠가 위대해지면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맥스의 말에 아들은 바로 아빠와의 시간을 얻기 위해 아빠를 위한 소원을 빈다.

바로 자신을 위한 소원을 빌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빠가 원하는 것을 먼저 말하는 그는 영화 속에서 유일하게 자기 자신의 소원이 아닌 타인을 위한 소원을 빈 인물이다. 결국 맥스의 아들이 이 영화의 위기를 풀어나가는 중요한 감정 중 하나가 된다.

영화의 주인공인 다이애나는 결국 자신이 가장 원하던 소원을 포기한다. 자신이 가질 수 없는 것을 소망하기보다. 그것을 놓으며 순리대로 살아가는 것 자체도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또한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모두 이루는 것보다 서로 교류하면서 그 소원을 조정해 나가고 만약 한 가지의 소원을 이루지 못한다면 또 다른 것을 소망하는 것처럼 각자의 소원 자체도 들고남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어쩌면 영화는 1984년보다 더 호황일지 모르는 지금 현재 시점에도 모든 사람의 욕망이 충족될 수는 없음을 보여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결국 억지로 무언가를 이루려 하기보다는 순리대로 노력해보고 적정한 시점에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축소된 액션, 감정적인 공감이 강화된 이야기
영화 <원더우먼 1984>는 전편과는 다르게 액션은 다소 축소되고 감성적인 부분이 더욱 부각되어있다. 그리움과 외로움의 감정, 이타적인 감정과 맹목적인 욕망 숭배 등이 영화의 시작부터 차곡차곡 쌓여 후반부에 감정적으로 폭발하게 구성되어 있다.

영화의 상영시간이 150분이 넘어가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의 감정선에 공감하고 동의하지 못한다면 이야기가 상당히 지루하고 착하기만 하게 느껴질 수 있다. 또한 전편에 비해 악당의 강도가 그렇게 강하지 못해 클라이맥스의 액션 장면은 굉장히 평이하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인물의 감정선을 그대로 살리면서 끝까지 잘 끌고 가기 때문에 이것에 공감하는 관객들이라면 영화의 후반부까지 몰입감은 꽤 높다. 게다가 영화의 이야기가 전반적으로 굉장히 긍정적이기 때문에 보다 단순하고 명쾌하게 꼬인 실타래가 풀리는 것을 선호하는 관객들에게는 좋은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한스 짐머가 맡은 영화 음악도 원더우먼 특유의 힘 있고 긴장감 넘치는 분위기를 더욱 살리고 있으며, 감성적인 부분에서도 꽤 잘 어울린다.

페티 젠킨스 감독은 전편보다는 좀 더 감성적인 후속편을 만들어냈다. 아마도 이어지는 3편에서는 감성적인 부분은 줄이고 조금 다른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원더우먼 역을 맡은 갤 가돗은 외모적인 부분이나 연기가 여전히 잘 어울리며, 바바라 역을 맡은 크리스틴 위그도 좋은 연기를 보여준다. 특히 메인 악당을 연기한 페드로 파스칼은 혼돈의 신을 보여주는 것처럼 폭주하는 모습을 훌륭하게 보여주고 있다.

* 위 글은 'Rabbitgumi'님이 알지 미디어에 투고한 글입니다. 위 글의 저작권은 'Rabbitgumi'님께 있고, 무단복제 및 전재 – 재배포를 금지합니다. 알지 미디어 오피니언 섹션(https://alzi.me/contributions)에 알찬 비평·리뷰를 투고해주시면, 네이버 포스트, 카카오 1boon 등 당사의 다양한 채널을 통해 홍보해드립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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